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기다란 작대기가 나오기만 노심초사 기다리는 그 게임! 테트리스 배경으로 처리된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성당도 기억할 것이다. 테트리스를 개발한 이가 바로 러시아의 컴퓨터 과학자였다. 모스크바 과학 아카데미에서 근무하던 1985년, 알렉세이 파지트노프는 남는 시간을 활용해 테트리스를 개발했다. 박스 브라운이 쓴 〈테트리스〉는 이러한 테트리스의 기원과 그 뒤에 숨겨진 비즈니스 전쟁을 다룬 그래픽 노블이다.

〈테트리스〉
박스 브라운 지음
김보은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파지트노프는 게임이야말로 인간과 기술이 완벽하게 융합되는 지점이라고 믿었다. 그는 ‘펜토미노’라는 정사각형 조각 다섯 개가 다양하게 조합된 도형을 짜 맞추는 퍼즐을 응용했다. 그는 정사각형 조각을 네 개로 줄이고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최초의 테트리스를 만들었다. 테트리스는 테트라와 테니스의 합성어인데, 테트라는 고대 그리스어로 ‘4’를 뜻한다. 그에게 게임을 즐기고 만드는 행위는 결코 현실도피가 아니었다. 게임은 삶을 모방하고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적어도 파지트노프에게는 확실히 그랬다.

테트리스는 순식간에 모스크바를 장악하고 러시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파지트노프는 돈을 좀 벌었을까? 천만에! 당시 러시아는 공산주의 국가였다. 사업은 오로지 정부의 소관이었다. 세상은 테트리스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영국의 안드로메다 소프트는 테트리스에 반해서 게임 판권을 얻고자 파지트노프에게 협상을 요청했다. 당황한 그는 과학 아카데미에 알렸고 곧 지루한 협상이 시작됐다. 모두가 돈을 원했지만 러시아인들은 사업에 서툴렀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뒤엉킨 판권 싸움

안드로메다 소프트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러시아 측 소견을 확대해석해 테트리스를 다른 회사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미국과 러시아는 평화 분위기였고 테트리스는 러시아 느낌이 물씬 나도록 디자인되어 미국에서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아직 정식으로 판권 계약서에 사인도 하지 않은 상태로 말이다.

안드로메다 소프트는 뒤늦게 PC 판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세상엔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기도 있고, 닌텐도는 가정용 게임기에 이어 휴대용 게임기까지 개발했다. 모두가 테트리스를 원했다. 안드로메다 소프트는 또 확보하지도 못한 판권을 열심히 팔았다. 게임회사 남코, 세가 등이 연루되며 판이 커졌고, 닌텐도와 아타리는 존재하지도 않는 판권을 놓고 소송을 벌였다. 이 와중에 러시아는 저작권 협회인 ELORG를 신설해 테트리스 판권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고, 파지트노프는 국가 이익에 큰 손해를 입혔다며 조사를 받는다.

결국 파지트노프는 테트리스의 저작권을 되찾는다. 해피엔딩은 아니다. 박스 브라운은 어처구니없는 희극과 끔찍한 비극이 교차하고,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뒤엉킨 치사한 비즈니스 전쟁을 간결한 선과 노란색 포인트 컬러만 활용해 유머러스한 그래픽노블로 재창조했다. 우리에게는 게임 테트리스 외에도 즐길 거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기자명 박성표 (〈월간 그래픽노블〉 전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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