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달걀’로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찔끔’이라도 달걀이 들어간 김밥·분유·빵 등 총체적인 먹을거리 비상으로 이어졌다. 산소 같은 달걀, 어디에나 있었다.

정부가 부랴부랴 산란계 농장을 전수조사하고 부적합 농장을 발표하는 동안 소비자들은 난각(달걀 껍데기) 코드를 해독했다. 실낱같이 얇게 찍힌 숫자와 문자는 생산지와 생산자 정보를 담고 있었다. 훈제란을 즐기는 소비자들은 수증기에 난각 코드가 지워져버려 더욱 혼란을 느꼈다.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찜찜하고. 친환경 인증을 받은 달걀에서마저 살충제 성분이 발견돼, ‘친환경’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연합뉴스

이 와중에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매장에서 날달걀을 ‘원샷’ 하는 사진(사진)이 올라왔다. 적합 판정을 받은 달걀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성주 참외를 깎아먹겠다”라며 사드의 안전성을 강조하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겹쳐 보였다. 누리꾼들은 날달걀 말고 ‘살충제 원샷’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야당은 저마다 정부를 비판했는데 그중 바른정당의 분노가 제일이었다. “분통이 터지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4월 피프로닐 성분에 대한 소비자단체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사실이다.” 지난 4월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이다. 비난이 일자 “황교안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곧바로 문재인 정부로 넘어갔다. 과연 문재인 정부가 자유롭다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문제를 제기한 바른정당 소속 의원 대부분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달걀의 살충제 오염 가능성을 제기할 당시 여당 의원이었다. 질문은 돌고 돈다. ‘자유롭다 할 수 있겠는가.’

김밥의 달걀처럼 자기도 좀 빼달라는 이들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 MBC 기자 및 PD들이 ‘카메라 기자 블랙리스트 문건’ 폭로 이후 제작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아나운서들이 뜻을 함께했다. 이번에 제외된 명단이 5년 전 파업 당시 이탈 멤버와 겹쳐 주목되었다. ‘진실과 사실 사이의 촘촘한 경계를 오가며 무척이나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며 파업을 철회했던 배현진 아나운서와 종교적 이유로 업무에 복귀했던 양승은 아나운서는 이후 MBC의 간판이 되었다.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도 있다.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은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 복용할 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MBC 〈뉴스데스크〉도 너무 오래 복용하면 세상을 ‘오독’할 수 있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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