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대다수 국가에서는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교육과정이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도 그중 하나다. 2005년 2월11일 프랑스는 장애인의 기회·권리·참여·시민성 평등에 관한 ‘장애 학생 진학법’을 시행했다. 교육부가 공식 발표한 법안에 따르면 교육 기관은 ‘차별 없이’ 장애를 가진 모든 학생의 학교 편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학생이 어떤 특별한 장애를 지니고 있어도 ‘학교는 취학에 알맞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 학생들도 비장애 학생들과 동일하게 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한 셈이다.

실제로 ‘장애 학생 진학법’ 시행 이후 일반학교에 취학한 장애 학생 총수는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시행 전인 2004년 13만여 명에서 시행 후 2016~2017년 30만800여 명으로 늘었다.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해 장애 학생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반학교에 취학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나머지 절반 중 15%는 일반학교 내 특별 과정에서 배우고, 20%는 사회의료기관(EMS) 내에서 제공된 수업을 듣는다. 교육부는 적어도 장애 학생들의 일반학교 취학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에서 ‘장애 학생 진학법’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장애 학생의 일반학교 입학 절차는 어떨까? 먼저 학생과 그 가족은 장애인 센터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개인 맞춤형 진학 계획(PPS)’을 세운다. 학생과 학부모의 필요 사항을 듣고 교육 보조인의 동반 여부와 적합한 수업 교재 등을 정하고, 장애인 권리와 자치위원회(CDAPH)가 이를 확인한다. 무엇보다 PPS의 구체적 실현이 중요하므로 학생의 학교가 배정되고 나면 ‘진학감독팀(ESS)’이 PPS의 진행을 감사·관리한다.

장애 학생은 진학 계획에 따라 교육 보조인을 동행하여 다른 학생들과 수업을 듣는다.

 


장애 학생은 교육 보조인(AVS)의 도움을 받으며 다른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개인 맞춤 교육이 필요할 경우 일반학교 내 적응반(ULIS)에서 수업을 듣기도 한다. 적응반의 교사는 특수교육 전공자로, 학생 각각의 학업 계획에 따라 교육한다. 원래 ‘통합교실(CLIS)’로 불리던 이 과정은 2015년 초등부와 중·고등부를 통칭하는 과정에서 ULIS로 이름을 바꿨다. ULIS는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그리고 직업교육부로 나뉜다. 9월20일 장애인 담당 상호위원회는 고등부에 ULIS 250개를 추가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일반학교에 진학할 수 없을 경우 학생들은 사회의료기관의 도움을 받는다. 장애인의 사회화와 치료를 담당하는 이 기관에는 ‘교육부’가 따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의 상황에 따라 신체장애기관(IEM), 시청각장애기관(IES), 정신적 어려움을 지닌 학생들을 위한 치료교육기관(IME)으로 나뉘어 진학할 수 있다. 비행 청소년들을 위한 치료교육기관(ITEP)도 있다. 2009년 4월, 정부는 장애 학생들이 일반학교에 진학할 수 없는 경우에도 소외받지 않도록 ‘장애 학생 진학법’에 ‘사회의료기관과 일반학교의 협력’을 법령에 추가했다. 장애 학생의 ‘일반학교 편입’이라는 기존 목표를 바탕으로 비장애 학생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뜻이다.

지난 5월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장애인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해왔다. 대선 기간 마크롱 후보는 노동력을 상실한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최저소득보장정책인 성인장애인수당(AAH)을 월 900유로(약 120만원) 이상으로 인상하고 장애 아동의 취학을 촉진시키며, 장애 학생들의 교육 보조인 급여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2차 텔레비전 토론 당시 마크롱 대통령 후보는 마지막 자유발언 시간을 장애인 공약을 설명하는 데 썼다. 실제로 취임 뒤 정부 내각 구성에서 장애인 담당 부서를 연대·건강부(전 보건복지부) 소속이 아닌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 직속으로 편입시켜 장애인 정책 강화에 나섰다.

 

ⓒEPA9월4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가운데)은 장미셸 블랑케 교육장관(맨 왼쪽), 소피 클뤼젤 장애 부문 차관과 함께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교육 보조인 없는 ‘2% 부모’의 속 타는 청원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4일 아침, 마크롱 대통령은 장미셸 블랑케 교육장관, 소피 클뤼젤 장애 부문 차관과 함께 포르바슈의 루이 루페르 학교를 방문해 장애 학생의 일반학교 등교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마크롱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애 학생이 겪는 진학의 어려움은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장애 학생 교육 보조인 문제가 그렇다. 마크롱 정부는 교육 보조인 8000명을 더 늘리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올해, 학교 내에서 장애인 학생의 기본적인 생활이나 지도를 돕는 교육 보조인을 구하지 못한 장애 아동 3500여 명은 아직 진학하지 못했다(전체 장애 아동 2만명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장미셸 블랑케 교육부 장관은 “장애 학생의 98%는 교육 보조인과 함께 새 학기를 맞이했다”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2017년 보조인 혜택을 받은 학생은 16만400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2% 늘어나기는 했지만 ‘행정 처리의 어려움’으로 인해 교육 보조인 공급이 늦어지고 있다. 

교육 보조인을 동반하지 않으면 학생을 받아주지 않는 학교가 적지 않아서 장애 학생이 학교에 등교하려면 교육 보조인이 꼭 필요하다. 교육부 장관이 언급한 대로 전체 장애인 학생의 2%는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는 셈이다.

그에 따라 ‘2% 부모’들의 속 타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지역에서는 아들 에밀리앵의 보조인을 구하지 못한 부모가 위험을 감수하고 기중기에 올라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소피 클뤼젤 장애 부문 차관은 8월30일 프랑스 라디오 RTL에 출연해 “10월부터 남은 장애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육 보조인 지원은 근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회의적 의견도 나온다. 더 나은 보수와 안정적인 직업이 있으면 ‘언제든’ 떠날 가능성이 있는 교육 보조인들의 불안정한 고용 환경이 장애 학생의 진학을 위한 문제 해결에 근본적인 어려움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간 24시간 일하고 한화로 70여만원을 받는다. 좋지 않은 처우와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쉬운 일을 한다는 시선 탓에 이직률이 높다. 프랑스 정부는 2년 전부터 국가가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장애 학생 전문 교육 보조인(AESH)의 수를 늘리려 애쓰고 있다(AESH는 특별한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 AVS와 달리 정부로부터 전문 교육 60시간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도 3년씩 두 번 계약해 최소 6년이 지난 후에야 정규직(CDI)이 될 수 있다.

지난 대선 2차 텔레비전 토론 때 마크롱 후보는 “장애 학생들이 모두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필요한 장애 학생 교육 보조인(AVS)을 늘리겠다”라고 약속했다. ‘함께하는 삶(Vivre-ensemble)’을 지향하는 프랑스는,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의 완전한 통합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교육 기회의 균등이라는 원칙을 실현하며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기자명 파리∙이유경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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