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다. 한때 정부 재정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누구나 돈만 있으면 학교 설립이나 인수가 가능했다. 그 결과 사학의 비중이 기형적으로 높아졌다.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눈독 들인 사람들이 운영하는 사학도 한두 곳이 아니다. 채용 비리, 입학 부정, 성적 조작, 급식·공사 비리, 공익 제보자 탄압 등 비리 백화점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대표적인 게 교사 채용 비리이다. ‘국·영·수 교사는 1억원, 예체능 교사는 1억5000만원에 매관매직된다’는 풍설이 과장이 아니다. 실제 지난해 대구의 한 학교법인 이사장과 관계자 7명이 교사 채용을 대가로 1억원에서 많게는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과 세종에서 5개 중·고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에서도 대규모 교사 채용 비리가 드러나 이사장과 관련 교사 등 25명이 사법처분을 받았다.
이를 예방할 방안으로 최근 몇몇 교육청은 ‘교원 임용 교육청 위탁채용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사학 교사 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전북에서는 모든 사학법인이 교사 임용시험 일부를 공동으로 진행한다. 처음에는 ‘인사권 침해’라며 거부반응을 보이던 법인협의회는 ‘사립학교 교사들의 인건비도 국고에서 지원되는 만큼 최소한의 공정성은 확보돼야 한다’는 전북교육청의 설득과 요구를 수용했다. 대신 임용시험 관련 비용은 전북교육청이 전액 부담한다. 아직 일부에 그치는 이런 채용 공동 전형이 전국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또 사학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자의적 징계’다. 학교법인과 가까운 사람은 면죄부 또는 솜방망이 처분을 받고, 바른 소리·쓴소리를 하는 공익 제보자는 보복성 징계를 받는다. 동구마케팅고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곳 이 아무개 행정실장은 학교 공금을 빼돌렸다가 2011년 실형을 선고받았는데도 퇴직하지 않고 계속 근무했다. 이에 안종훈 교사가 서울시교육청에 공익 제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배임수재, 업무상 횡령으로 법원 판결을 받은 행정실장에 대해서는 퇴직 처분을 요청했고 이사장의 임원 승인 취소와 학교장 파면, 교감에 대한 강등 처분을 명령했다. 학교법인은 교육청의 요구를 무시했다. 오히려 안 교사를 내부고발자로 지목해 파면했다.
하나고 전경원 교사도 비슷한 고초를 겪었다. 그는 2015년 성적 조작으로 인한 입학 부정 의혹을 제보한 뒤 학교법인의 징계위원회를 통해 지난해 해임됐다. 서울시교육청이 파면을 요구한 교장과 교감은 명예롭게 퇴직하거나 오히려 승진했다. 전북 김제의 한 사립고에서는 설립자 겸 이사장의 아들이 행정실장을 맡고 있었다. 음주운전 전과 4범인 그가 지난해 5월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학교 측은 병가 처리 등으로 급여 1400여만원을 부당 지급했다. 전북도교육청이 감사를 통해 이를 밝히고 관련자 중징계를 요청했지만 법인은 견책, 불문경고, 감봉 같은 솜방망이 처분만 했다.
전과자나 교육법 위반자 재단 참여 금지해야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길까? 현행 사립학교법상 보복성 징계를 막을 뾰족한 방법도 없고, 교육청의 정당한 징계 요구를 거부해도 별 압박 수단이나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재정 지원을 끊거나 학급 수 감축 같은 행정·재정적 불이익 조치를 취할 수는 있지만, 이런 방법들은 애꿎은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지기에 쉽게 쓸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결국 일부 사학들은 학생과 교육을 볼모로, 또한 사립학교법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해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무시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에서 공사립을 구별하지 않는 것처럼 이제는 시대적 추세에 맞춰 사립학교법(사학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개방형 이사제처럼 사학의 징계위원회에도 외부 위원을 도입하거나 아예 사학의 징계권을 회수하는 방안 등이 논의 중이다.
또한 사립학교의 설립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과자나 교육법 위반자 등 문제가 있는 자, 또는 치부(致富) 목적으로 학교를 경영하려는 자들의 학교 설립과 경영 참여를 금지해야 한다. 한 사람이 학교를 여러 개 설립·인수해 비교육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 설립자 및 법인 이사장 자격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 교사나 교장보다 영향력이 막대한데도 아무 자격 요건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 현행 사학법은 취임 승인이 취소된 임원과 파면된 교원은 5년, 해임된 학교장은 3년이 지나면 복귀할 수 있도록 사실상 허용한다. 세종대·상지대의 옛 재단 복귀 사례가 여기에서 비롯됐다. 복귀 이후에는 보복성 징계를 남발하거나 더 지능적인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타이완의 사학법은 비리 연루자의 학교 복귀를 영구적으로 막는다. 그뿐 아니라 ‘학교법인이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해 손실을 끼친 경우 이사회 결정에 참여한 이사들은 그 손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조항을 통해 이사들이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도 막고 있다.
일부 사학 이사장들은 “급여가 없어서 위법·탈법 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상근이사 제도 활용 및 업무추진비 성격의 일정 정도 급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 다만 위법과 탈법이 드러나면 영구퇴출제(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엄격하게 다루고, 반복해서 비리를 저지르는 부패 사학은 과감하게 국공립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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