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알면 영어가 산다〉
김옥수 지음
비꽃 펴냄
“이것은 한국어 교본인가, 영어 교재인가? 문법책인가, 언어에 대한 에세이인가?” 읽는 내내 흥미로운 의문이 이어졌다. 전문 번역가 김옥수는 다양한 예문을 바탕으로 이렇게 일갈한다. “외국어를 잘하려면 모국어부터 잘해야 한다.”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자주 저지르는 실수, 부자연스럽게 번역된 한국어 표현 등을 섬세하게 짚어내며 언어를 이해하는 다양한 틀을 보여준다.

저자가 특히 공들여 분석하는 부분이 두 언어의 어휘와 문법 차이다. 영어 원문을 한국어로 표현할 때 어떤 문법 요소를 어떻게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하는지, 관성적인 번역을 어떻게 매끄럽게 다듬는지 다양한 예문과 오류를 보여주며 알기 쉽게 설명한다. 단순히 단어를 대체하는 번역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던 우리말의 풍부한 어휘도 접할 수 있다. 번역가뿐 아니라 한국어와 영어 두 언어를 동시에 활용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참고할 법한 언어 교양서다.

두 언어를 동시에 이해하려면, 두 언어가 가지는 본질적인 차이를 잘 알아야 한다. “영어는 과학적인 언어다. 문장에 시제와 공간이 모두 들어간다. 우리말은 감성적인 언어다. 서로 아는 내용은 생략하는 구조다.” “영어는 명사 중심이라 형용사가 발달하고, 우리말은 동사 중심이라 부사가 발달한다.” 언어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알 법한 기초 지식이지만, 두 언어를 공교육을 통해 배운 보통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설명이다. 이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영어에 왜 그리 ‘전치사+명사’ 구조가 많은지, 왜 우리는 영어의 시제 표현을 익히기 어려운지(왜 한국어에서는 시간부사가 중요한지) 알게 된다. 두 언어가 머릿속에서 서로 엉켜 붙은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은 훌륭한 ‘조각모음’ 도구다. 〈성문종합영어〉와 〈맨투맨종합영어〉가 교실을 지배하던 시절에 영어를 배운 이라면 더더욱 곁에 가까이 두고 읽어볼 만한 책이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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