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탁상공론” “미봉책” 등 비난이 쏟아졌다. 경기도민의 여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부터 박영선·우상호·민병두·전현희 의원 등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들까지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에 맞서 박 시장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옹호했다. 박 시장은 “비용이냐 시민의 생명이냐,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무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며 공적 자원이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있기 힘들다. 그러나 ‘왜 그 정책인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서울시가 그 과정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단계를 거쳤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에 대중교통 무료 운행으로 예상되는 도로교통량 감소 효과와 미세먼지 저감치에 대해 질문하자 애매한 답변이 돌아왔다. “저희가 희망한 게 도로교통량 10% 감축이었다. 그 정도면 (미세먼지 감축에) 의미가 있을 거라고 봤다. 그런데 인천시와 경기도가 동참하지 않으면서 서울만 혼자 돈 쓰는 꼴이 돼버렸다.” 도로교통량 10% 감축을 희망한 근거를 묻자, “그런 식으로 하면 데이터가 나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못한다”라고 답했다.
서울시와 대중교통 무료 운행 추진 논의를 담당한 경기도 버스정책과 주무관은 협의 과정에서 서울시로부터 근거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와 공식적으로 7회 만났다.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제안하려면 효과성 검증이나 설득력 있는 자료를 제시해야 하지 않나. 큰 예산이 소요되는 정책이어서 관련 연구자료 등을 계속 요구했는데 전혀 받지 못했다.”
제도 설계가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앞서 미세먼지 대책으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시행한 프랑스 파리를 벤치마킹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환경정책을 담당하던 최준영 전 조사관은 우리나라에 파리 모델을 처음 소개했다. 최 전 조사관은 “파리 시가 추진했던 미세먼지 정책은 채찍이 먼저고 당근이 따라오는 조합인데 서울시는 당근만 가져왔다”라고 말했다. “파리는 미세먼지 경보가 뜨면 강력하게 통제 조치를 시행한다. 주요 도로는 진입을 막고 주행속도도 제한한다. 최대한 자동차를 가지고 나오지 않도록 압박한 뒤 대신 대중교통이 무료이니 협조 좀 해달라는 식으로 가는 거다.”
게다가 미세먼지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된 프랑스와 우리나라는 사정이 판이하다. 우리는 원인도 정확히 모를뿐더러 그때그때 주요 원인이 바뀌기도 한다. 최 전 조사관은 “대중교통을 무료로 해서 차량 운행을 줄이겠다는 처방이 맞을 때도 있지만 틀릴 때도 있다. 비상저감조치가 발효됐다고 해서 무조건 같은 처방만 내려서는 효과가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는데, 그때 “시민이 뽑아준 정책”이라는 주장이 강력한 근거로 작용했다고 한다. 대의제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시민개방형 행정’은 박원순 시장의 브랜드로 꼽힌다. 지난해 5월 열렸던 미세먼지 원탁토론에도 ‘참여·숙의 민주주의’ ‘광장 민주주의’라는 설명이 붙는다. 하지만 미세먼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이런 방식의 의사결정이 갖는 약점을 드러낸다. 시민 참여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책을 내놓을 때 서울시가 수행해야 할 기본 임무까지 지워버린 셈이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서울시는 이번 정책 생산 과정을 흔히 참여 민주주의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여론 동원 정치라고 할 수 있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3000명이 서울시민을 대표한다고 볼 근거가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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