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CCTV 카메라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 사고도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누군가 박고 뺑소니를 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백화점의 도움을 받아 뺑소니 운전자를 찾은 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뺑소니 운전자를 찾지 못한 경우라면? 이럴 때는 백화점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백화점에 따라 배상을 잘 해주지 않으려는 곳이 있어 승강이를 벌여야 하는 경우가 잦다.

이정재씨(38·자영업)는 지난 9월 말, 용산 아이파크 백화점 주차장에서 봉변을 당했다. 누군가 이씨의 차를 긁고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씨는 주차장 책임자를 불러 배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책임자는 CCTV를 확인해 보고 난 뒤에야 배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추후에 연락해주겠다고 했다. 이씨는 일단 귀가한 뒤 백화점 측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러나 백화점에서는 며칠이 지나도록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씨가 백화점에 여러차례 전화를 걸어 배상을 요구했지만 백화점은 확실한 답변을 않고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이정재씨가 ‘영업배상책임보험’을 거론하며 배상해주지 않으면 한국소비자원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에야 백화점 측의 태도가 달라졌다. 2주일 가량 흐른 뒤였다. 아이파크 백화점 측은 “주차장에서는 사고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여서 배상 여부를 알려줄 수 없었고, CCTV를 판독하는 데도 7~10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답변이 늦은 것뿐이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정재씨의 상한 감정은 쉽사리 치유되지 않았다. 그는 “어차피 배상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래야 하는 일이라면 처음부터 깨끗하게 배상해줄 일이지 뭉개다 마지못해 배상해주는 태도에 화가 치민다”라고 말했다.

할인마트 무료 주차장도 배상 요구 가능

이정재씨는 ‘투쟁’을 통해 배상을 받았지만, 이런 경우 소비자는 백화점 측에 당당하게 배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CCTV 확인 결과 소비자의 부주의나 과실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면 주차장 시설을 관리하는 업체가 손해를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유통업체가 무료 주차장으로 운영하거나 CCTV 사각지대여서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발뺌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주차장은 할인마트 시설의 일부분이고, 소비자는 할인마트 물건을 사기 위해 무료 주차장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높이 제한 표시가 안 된 지하 주차장에 지프형 차가 진입하다가 차체가 지붕에 부딪혀 파손된 경우, 기계식 주차기에 주차하던 도중 차가 완전히 입고되지 않았는데 문이 닫혀 차량 앞쪽이 파손된 경우에도 업체의 주차시설 관리 소홀로 인정되어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주차장 사고에 대비해 대형 유통업체들은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다. ‘영업배상책임보험’의 ‘주차장 특별약관’에 가입하면 유통업체의 주차장 시설에서 발생하는 우연한 사고에 대한 배상 책임을 보험에서 보전해준다. 보험 처리가 가능한데도 일부 업체들은 여전히 고객이 항의하지 않으면 적당히 뭉개는 방법으로 배상해주지 않으려고 하니 소비자들의 ‘투쟁’이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기자명 안은주 기자 다른기사 보기 anjo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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