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여러 관점에서 그날의 이야기를 기술한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물론이고, 목격자와 동료를 잃은 교장 등 많은 등장인물이 자신이 본 콜럼바인 테러를 말한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어떤 순간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 가해자를 비난하지도, 피해자에게 감정이입을 하지도 않고, 슬픔과 분노 따위를 드러내지도 않는다. 저자가 구사하는 건조한 문체는 이 책이 매우 객관적인 시각에서 서술됐음을 보여주며, 그래서 사건에 대한 공정한 보고서로 읽힌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다 보면 그날의 비극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건 10년에 걸쳐 2만5000쪽이 넘는 자료를 조사하고, 100명이 넘는 사람과 인터뷰를 진행한 저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이쯤 되면 ‘비극에 대한 가장 완벽한 보고서’라는 부제가 전혀 아깝지 않다.
책을 읽다 보니 어쩔 수 없이 2014년 벌어진 세월호 참사가 생각난다. 물론 명백한 범인이 있는 콜럼바인 사건과 우연일 수 있는 세월호가 그대로 비교될 순 없다. 게다가 미국이라고 해서 참사에 대한 대처가 완벽했던 건 아니다. 신고가 접수됐다면 경찰이 재빨리 출동해 범인을 제압했을 것 같지만, 경찰은 범인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그 와중에 이국종 교수였다면 살릴 수 있었던 부상자들이 사망하는 일도 벌어진다. 또한 언론은 온갖 추측성 보도를 남발하며 진상 파악을 방해했다.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목격자의 증언이 엇갈릴 때 언론이 취해야 할 태도는 신중함이지만, 그들은 무책임한 보도를 양산하며 생존 학생들에게 2차 가해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건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태도는 우리나라의 그것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최소한 그들에겐 사건에 대한 자기반성이 있어서다. 지금도 나는 세월호 당시를 떠올리면 낯이 뜨겁고, 유족들과 생존 학생들에게 면목이 없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보고서가 나올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