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받는 이들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아픔이 무참하다. 그래서 말을 가려 쓴다. 직설로 내뱉고 직진으로 치달았다간 삶도 함께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스크린도어에 낀 10대 젊음이 소멸한 뒤에라야 지하철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고, 실습생이라는 이름의 10대 청소년이 죽어서야 현장실습 착취의 기계가 멈춰 섰다. 쫓겨나고 내몰린 이들은 오늘도 땅을 벗어나 굴뚝 위로 번쩍이는 전광판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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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다시 질문하게 하라
MBC를 다시 질문하게 하라
사진 신선영·글 배순탁(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
살다 보면 우스갯소리에 진실이 담겨 있는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된다. “인생 몰라”라는 말이 대표적일 것이다. 부당하게 쫓겨난 MBC 최승호 PD가 1997일 만에, 그것도 사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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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어야 사는 세상
목숨을 걸어야 사는 세상
사진 정택용·글 이진우(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부장·직업환경의학 전문
1970년, 노동자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요구하며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1987년,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외쳤다. 촛불항쟁으로 세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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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사는 유람선
사랑을 사는 유람선
사진 박종우·글 장일호 기자
중국의 신흥 부자들에게 사랑은 사냥하는 것. 거액을 건네받은 ‘러브 헌터’가 거리로 나선다. A4 용지보다 가는 허리, 휴대전화로 가려지는 종아리…. 구혼자가 원하는 신체 조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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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명이 사망한 ‘문화유산’
122명이 사망한 ‘문화유산’
사진 이재갑·글 문정우 기자
“엄마, 등대만 새거네.”아이의 눈은 날카로웠다. 크루즈선에서 군함도를 바라보던 한국의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엄마에게 말했다. 아파트와 학교, 병원까지 다 폐허가 됐는데 등대만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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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 필요한 노동 프로파일러
지금 여기에 필요한 노동 프로파일러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기획실장)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지나가던 시민이 건네는 말이면 감사한 일이지만 천막 농성장으로 찾아온 노동부 관료의 첫 질문이 이렇다면 정말이지 곤란하다. 그래서 되물었다. “가지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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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쟁이를 자처한 대법원과 12년 투쟁
점쟁이를 자처한 대법원과 12년 투쟁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기획실장)
주말 저녁, 냉장고 안을 청소했다. 마침 끓이고 있던 된장국에 고추장 반 숟가락을 넣어야 했던 터라 눈에 들어온 고추장이 반가웠다. 뚜껑 위에 박힌 제조일자는 2014년이었다.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