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더 단단한 마음을 갖고 싶어.”

책 표지의 이 문구가 나를 잡아끌었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내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이구, 그때 바보같이 내가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어휴, 그 사람 앞에선 더 당차게 대꾸해줬어야지’ 하는 후회가 밀물처럼 들기도 하던 차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보다 더 단단한 마음을 갖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 내 마음이 더 단단해질 것 같았다.

내가 ‘머루’ ‘다래’ ‘보리’라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서인지 책 표지의 고양이도 눈에 띄었다. ‘이응응’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와 작가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따뜻한 에세이집이라는 ‘느낌적 느낌’이 왔다. 지금 내 마음이, 내 주변이, 우리가 뭔가 메마르고 퍼석퍼석 삭막하기에…. 몸에서 당이 떨어지면 나도 모르게 단 게 당기듯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이 나를 끌어당겼다.

싱고(신미나) 작가는 평소 꼭 만나고 싶었던 작가다. 진행하던 라디오 생방송을 끝내고 용인 집으로 운전하고 가는 시간, 저녁 8시쯤 〈라디오 와이파이〉라는 tbs 프로그램에서 싱고 작가는 최지은 아나운서와 청취자들 사연을 가지고 시인의 시선으로 풀어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마다 사연들이 그리 재미있지는 않을 터인데도 재미있어 못살겠다는 목소리로 읽어주었다. 그런 호기심과 천진난만한 웃음소리에 반해 저 시인의 시를 꼭 읽어보리라 생각했다. 왜? 순수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詩 누이〉
싱고(신미나) 지음
창비 펴냄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싱고 작가는 이 웹툰 에세이에서 글도 쓰고 그림도 직접 그렸다(못하는 게 뭡니까?). 작가의 글도 위트 작렬 재미지지만 작가가 그린 작가 자신의 모습이 둥글둥글하니 편안해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작가는 주로 키우고 있는 고양이 이응응과 함께 등장했다.

책을 정독하기 어려운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이 책이 정말 딱 어울린다. 어느 날 어느 페이지를 열어도 내 마음을 토닥토닥 다독여주는 글과 만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시 한 편.

생각해보면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소녀를 만나지 못했던가. 내 안의 소녀는 아직도 넓은 마당 한쪽에 앉아 어서 엄마가 장사를 끝내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제발 머리에 인 보따리 속에 박하사탕이 들어 있기를 눈이 빠져라 기다리며 흙바닥에 나뭇가지로 인형을 그린다. 이 나이에 내 마음속 소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기자명 김미화 (방송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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