세상 혼자 사는 것 같다. 지하철에서 길거리 캐스팅이 됐다는 데뷔 일화가 놀랍지 않을 만큼, 배우 강동원은 모델 시절부터 15년차 배우로서 활동하는 지금까지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낸다. 완벽한 키와 비율, 작은 얼굴에 꽉 들어찬 이목구비를 가진 그는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라는 별명의 원조다. 〈궁〉 〈예쁜 남자〉 〈치즈 인 더 트랩〉부터 비교적 최근작인 〈노블레스〉 등 각종 만화 원작의 가상 캐스팅에 자주 거론된다. 실제로 판타지 성격이 강한 작품들에 참여하기도 하고, 검객·도사·초능력자 같은 배역을 맡아 독특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줬다.

심지어 자체 발광으로 관객에게 착시를 일으킨다.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는 ‘강동원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화면이 느려지며 후광이 비쳤다’는 감상평이 나왔고(실제 그런 효과는 없었다),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에서는 ‘왜 강동원에게만 꽃가루를 날려주느냐’라는 댓글까지 있었을 정도였다(역시 꽃가루는 나오지 않는다).

ⓒ이우일 그림

세상 편하게 사는 것도 같다. 하는 작품마다 흥행 성적이 좋았다. 운이 아니다. 그의 지난 행보를 돌아보면 꾸준한 도전의 자취가 느껴진다. 데뷔 초반 로맨틱 코미디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와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늑대의 유혹〉 등으로 대중적 성공을 거둔 뒤 다음 작품은 예술성 높은 〈형사 듀얼리스트(DUELIST)〉였다. 비주얼 배우로 굳어질 찰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사형수 역을 맡아 연기력을 증명했다. 이후 입대하기 전까지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엠〉 〈전우치〉 〈의형제〉 〈초능력자〉 등에서 인상적인 배역을 맡으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한편으로는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폭을 넓혀왔다(〈1987〉의 장준환 감독도 2010년 단편 〈카멜리아〉를 작업하며 만났다). 흥행은 물론이고 작품성도 놓치지 않으며 영리한 배우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출연 작품마다 잇달아 성공을 거두지는 않았다. 그러나 배우 강동원은 오히려 단단해지고 있는 듯하다. 흔들림 없이 작업을 이어간다는 게 이를 잘 증명해준다. 

강동원은 함께 살 줄 아는 사람이다. “하고 싶은 영화를 하는 게 좋다”라는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많은 이들과 대화하고 협업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영화를 만들게 해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게 일단 목표라 말한다. 무술과 무용 연습을 통해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연기하는가 하면, 체중 변화에 따라 화면에 비치는 본인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정확히 알고 배역에 맞춰 관리한다. 때로는 이런 완벽주의적 태도나 짧은 인터뷰에서 비치는 느릿한 말투, 앞서 언급했던 독특한 배역들과 분위기 덕분에 세상과는 담 쌓은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는 “사람에게 배우는 바가 가장 크더라. 영감을 주는 사람들과 만나는 게 낙이다”라고 말한다.

나를 지키며 함께 살 줄 알고 책임을 다하는 배우

꾸준히 주연을 맡으며 이어오던 필모그래피는 2017년 돌연 끊겼다. 친일파 외증조부 관련 논란의 여파다. 섣부른 초반 대응이 문제가 되었고, 공식 사과문 발표 이후에도 영화 〈1987〉 참여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배우 강동원은 그만의 방식으로 상황을 헤쳐 나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며, 사람들을 만나 대화했다. 이한열 열사의 묘소와 기념관 등을 들르며 촬영에 임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댁을 수차례 방문해 이야기를 나눴다. 무엇보다 논란이 생겼을 때 자신이 먼저 영화 〈1987〉의 장준환 감독에게 출연 여부를 논의했다. 감독은 되레 그 마음이 고마워 배역을 맡아달라고 했다.

그렇게 지난 논쟁들은 일단락되는 듯하다. 이제 조용히 준비해왔던 다음 작품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나를 지키면서 함께 살 줄 아는 사람, 즐길 줄 알면서도 책임을 다하는 배우 강동원의 꾸준한 도전을 응원한다. 2018년 1월18일, 강동원은 만 서른일곱 살이 되었다.

기자명 중림로 새우젓 (팀명)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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