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드물지만 1%의 확률이 실현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바늘구멍만 한 가능성을 쫓아 지상에 발붙일 곳을 잃은 몽상가들이 여의도를 서성인다.

박성진(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그중 한 사람이다. 드리머(dreamer)이자 빌리버(believer)인 그는 청문회에서 오랜 꿈을 털어놓았다. “지구 나이는 신앙적인 나이와 과학적인 나이가 다르다. 교회에서는 지구의 나이를 6000년이라고 한다.” 수줍은 말투에 담긴 담대한 포부에 누리꾼은 경악했다. “진화를 믿지 않는다는 말은 중력을 믿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그런 분들은 그냥 날아다니시라.” “지구 나이가 6000년에 불과한 거면 구석기 시대가 통째로 날아가는 거 아니냐.” 한편 지구의 나이가 짧아지면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역사 교과에서) 입시 과목이 현격히 줄어들겠군요.” 

ⓒ연합뉴스

46억 년 지구 역사를 약 100만 분의 1로 압축하는 길이 순탄할 리 없다. 9월13일 국회는 박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이 담긴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까지 등을 돌렸다. 시련이 거셀수록 신앙심은 깊어지는 법. 바로 박 후보자는 침묵을 지켰다. 본인에 앞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었던 개신교 장로 한 사람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했던 전직 대통령 말이다. 9월15일 박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꿈에 부풀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안 대표는 “국민의당이 국회 결정권을 가졌다”라고 선포했다.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기념비적인 기록에 고무된 탓일까. 안 대표는 센 발언을 이어가며 못다 한 꿈을 담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4강 주재 한국 대사를 모두 교체해야 한다.” 해당 발언을 전하는 기사에는 “뭐래. 님이 대통령이세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국민의당은 결정권은 있지만 인기는 없는 것 같다. 9월15일 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7%에 그쳤다. 함께 꾸는 꿈만이 현실이 된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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