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8일부터 1주일 일정으로 중국공산당(이하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이하 ‘당 대회’)가 열렸다.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는 공산당이 견지할 이념 문제를 다루고, 전대(前代) 지도부의 성과를 평가한다. 또 차기 임기 동안 추진할 정책 노선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원 등의 차기 당 지도부도 선출한다. 당 대회의 안건과 결의 내용을 파악하면 중국의 현재 상황을 가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공산당이 대회 개막 전에 공표한 공고에 따르면, 이번 당 대회에서 논의·결정할 주요 내용은 크게 빈곤 탈출, 반부패, 일대일로(육상과 해상 신(新)실크로드) 전략, 정치체제 개혁, 국가감찰체제 개혁, 간부 임용 등이다. 향후 새로운 5년 동안 시행할 국정 운영의 대체적인 방향과 원칙은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된 당 대회 첫날 행한 개막 보고로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대회장 연단에 서서 전국 450여만 개 기층 당 조직의 당원 8900여만 명을 대표해 대회에 참석한 2280명을 향해 보고를 했다. 이 보고에서 시진핑은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으로서 총 13개 분야에 걸쳐 지난 5년간의 당·정·군 전반에 걸친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Xinhua10월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이 후진타오 (왼쪽 네 번째), 장쩌민(왼쪽 여섯 번째) 전 주석 등과 함께 서 있다.

먼저 당 이념은 변화나 조정이 된 게 없었다. 시진핑 주석은 선대의 이념을 계승하면서 자신의 기존 정책방향을 새롭게 강조했다.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 중요 사상, 과학발전관’을 계승하고, 자신이 새롭게 내세우는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사상(新時代中國特色社會主義思想)’을 당의 사상적 지표로 삼았다. 이는 대회가 끝나면 ‘시진핑’이라고 기명하지 않고 당장(黨章·당헌) 개정안에 시 주석의 지도사상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당장에 그의 이름이 붙여져 ‘시진핑 사상’이라고 기술된다면 이는 그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반열에 오른 것임을 의미한다.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사상’ 강조는 덩샤오핑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통한 경제발전을 지속하지만, 자신의 집권 이전 시대와는 다르다는 차별화 의도가 내포돼 있다. 시진핑 주석이 개막 연설에서 유달리 ‘새로운(新)’이라는 표현을 강조한 이유다. ‘새로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69회나 언급했는데, 이는 이념 및 정책노선의 지속과 변용을 강조한 변증법적 수사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32차례 강조

시 주석은 자신의 ‘집권 1기’에 대해 “새로운 시각의 이론 탐색으로 혁신적 성과를 거뒀다”라고 평가했다. 지난 5년간 국내총생산(GDP)이 54조 위안에서 80조 위안으로 증가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으며, 6000만명이 빈곤에서 벗어나고 도시의 신규 취업자 수가 연평균 1300만명 이상이 돼 민생 안정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32차례나 언급했다. 집권 제2기 국가 운영의 기조로 2012년 자신이 집권하면서 제시한 ‘전면적 샤오캉(小康) 사회 실현’, ‘새 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위대한 승리, 그리고 세계적인 리더 국가로 부상시키고자 하는 중화민족의 ‘중국의 꿈(中國夢)’을 다시 강조했다. 전자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에 달성하고, 후자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 안으로 달성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양대 100년의 꿈’으로서 ‘부강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실현’이라는 로드맵을 제시한 셈이다.

시진핑 주석은 당 차원에서 가장 중점을 둘 과제로 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그는 개막 보고에서 ‘샤오캉 사회 실현(17회)’보다 ‘반부패 투쟁(20회)’을 더 많이 언급하며 부패 척결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제18차 당 대회 이후 저우융캉, 보시라이, 쉬차이허우, 쑨정차이 등 당 최고위층 인물의 부패 사범을 엄정하게 처리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당 기율과 국법을 위반하면 일벌백계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부패 방지를 위해 당내 법규 90여 곳을 제정하거나 수정하고, 전국 277개 당 조직을 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존 당의 감찰 기능을 국가 전체로 확대하고자 하는 국가감찰체제를 개혁해 당과 정부에 대한 사정 기능을 높이려 하고 있다. 현재 당 중앙의 지시로 베이징·산시·저장 3개 시범지역에서 성(省)·시(市)·현(縣) 3급 감찰위원회를 모두 구성한 상태다. 시범지역에서의 감찰위원회 성과를 기반으로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 국가 지도자로서 자신이 처한 국내외 정세가 대단히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경제성장이 둔화(성장률을 6.5%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는 그 이하일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된 데다 지난해 의욕적으로 시작한 국영기업의 개혁이 반발 세력의 저항에 부딪혀 더 이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성장동력 상실, 경제상황 악화, 토지분규 문제로 인한 농민계층의 집단적 저항, 만연된 부패 문제에 이어 3개 주요 격차(도시와 농촌, 동부와 서부 내륙지역, 한족과 소수민족 간의 경제 및 소득 격차) 문제도 심각하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불공정 거래와 위법·탈법·편법 행위가 난무하지만 이를 감독하고 바로잡아야 할 지방 당 간부나 관료들의 기강은 느슨하다. 관료들의 직무 태만과 부패 행위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공산당과 정부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당 중앙의 통제는 헐겁다.

국제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미국의 고압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환율조작을 수단으로 한 대미 덤핑 수출을 시정하라고 압력을 가한 데다 북핵 문제에서도 중국의 역할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만약 중국의 역할이 시원찮으면 미국이 직접 나설 것이라는 최후통첩까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의 의지대로 일방적으로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대외문제에서 상호 존중, 공평 정의, 협력으로 상생을 추구하는 ‘신형 국제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미국을 염두에 두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AFP PHOTO7월8일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포즈를 취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러한 총체적 난국, 내우외환 위기 상황을 헤쳐나갈 수단으로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기존 권위적인 강경책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임을 드러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시진핑 주석은 경제적 부, 즉 물질로 공산당 일당독재 통치의 정당성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획기적으로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정공법은 아니지만, 그는 향후 당을 중심으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통한 경제 성장을 계속하면서 평등과 복지를 중시하는 전면적 샤오캉 사회를 실현시키는 쪽으로 정책을 펼 것이다. 빈곤 탈출의 지표로 먼저 2020년에 농촌의 빈곤인구를 제로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이 과제는 인민에 대한 당의 약속이며, 물러날 퇴로가 없는 임무로 규정했다.

과연 시진핑 주석의 이러한 대응책이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둘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중국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은 과감한 제2의 혁명적 조치가 없으면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의 근원은 공산당이 표방하는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이 부분을 건드리려는 의지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미래는 점진적으로 복수 정당이 상호 견제하고 협력하는 다당제로 나아가는 ‘위로부터 개혁’을 준비하지 않으면, ‘아래로부터의 반정부 저항’은 더욱 드세질 것이다.

이번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개혁 의지와 로드맵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위로부터 개혁을 지속하되 개혁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공산당이어야 하며, 아래로부터 변화하는 싹을 차단하려는 의지만 읽힌다. 이는 시민사회가 형성되는 공간의 확대를 막는 방향으로 당과 권력이 운영될 것임을 예견케 한다.

집단지도체제 약화시키고 1인 권력 강화

물론 이번 당 대회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정치체제를 개혁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인민과 괴리된 공산당 단독의 개혁이라 한계가 있다. 그는 정치개혁이나 민주국가의 제도를 받아들일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 중국은 다른 나라 모델을 모방하거나 답습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중국의 독특한 문화 전통, 독특한 역사적 운명, 독특한 기본 국정으로 반드시 중국만의 고유한 발전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당의 새로운 건설을 위한 방안으로 당원들의 개인주의·분산주의·자유주의·종파주의 등 총 8개 항의 작풍에 반대해야 한다는 ‘8개 주의 반대’를 추진할 것임을 알렸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작동돼온 집단지도체제를 약화시키고 1인 권력 강화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열린 18기 3중 전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조직한 ‘개혁소조’가 맹위를 떨치는 친정체제를 강화해 당·정·군을 총괄적으로 진두지휘할 것이다. 앞으로 5년 동안 개혁·개방 노선을 지속하는 한편, 반부패 투쟁과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하게 공산당을 통제함)’을 축으로 당과 관료뿐만 아니라 군과 언론에 대한 통제와 감찰을 강화할 것이다.

시 주석의 이런 구상을 뒷받침할 인물로 누가 포진될 것인지도 주목 대상이다. 향후 시진핑 체제를 이끌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 정치국 위원과 상무위원은 당 대회 폐막 뒤인 10월25일부터 시작하는 제19기 중공 제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중 전회’)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1차 회의가 끝나면 공표된다. 현재 당 대회에서 ‘칠상팔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라는 불문율에 따라 최고 지도부인 제18기 상무위원 중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5명은 퇴임 대상이어서 교체가 확실시된다. 그 자리에 시진핑 측근 그룹인 ‘시자쥔(習家軍)’이 포진될 가능성이 크다.

시자쥔이란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의 고향이자 청년 시절 하방(下放·지식인을 노동 현장으로 보냄)했던 산시 출신, 또는 시 주석이 푸젠성, 상하이 등의 지방 관리로 일할 때 함께 근무했던 이들이다. 여기에 속하는 주요 인물은 기율검사를 전면에서 지휘한 왕치산 중앙기율위 서기, 리잔수 당 중앙판공처 주임, 자오러지 중앙조직부장 등과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중산 상무부장 등이다. 시자쥔은 개혁을 개시하면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경제정책 추진에서도 역할이 커질 것이다. 이는 집단지도체제에서 총리의 전담 영역이었던 경제와 행정 등의 내치도 시 주석이 장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자명 서상문 (고려대학교 한국전쟁아카이브 연구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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