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연휴’를 알리는 기사가 쏟아졌다. 인천공항에 몰린 해외여행 인파, 긴 연휴 후유증 예방법…. 하지만 적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황금연휴’는 남의 이야기였다. 노동건강연대,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등 단체가 구성한 ‘직장갑질119 준비위원회’의 ‘직장인 대상 추석 연휴 근무 실태 및 불만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38명 가운데 하루에서 사흘까지만 쉬는 사람이 절반에 가까운 44.05%였다. 추석 연휴에도 근무하는 이유로는 ‘회사 또는 상사가 시켜서’라는 응답이 50.37%로 절반을 넘었다. 61.71%가 휴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 준비위원회’에 참여하는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전수경씨(46)는 추석 연휴로 들뜬 사회 분위기에서 2016년 촛불 광장을 떠올렸다고 했다. “대학 학생회가 연단에서 발언할 때 금방 일하다 온 것 같은, 작업복 입고 왔다가 소리 없이 빠져나가는 20대들이 눈에 밟혔다. 광장에 처음 나왔지만 말을 섞지 못했던 그런 사람들. 열흘 추석 연휴도 어쩌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전씨가 인터뷰한 홈쇼핑 하청 콜센터 노동자는 이번 연휴에 원청이 세운 매출 목표에 따라 쉬는 날과 일하는 날이 정해졌고,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사람이 부족해서 일을 나가야 했다. “일터 안에서 느끼는 억압을 자기 목소리로 말하기 어렵지만 그것이 생활의 전부인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느끼는 직장 안 ‘갑질’, 전근대적이고 권위적이고 잘못된 관행을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달 말 정식 출범하는 ‘직장갑질119’는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않은 이들이 말할 수 있는 통로가 되려 한다.
노동조합이 포괄하지 못하는 이들의 노동과 건강은 전씨가 활동하는 노동건강연대(대표 이상윤)가 2001년 창립할 때부터 주목해온 대상이다. 노동건강연대는 지난해 삼성·LG 휴대전화 부품공장에서 파견 노동을 하다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한 20~30대 청년 6명과 함께하고 있다. 관련 조사 보고서도 펴냈다. 전씨는 “실명한 6명은 각자 일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노동부와 복지부, 동사무소의 관할 구역이 달라 산재로 시력을 잃은 노동자들이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한다. 노동부는 현실을 알면서도 사실상 손 놓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현장에 다가가는 글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한 전씨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노동과 건강(알쓸노건)〉이라는 제목의 소책자를 기획·편집했다. 무료 배송·배포 중이다. 공장 노동자나 배달 노동자가 일터에서 말 그대로 ‘살아남는 법’을 적은 ‘알쓸노건’은 연말쯤 단행본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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