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국을 찾고 싶다.” “대한국민은 대한의 광복을 죽기로 맹세한다.” 이는 107년 만에 발견된 연해주 ‘성명회(聲明會) 선언서’ 내용 중 일부이다. “나라를 잃어 나라가 울고, 집을 잃어 집도 우니, 내 몸 둘 곳조차 없어 이 몸도 같이 우노라(泣國, 泣家, 又泣己).” 이는 청년 이상설이 우리에게 남긴 말이다.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니 이미 새 시대는 우리에게 다가왔다. 촛불을 매개로 민중의 단결된 힘은 평화의 새벽을 열었으며, 시대의 한가운데에 우리는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역사 속에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었다.
역사 속에 또 하나의 끈이 있다. 100여 년 전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한 간절한 울부짖음과 뜨거운 심장 박동소리가 들려오는 끈이다.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진정한 대한인은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죽을 각오가 돼 있습니다”라며 붓글씨체와 한글로 쓴 이름과 ‘누구의 처(妻)’란 이름으로 평화의 새 시대를 함께 열고자 했던 이들의 뜨거운 끈이다.
그리고 그 끈에는 위대한 청년 이상설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며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다. 돌아오지 않는 밀사, 서전서숙, 북간도, 연해주, 한흥동, 성명회, 권업회, 대한광복군정부, 신한혁명당. 청년 이상설과 함께하는 단어들이다. 이상설은 그 시대, 민중을 상징하는 우리의 이름이다.
새 시대의 출발점에서 우리는 이상설 그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그보다 그와 함께한 수많은 민중을 생각해야 한다. 그 시대를 함께 살다 간 민중의 생각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생각이 다르지 않으며, 그들이 곧 우리이고 우리가 곧 그들이기 때문이다.
기록과 입소문으로만 전해지다가 이상설 선생 순국 100주기를 지나 107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성명회 선언서(1910년)’는 이제 한 세기를 넘은 감격보다는 당시 “내 조국을 찾고 싶다”라는 간절한 목소리를 들려줘 마음이 아려온다.
이 책은 “내 조국을 찾고 싶다”라고 외치던 100년 전 연해주의 우리와 지금 우리의 대화이다. 단지 이상설이라는 이름으로 대표할 뿐 100년 전 고통과 희망을 나누던 우리를 기억하는 책이며 통한의 시대, 고종 황제의 밀명을 받은 청년 이상설을 따라 위대했던 우리를 만나게 하는 책이다. 그날의 우리를 만나, 새로운 시대, 비굴하지 않고 더 당당한 나라, 평화가 함께하는 새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약속의 소식을 전하길 희망한다. 100년 전 우리에게 현재 우리의 뜨거움을, 늦었지만 결국 승리했다는 기쁨의 소식이 전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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