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회색일까, 분홍-흰색일까? 운동화 사진(왼쪽) 한 장이 온라인을 달궜다. 어떤 사람 눈에는 영락없이 회색 바탕에 민트색끈 운동화이고, 어떤 이 눈에는 의심할 여지없이 분홍 바탕에 흰색 끈 운동화이다. 온라인 세상에서 예전 ‘파란색-검은색 대 흰색-금색 드레스’ 논쟁을 잇는 ‘색깔 대첩’이 벌어졌다. 저게 어찌 민트-회색으로 보일 수 있는지 납득이 안 되지만(기자 눈에는 분홍-흰색으로 보인다), 싸우지 말지어다. 같은 물체라도 사람마다 서로 다른 경험을 토대로 색을 유추해 판단한단다. 이른바 ‘기억색’의 차이이다.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세월호 참사 당일 보고서의 최초 보고 시각은 눈을 씻고 봐도 오전 9시30분이다.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가 아니라 사실은 ‘세월호 7시간30분 미스터리’였던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은 이제까지 줄곧 오전 10시에 최초로 세월호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주장해왔다. 국가 재난 시 청와대의 책임을 명시한 국가위기관리 지침에 아무리 빨간 줄을 긋고 불법으로 변경해놓아도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아무말’이 성립되는 건 아니다. 이건 생각과 관점이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다. 아니, 나쁜 거다.

박근혜 전 대통령 눈에는 운동화와 드레스가 무슨 색으로 보일까? 모조리 빨개 보인다며 ‘블랙리스트’에 올렸을까? 자꾸 영화와 책과 신문이 빨간색으로 보이는 병에 걸린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독방 입주를 당분간 이어갈 예정이다. 1차 구속 기한 만료(10월16일 자정)를 앞둔 지난 10월13일 법원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구속영장의 만료 시한이 공교롭다. 2018년 4월16일, 세월호 4주기이다.

‘아이들의 대통령’ 뽀로로는 코끼리 코딱지를 반찬 삼아 밥을 먹는다는데, 날마다 법원 앞에서 성조기와 이스라엘기를 흔드는 ‘박사모 회원들의 대통령’은 오늘 무슨 반찬에 밥을 먹을까? 구치소 독방 전세 계약이 갱신된 10월13일 저녁 서울 구치소 식단은 북어포국·생선구이·단무지(고춧가루)·열무김치였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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