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이용마 지음
창비 펴냄
지난 9월 이용마 MBC 해직 기자의 자택에서 긴 인터뷰를 마치고 식사를 하러 갔다. 복막암 투병 중이라 음식을 가릴 줄 알았는데 기력이 쇠해 요즘은 뭐든 잘 먹는다고 했다. 손님이 오면 아내 김수영씨도 외식을 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고 했다. 점심 메뉴는 청국장과 보리밥이었다.

밥을 먹다 두 사람의 첫 만남에 관해 물었다. 이용마 기자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쓰듯 건조하게 아내를 소개받게 된 경위를 말했다. 어쩌면 살면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였을 텐데 한 문장으로 정리가 되었다. 그와 인터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학 시절과 기자 생활, 파업 당시의 이야기를 과장하거나 덜어내지 않고 덤덤하게 전했다. 힘든 기억을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책을 읽는 동안 그날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처음엔 두 아들 현재와 경재에게 전해주기 위해 쓴 글이었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10년 정도 지난 뒤 읽을 거라 가정하고 썼다. ‘그가 살아온 삶에 대한 정리이자 우리가 살아온 세상, 우리가 바꾸어야 할 세상에 대한 기록’이다. 그의 꿈은 우리가 사는 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 아이들이 그걸 기억해주길 바란다는 당부가 담겼다.

1987년 대학에 입학해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을 온몸으로 경험’한 그는 MBC에 입사한 뒤 사회부, 경제부, 통일외교부, 정치부 등을 거치며 사회의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가는 부서마다 굵직한 일이 터졌고 그 자체로 현대사였다. 검찰을 출입할 때 삼성 에버랜드 불법 상속 고발 사건이나 송두율 교수 사건을 다루는 검찰의 태도에서 기득권의 민낯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는 아직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가지 못할 길은 아니라고 말한다. 책에는 뜻밖에 아내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내가 그날 들은 문장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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