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Le Monde)

설립
1944년 12월18일

판형
베를리너판

발행

평일 일간지, 주말판, 웹사이트, 모바일 앱


편집국 현황
프랑스 파리 본사


기자 수
총 400여 명

기술지원
개발자 40명, 데이터 전문가 5명

독자 (2017년 10월)
지면 정기구독 약 10만명
평균 가판대 구매 약 5만 부
온라인 정기구독 약 13만명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 구독자 약 394만7800명
인스타그램 팔로어 약 35만6000명
트위터 팔로어 약 761만8200명
유튜브 구독자 약 12만4300명

ⓒ시사IN 조남진프랑스 파리 남부에 위치한 〈르몽드〉 본사. 지면 활자 디자인을 유리에 그대로 코팅했다.

20세기 신문의 시대, 〈르몽드〉라는 이름에는 늘 무게감이 실렸다. 1944년 창간한 〈르몽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이자, 독보적인 독립 언론이었다. 전후 드골 정권하에서 창간을 이끈 위베르 뵈브메리는 지분을 기자와 사원, 임원에게 양도하며 사원주주 방식의 독립 언론 모델을 세웠다. 상당한 지분을 직원들에게 넘긴 것은 편집권 독립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1951년 처음 탄생한 기자조합은 지분율 29%로 출발해 1968년에는 약 40%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하기도 했다. 사원주주 방식은 편집권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많은 이들에게 롤모델이 되었다.

그러나 기자조합, (별도의) 사원조합, 전·현직 임원에게 분배된 지분으로 편집권을 지킨다는 논리는 생각보다 쉽게 위기를 맞았다. 자금 부족으로 외부 자금 수혈을 받은 횟수가 1985년부터 열 차례에 이른다. 거듭된 유상증자는 ‘사원주주’의 지분율을 낮췄다. 2010년에는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 프랑스 최대 통신사 ‘오랑주(Orange)’의 인수설이 돌기도 했다.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공공연히 매각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사원주주들이 반발했다. 결국 피에르 베르제, 자비에 니엘, 마티외 피가스라는 좌파 자본가 3인이 1000만 유로를 투자해 전체 지분의 54.4%를 차지하는 것으로 급한 위기는 피할 수 있었다.

ⓒ시사IN 조남진제롬 페놀리오 〈르몽드〉 보도부문 대표는 2015년부터 편집국을 이끌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사이 저널리즘의 지형도 바뀌었다. 〈르몽드〉 역시 디지털 시대에 적응해야 했다. 신규 투자와 기존 재정지출 정비를 병행했다. 프랑스 언론 환경은 프린트 미디어(종이 신문)에 점점 혹독해지고 있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프랑스 국민의 종이 신문·잡지 이용률은 27%로, 조사 대상 26개국 가운데 한국(27%), 미국(26%)과 더불어 최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신문 전체 인쇄부수도 매년 감소 추세이고 광고수익도 하락세다. 그나마 프랑스 내 좌·우파를 각각 대표하는 일간지 〈르몽드〉와 〈르피가로〉가 온라인 사이트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르몽드〉 사이트 경험도(지난 1주간 접속 유무를 묻는 질문)는 18%로 프랑스 뉴스 사이트 가운데 2위다. 무료 기사를 제공하되, 유료 구독 모델로 전환토록 유도하는 〈르몽드〉의 ‘페이월(Pay Wall)’은 10월 기준 구독자 약 13만명을 모집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 10월16일 방문한 〈르몽드〉는 과거의 흔적과 변화의 움직임이 혼재되어 있었다. 지면 활자 디자인을 그대로 유리에 코팅한 외관은 종이 신문의 전통을 담았지만 시위대가 스프레이 페인트로 칠한 ‘은행과 결탁한 자들’ 같은 문구도 외벽에 남아 있었다. 테러에 대한 경계 때문에 외부인의 출입 조건도 까다로웠다.

내부에서는 꾸준히 다음 시대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현재 짓고 있는 신사옥 설계도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파리 동부 센 강변, 오스테를리츠 역 인근에 건설 중인데 높이 37m, 면적 2만2500㎡ 규모의 대형 건축 프로젝트다. 층마다 부서가 분절되어 있는 현 편집국과 달리, 온·오프라인 통합 뉴스룸을 갖출 계획이라고 한다.

ⓒ시사IN 조남진페놀리오 대표는 “기자의 취재와 결과물이 모든 콘텐츠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편집국 내부 모습.
여러 방으로 나뉘어 있는 현 편집국에서는 ‘데코되르(décodeurs)’ 부서가 눈에 띄었다. 데코되르는 데이터 전문가 5명, 개발자 40명, 영상 및 디자인 전문가 등 핵심 디지털 인력이 모여 있는 부서다. 일종의 디지털 대응 특화팀인 데코되르는 〈르몽드〉 기사를 각 플랫폼에 맞게 재구성·재배치·재편집하는 일을 도맡는다. 이날 만난 제롬 페놀리오(51) 보도부문 대표는 “데코되르의 역할은 시사를 잘 설명하고, 루머에 대항하는 것이다.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사뿐 아니라 비디오, 카툰, 모션 디자인이 필요한데, 이를 전담하는 기술팀이 데코되르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최근 공을 들이는 분야는 소셜 미디어(SNS) 스냅챗의 ‘디스커버’ 코너다. 15~25세 연령대가 주로 활용하는 스냅챗에서는 긴 글로 기사를 게재하기 어렵다. 이미지와 설명, 독특한 애니메이션 요소가 이 채널을 운영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제롬 페놀리오 대표는 편집국 전반을 아우르는 편집 담당 대표이사다. 2015년 그의 발탁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1991년 스포츠 담당 기자로 〈르몽드〉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디지털판 편집국장으로도 일한 페놀리오 대표는 당초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다. 깜짝 발탁이었다. 대주주 3인방이 후보군 가운데 최종 후보를 낙점하고, 사원 투표로 이를 승인하는 시스템에서 페놀리오의 임명과 승인은 〈르몽드〉의 당면 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시사IN 조남진본사 1층 로비에는 〈르몽드〉가 발간한 신문과 잡지가 걸려 있다. 테러에 대한 경계 때문에 외부인의 출입 조건이 까다롭다.
퀄리티 저널리즘 우선주의

“편집권 독립의 최종 보증인은 나다.” 인터뷰하는 동안 페놀리오 대표는 편집권 독립의 최종 전선에 자신이 서 있다는 점을 세 차례나 강조했다. 페놀리오 대표는 취임 이후 새로운 편집권 독립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지난 1월12일 3인 대주주와 〈르몽드〉 독립부(2011년 기자·직원·독자·창시자 협회를 모아 만든 협회) 간 합의가 대표적이다. 당시 합의의 핵심은 ‘다수결 저지 비율’ 확보다. 독립부는 현재 전체 지분의 33.5%를 가지고 있는데, 이사회 내 다수결 저지 비율은 33.34%다. 이사회에서 대주주의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막기 위해 독립부의 지분이 중요하지만, 향후 추가 증자로 다수결 저지 비율이 무너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올해 체결한 합의는 추후 독립부의 지분이 다수결 저지 비율에 미치지 못하더라도(33.34%보다 떨어지더라도) 의결권을 33.34%만큼 충분히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2025년까지 유효하고, 5년씩 두 번 갱신이 가능한 ‘한시적 협약’이지만, 2010년 이후 다소 무너진 〈르몽드〉 내 힘의 균형을 조금이나마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받아들여졌다.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르몽드〉에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재정적 안정성과 기자의 역량이다. 재정적 안정을 위해서는 수익구조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르몽드〉의 수익구조는 크게 다섯 가지다. 광고, 지면 구독, 디지털 구독, 콘퍼런스를 비롯한 이벤트 수익, 그리고 정부 보조금이다. 10월 기준으로 지면 정기독자 10만명, 가판대 판매량 하루 평균 5만 부다. 2005년부터 시작한 디지털 유료 구독자는 현재 13만명 정도다. 감소하는 지면 구독자 대신 디지털 유료 구독자를 계속 늘려갈 방침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벤트 수익과 정부 보조금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르몽드 페스티벌’은 매해 9월 각종 포럼, 워크숍, 대담이 4일간 펼쳐지는 대형 문화 축제다. 주제도 다양하다. 시사·저널리즘·영화·오페라 등 다양한 지적 활동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여기에 다른 프랑스 언론과 마찬가지로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 또한 우편배송 부분 지원, 부가가치세 세율 인하 같은 혜택도 있다.

페놀리오 대표는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적 안정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좋은 탐사보도, 그리고 탐사보도를 가능하게 하는 기자의 역량이다. “사람들은 질 높은 정보를 위해 얼마든지 결제할 준비가 돼 있다. 그렇다면 좋은 기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자를 키우고 보호하는 일이 결제할 구독자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다.” 페놀리오 대표는 데코되르 같은 기술 지원팀도 기자들이 만들어내는 ‘좋은 정보’가 있어야 활약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기자의 취재와 그 결과물이 모든 콘텐츠의 원천이라는 설명이다. “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퀄리티 저널리즘’을 유지하는 게 바로 생존법이다.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구독자 폭탄(증가)’을 맞지 않았나. 우리도 올해 대선 기간에 많은 독자들이 몰렸다. (민주주의가 위기일수록) 퀄리티 저널리즘을 잘 구현한 곳에 독자가 호응한다. 퀄리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언론일수록 결제해줄 구독자를 설득하기가 어렵다.”

좋은 기사가 있고 이를 변형해 디지털에서 다양하게 유통시킨다. 그래야 독자가 지갑을 연다. 〈르몽드〉의 생존 방정식은 이 같은 선순환에 기초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잊는 ‘퀄리티 저널리즘 우선주의’는, 〈르몽드〉가 살아남기 위해 ‘독립성’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이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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