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술자리, 반가운 자리마다 익숙한 주제가 매번 등장한다. 대화는 대개 이렇게 시작한다. “너도 하냐?” 그러다 제3의 인물이 입길에 오른다. “그 왜 걔 있잖아. 걔가 글쎄 이번에….” 뒤따르는 무용담. 얼마에 들어가 얼마에 빠져나왔다거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고 싶다는 이야기가 뒤잇는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묘해서, 덩달아 마음 한편에 이런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그때 나도 비트코인 좀 사둘 걸 그랬나?’
기시감이 든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책 발표 직후 일부 누리꾼들이 주장한 황망한 논리가 떠오른다. “부동산을 통한 계층 이동이라는, 그나마 젊은 세대가 시도할 수 있던 기회가 박탈당한다.” 자수성가로 경제적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 사회에서, 중산층 진입의 사다리 하나가 날아갔다는 주장이다.
갭 투자 같은 투기성 부동산 수요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20·30대 처지에서 아무리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어도 부모들이 쌓아올렸던 중산층 진입 코스는 꿈꾸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저축 후 내 집 마련, 뒤이은 집값 상승, 쌓인 연차에 따른 소득 증가라는 일종의 ‘개인 성장 함수’는 취업난, 과도한 주거비 지출, 비정규직 확대라는 변화로 망가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중산층이 되고자 하는 욕망은 무척이나 거대하고 즉각적이라서, 격한 기대와 날선 박탈감이 교차한다.
가상통화 투자 열풍의 근저에도 어차피 정직한 삶에 더 이상 ‘중산층이 될 기회’가 없다면, 기술 변동의 틈바구니에서 조금이라도 사다리를 올라가고 싶은 심리가 깔려 있다. 그래서 리스크나 윤리 따위를 앞세우며 투자 열풍을 비난하기가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처지에서는 묘한 불안감이 들기 마련이다. 열풍의 근간이 되는 ‘열망’을 이해하니까, 혹여나 극단적인 투자를 결정할 ‘소수’가 아른거린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개인 성장 함수’를 어느 정도 복원하는 일이다. 가상통화 투자나 갭 투자라는 한탕 없이도 노력으로 중산층 진입이 가능한 사회가 정상적이란 건 누구나 동의하니까. 가상통화 투자 열풍은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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