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특성화고에 다니던 이민호군이 프레스에 깔려 숨진 사건 전후로 현장실습 중이던 학생들의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다. 11월16일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서 일하던 한 특성화고 3학년 박 아무개군이 플라스틱 제조공장 4층에서 투신해 다리와 머리 등에 부상을 입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의식도 회복된 상태지만 기도 삽관 등의 조치로 11월30일 현재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다.
투신 전 박군은 17명 규모의 합성섬유 제조업체에서 박스 포장 업무를 담당했다. 화학물질 배합 업무를 보조하기도 했다. 실습을 시작한 지 8일째였다. 특히 박군이 투신 직전 담임교사와 통화하면서 선임이 욕설을 했다고 말한 내용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확산되었다. 업체 대표는 그런 사실이 없었다며 제주도 이군의 사고와는 결이 다르다고 반발했다. 그는 오히려 학교 측의 대응을 비판했다. “뛰어내리기 전 20분간의 통화에서 무슨 말이 오갔기에 그랬을까. 우린 현장실습생을 처음 받는 거라 기대가 있었고 잘해주려고 했다.”
11월29일 박군의 학교를 찾은 날, 학생들을 비롯해 일반 교사들은 이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거부하며 “보도된 내용이 너무 왜곡되어 있다. (학생이) 교사에게 했다는 얘기도 일부만 확대됐다. 경찰 조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박군의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진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수사 인력을 보강해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사항이 있었는지 점검 중이다.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 관계자는 “가족의 요청으로 투신 당일의 기록 이외에도 박군의 근무일자 당시 CCTV를 전부 확보하고 핸드폰과 컴퓨터도 수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11월17일에는 인천의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3학년 박 아무개군이 현장실습 중이던 돈가스 제조업체의 육류 절단기에 손가락이 잘리는 부상을 입었다. 컨베이어에서 잘린 고기를 나르는 업무를 하던 박군은 끼어 있는 고기를 빼다가 사고를 당했다. 박군은 업무와 관련해 사전에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를 만나본 이로사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실습이 보름 정도 지난 상황이라 어느 정도로 위험한 작업인지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후 업체가 남은 실습생들에게 안전교육을 받았다는 일지에 서명하라고 했다는 얘길 들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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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도사린 현장실습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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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죽었다 [편집국장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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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생 이군의 마지막 문자 “내일 집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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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죽어나는데 취업률만 높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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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 사진으로 돌아온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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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현장실습생 사고’는 반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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