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2일 오후 ‘태극기 부대-경북애국시민연합(태극기 부대) 창립대회’가 열렸다. 이날 태극기 부대 창립대회에서 남유진 구미시장이 상임고문으로 위촉되었다. 연단에 오른 남 시장은 환영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애국 시민 여러분, 박정희 대통령의 혼백이 살아 숨 쉬는 구미시 상모사곡동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제까지 목 놓아 외쳤던 ‘탄핵 무효’ 주장은 먹혀들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 다시 다 모였습니다. 이 열기는 앞으로 지속되리라 봅니다.” 남 시장의 열띤 환영사에도 불구하고 행사장 500석의 절반 정도가 비어 있었다. 

 

ⓒ신동민 교육생8월12일 열린 ‘태극기 부대-경북애국시민연합’ 창립대회에 참석한 남유진 구미시장(왼쪽에서 네 번째).

남 시장은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은 이번 한 번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법령에 의한 것이다. 그분을 우상화하거나 신격화하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미시의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사업(100돌 기념사업)’ 강행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하라’며 소송 제기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7월, 우표발행심의위원회 회의를 열어 올해 9월로 예정됐던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우표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구미시는 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우표 발행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 기념우표 구입 예산 900만원을 포함해 올해 구미시가 집행했거나 집행을 앞두고 있는 ‘박정희 기념사업’ 관련 예산은 약 12억원이다. 기념사업은 ‘탄생 100돌 기념사진 전시회’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 등 총 14개 항목에 이른다.

행사장에서 약 1㎞ 떨어진 곳에 있는 박정희 생가를 찾았다. 생가를 포함한 주변이 공원으로 꾸며져 있었다. 공원 안에는 5m 높이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우뚝 서 있었다. 공원 옆 큰 공터에는 내년 말 예산 200억원이 들어간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이 들어선다. 그 옆으로 올해 말 완공 예정인 ‘새마을운동 테마공원’(870억원 규모)까지 들어서면 생가 일대에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물이 총 4개 세워지는 셈이다. 구미시 사람들은 이 4개를 묶어 ‘박정희 타운’이라고 부른다. 전체 면적 총 12만 평으로 경복궁 규모다. 이 ‘박정희 타운’에만 약 14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이 가운데 구미시 예산 872억원이 투입된다. 나머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국비 373억원을 책정했고 경북도비 199억원이 투입되었다. 

구미 참여연대 황대철 집행위원장은 “기념사업을 하는 것을 막을 순 없지만 투입되는 시 예산이 너무 과하다. 시장이 박정희를 반인반신이라고 떠들고 있는 마당에 우상화 작업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2013년 11월14일 ‘박정희 탄신제’에 참가해 박 전 대통령을 반인반신(半人半神)이라고 발언해 주목을 받았다. 올해 초 남 시장은 지자체 단체장 중 처음으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했고, 우정국 앞에서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촉구 1인 시위를 했다. 정작 구미시는 지난 대선 때 경북에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25.5%)이 가장 높았던 지역이다. 남 시장은 3선 연임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 이상 출마할 수 없다. 구미YMCA 나대활 사무총장은 “박정희 기념사업이 무리라는 시민들이 대다수였고, 사업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박정희가 도시 브랜드가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신동민 (〈시사IN〉 교육생)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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