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진행되었던 기독교민주당(기민당)·기독교사회당(기사당) 연합, 자유민주당(자민당), 녹색당의 연정 협상이 결국 결렬되었다. 11월19일 밤(현지 시각) 자민당 크리스티안 린드너 대표는 “더 이상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각 정당의 상징색인 검정·노랑·초록이 자메이카 국기의 색 조합과 같아서 ‘자메이카 연정’이라 불린 연정 구성이 좌초한 것이다.

자메이카 연정이 출범할 경우 기민당·기사당 연합 246석, 자민당 80석, 녹색당 67석 총 393석으로 과반 355석을 넘어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독일 언론은 협상 초기부터 자메이카 연정 협상이 난항을 겪으리라 예상했다. 정당 간 노선 차이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경제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우파 정당이고, 녹색당은 환경정책뿐 아니라 다른 정책에서도 진보 성향이 강했다.

연정 협상에서 마지막까지 가장 극명하게 대립한 이슈는 난민 가족의 수용 문제였다. 유럽에서 난민의 권리는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국적을 가진 나라로 강제송환될 경우 비인간적 고문, 형벌, 물리적 폭력에 노출될 사람에게 주어지는 무조건적인 난민의 권리이다. 다른 하나는 전쟁과 같은 위험이 발생한 경우 강제송환이 금지되고 한시적으로 체류 허가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이다. 독일에서는 후자에 속하는 난민도 본국에서 가족들을 데려올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있다. 2015년 8월 독일 정부는 이 권리 행사를 2018년 8월까지 유예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AP Photo11월23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왼쪽)이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이번 연정 협상에서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자민당은 유예 기간을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녹색당은 강력하게 반대했다. 연정 협상에 참여했던 녹색당 유르겐 트리틴 전 환경장관은 일간지 〈빌트〉와 한 인터뷰에서 “한시적 체류 허가를 가진 난민들이 가족을 데리고 올 수 있는 권리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권리를 더 유예하는 것은 반인간적인 행위이다”라고 말했다. 난민정책 외에도 석탄 화력발전소 폐쇄 등 환경문제를 두고도 녹색당과 나머지 정당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사민당과 대연정을 꾸리는 방법도 고려

메르켈 총리의 선택지는 세 가지다.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채 소수 정부를 꾸리거나, 사회당과 대연정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의회를 해산하고 재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먼저 소수 정부는 매우 불안정하다. 최악의 경우 중간에 불신임 투표를 통해 총리가 교체될 수도 있다. 11월23일 현재 독일 여론은 기사당·기민당 연합과 사민당의 대연정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날 연정 협상의 중재자로 나선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와 만나 연정 참여를 요청했다. 애초에 연정 불참을 선언했던 사민당도 고심이 많다.

물론 새로운 선거를 바라는 세력도 있어서 의회가 해산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새로운 선거가 치러지더라도 9월24일 총선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기자명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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