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ters=Newsis영화 〈불편한 진실〉은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위)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녹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영국 법원은 이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비판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지난 2월 영화 〈불편한 진실〉로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도 상영된 이 영화는 환경론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었지만 일부 개발론자들로부터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노벨 평화상 수상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10월11일 영국 법원의 마이클 바턴 판사는 이 영화 내용 중 9가지 부분이 과장됐거나 기우(alarmist)에 가깝다고 판결했다. 이 재판은 우파 정치조직 '뉴 파티'의 회원이자 켄트 지역 장학사인 스튜어트 디목 씨가  법원에 상영금지 청원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이 영화가 중등학교에서 상영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 이후 일부에서는 아카데미상이 취소되어야 한다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하지만 법원 판결을 잘 살펴보면, 다큐멘터리 전체에 오류가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다큐멘터리 내용이 전반적으로 정확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등학교에서 상영될 때는 학생들에게 반대되는 의견도 같이 설명해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게다가 법원이 지적한 9가지 문제점에 대해서도 재반론이 만만치 않다. 영국 법원이 지적한 9가지 오류(?)와 이 판결에 대한 앨 고어 지지자들의 재반론을 소개한다.

1. 해수면이 상승한다 불편한 진실 : 가까운 장래에 남극이나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20피트(약 6.1m) 상승할 것이다. 법원 : 그린란드가 진짜 녹으면 해수면이 그렇게 상승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야 하는 것으로 기우에 불과하다. 재반론 : 기후 변동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100년에 걸쳐 지속되면 얼음층이 녹는다. 보고서는 이런 해빙이 100년보다 더 빨리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 산호섬이 물에 잠긴다 불편한 진실 : 태평양의 사람이 사는 화산 산호섬이 인간이 만들어낸 지구 온난화로 인해 물에 잠기고 있다. 법원 : 이런 사태가 일어나 사람들이 대피한 적은 없다. 재반론:  투발루 정부는 50년 안에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국민을 이웃 뉴질랜드로 대피시킬 계획이다.

 

 

3. 해류가 멈춘다 불편한 진실 : 지구 온난화로 따뜻한 해수가 멕시코 만류를 통해 북대서양을 건너 서유럽으로 순환하는 거대한 해양 컨베이어 벨트를 마비시킬 것이다. 법원 : 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순환 벨트가 미래에 정지할 가능성이 희박(very unlikely)하다. 보고서는 다만 그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재반론 : ‘very unlikely’라는 말은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다. 5~10%의 가능성을 포함한 다. 해수가 멈출 경우 그 결과가 너무 참혹하기 때문에 앨 고어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려 했던 것이다.

4. 이산화탄소 증가로 기온이 올라간다 불편한 진실 : 65만 년 동안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온도 변화에 대한 두 개의 그래프를 비교하면 그 증가 경향이 정확히 닮았다. 법원 : 일부 과학자들이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두 개의 그래프가 완전히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 재반론 : 이산화탄소가 더 있으면 온실효과가 발생해 기온이 올라간다는 점은 과학계의 주류 의견이다.

5. 킬리만자로 만년설이 사라진다 불편한 진실 : 킬리만자로 산 정상의 만년설이 사라진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법원 : 킬리만자로의 눈이 녹는 이유가 과연 인간이 초래한 온난화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학계에서 합의된 의견이 아니다.

재반론 : 지구 온난화로 열대 고산지방의 눈과 얼음이 녹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킬리만자로 만년설의 사례가 설사 논란이 되더라도, 영화 전체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6. 호수가 사라진다 불편한 진실 : 차드(Chad) 호수가 말라버린 현상은 지구 온난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법원 : 차드 호가 말라버린 현상은 인구 증가와 과도한 목초 그리고 지역의 기후 변화로 인한 것이다. 재반론 :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차드 호수가 마른 이유 중 절반은 주민이 물을 과도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기후 변화가 원인이었다. 차드 호 분지 조사위원회의 아나다 티에가 씨는 호수 고갈 원인 중 50~75%가 환경 변화라고 설명했다.

 

 

7. 초대형 허리케인이 생긴다 불편한 진실 : 허리케인 카타리나(Katarina)발생 역시 지구 온난화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법원 : 카타리나가 지구 온난화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 재반론 : 지구가 따뜻해지면 허리케인이 더 커지고 강해진다는 점에는 학계가 동의한다. 영화는 강력한 허리케인이 초래하는 피해 사례로 카타리나를 들었다.

8. 북극곰이 죽는다 불편한 진실 : 북극곰이 얼음을 찾기 위해 먼 거리를 헤엄치다가 바다에 빠져 죽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법원 : 두 개의 상반된 견해를 가진 과학자들이 발견한 것은 최근에 북극곰 네 마리가 폭풍 때문에 물에 빠져 죽었다는 사실이다. 재반론 : 폭풍은 언제나 있었다. 북극곰들이 최근 폭풍으로 죽은 것은 지구 온난화로 더 멀리 이동했기 때문이다.   9. 산호초 색깔이 변한다 불편한 진실 :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세계 모든 산호초가 탈색되고 있다 법원 : 탈색 현상은 과도한 어업 행위나 오염과 같은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재반론 : IPCC 보고서에 따르면 20세기 후반 지구 기온 상승으로 인해 빙해가 녹고 영구 동토층이 파괴되며 산호층이 표백되는 점을 들고 있다. 영화는 그 점을 주목하고 있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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