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정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인증’이 북한에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 미국 언론과 워싱턴 정가에서 제기되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이란 핵협정 무력화로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이 무너졌다”라고 지적했다. 〈뉴요커〉 역시 “트럼프의 불인증으로 미국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북한 내 대화파들의 입지도 축소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은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북한은, 미국이 여러 나라와 함께 만든 협정까지 준수하지 않으려는 행태를 봤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인증 결정을 내린 주된 이유는, ‘이란의 핵협정 불이행’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보기에 이른바 ‘나쁜 행동’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너의 나쁜 짓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협정을 깰 수 있다면,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북한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1990년대 이후 북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북·미 양측은 제네바 기본합의문(1994년), 9·19 공동합의문(2005년), 북·미 2·29 합의(2012년) 등 수많은 약속을 만들어냈다. 때로는 중국·러시아 등 다른 나라들이 끼어들기도 했다. 그런데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를, 미국 측은 ‘신의 없는 북한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물론 북한 측은 ‘미국이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불인증은 이란은 물론 독일 등 다른 협정 체결국에 대한 신의까지 저버린 모양새다.
북한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 자명하다. 미국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이며, 지루한 협상을 통해 어렵게 결론을 도출해봤자 미국이 그것을 언제든 파기할 수 있다면, 협상 자체의 필요성이 사라진다고 여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협정 불인증이 먹구름이 잔뜩 낀 북·미 관계를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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