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등대만 새거네.”
아이의 눈은 날카로웠다. 크루즈선에서 군함도를 바라보던 한국의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엄마에게 말했다. 아파트와 학교, 병원까지 다 폐허가 됐는데 등대만 새하얗다. 이곳에는 1974년 폐쇄되기 전까지 등대가 필요 없었다. 밤에도 대낮같았다. 일본 근대화에 동력을 제공한 이곳 하시마 해저 탄광에 강제징집된 조선인 광부는 1944년 800명이 넘었다. 확인된 사망자만 122명이다. 사고가 났다 하면 막장에서 일하던 조선인이 먼저 죽었다. 낯이 아무리 두꺼워도 문화유산이라고 부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차라리 범행 증거에 가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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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을 찾지 못해서
다른 말을 찾지 못해서
사진 변백선 정운·글 이창근(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정책기획실장)
고통을 받는 이들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아픔이 무참하다. 그래서 말을 가려 쓴다. 직설로 내뱉고 직진으로 치달았다간 삶도 함께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스크린도어에 낀 10대 젊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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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또한 의사의 일이라…
이것 또한 의사의 일이라…
사진 이원웅·글 남궁인(응급의학과 의사·작가)
응급실 의사 업무에는 비단 몰캉한 환자의 배를 어루만지거나 컴퓨터로 지시를 내리는 것만 있지 않다. 오히려 그중에는 가끔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도 없는 기상천외한 일이 있다.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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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올해의 사진, 잘 보셨나요? [취재 뒷담화]
2017 올해의 사진, 잘 보셨나요?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2016년 올해의 사진 송년호는 홍진훤 사진가가 큐레이터 역할을 해줬습니다. 2017년 송년호 큐레이터는 이상엽 사진가가 맡았습니다. 르포르타주 작가이기도 한 이상엽 사진가의 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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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퍼스트는 무엇인가
코리아 퍼스트는 무엇인가
문정우 기자
외신이 북한을 다룰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형용사는 비자르 (bizarre)이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기괴한’ ‘기묘한’ ‘괴상한’이라는 뜻의 이 수식어를 ‘북한’이나 ‘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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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의 사망
프라이버시의 사망
문정우 기자
지난해 프랑스 사진작가 스테판 글라디외는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 보통 사람의 개성 넘치는 인물 사진을 찍고 싶어서였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북한 사람들은 독사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