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시와 자연을 대립되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도시는 ‘위험한’ 자연으로부터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만든 일종의 요새 같은 곳이다. 삭막한 도시환경을 비판하며 자연과 가까운 삶을 원한다는 사람들도 막상 집안에 거미나 지네가 기어 다니면 질겁할 것이 분명하고 출근길에 야생 멧돼지와 마주치는 일은 상상도 하기 싫을 것이다.

도시에서는 사람이나 사람이 키우는 동물 외에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은 제거 대상에 가깝다. 사람들이 도시에서 원하는 자연은 대부분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다. 하지만 그 식물마저도 모두 사람이 인위적으로 골라내어 길러낸 것들이다. 그러므로 도시의 자연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고 그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사람의 필요에 의해 이용당하는 가련한 생명체일 뿐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도시의 식물은 사람이 심어놓은 것도 있고, 가로수 밑동 옆 좁은 흙바닥이나 보도블록 틈 새에서, 공원과 정원의 흙에서 자라는 풀처럼 사람들이 아무리 뽑아도 계속 살아가는 것도 있다. 이들은 봄이 되면 꽃을 피우고, 그에 맞추어 꿀벌은 꽃가루를 모으고, 거미는 알에서 부화하고, 노린재는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까치는 집을 짓는다.

모든 생명체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살아가며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리고 조금의 틈새도 놓치지 않는다. 비옥한 땅에서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질경이는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보도블록 틈에서 땅바닥에 빠

〈시티 그리너리〉
최성용 지음
동아시아 펴냄
짝 붙은 채로 살아간다. 사람들이 길게 자라는 다른 풀들을 뽑아주기도 한다. 자연 상태에서 멸종 위기종인 은행나무는 도시에서 가장 흔한 나무 중 하나다. 이쯤 되면 누가 누구를 이용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도시에도 자연이 있다. 사람이 조성해놓은 자연도 있지만 사람의 의도 따위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거나, 심지어 그것을 이용해서 이루어진 자연도 있다. 자연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나 숲이나 공원에서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을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도시는 사람을 위해 만든 곳이지만 사람만 살아가는 곳이 아니다. 사람 역시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사람 역시 오랜 생명의 역사 속에서 틈새를 찾아 힘겨운 투쟁 끝에 살아남은 존재다. 사람이 차지한 틈새가 영원히 사람의 것이 아닐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읽은 다음,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던, 우리 주변에서 함께 살고 있는 생명체들이 눈에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그 바람은 분명히 이루어질 것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기자명 이강환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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