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동쪽 끝에 위치한 파푸아 섬에는 ‘만도보족’이라는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주민들은 휴대전화 신호도 터지지 않는 깊은 열대우림 속에서 사냥을 하고, 비안(Bian) 강에 의지해 물고기를 잡으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포스코대우가 소유한 인도네시아 팜오일 농장이 이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는 의혹이 인다.

ⓒAmo Anselmus
ⓒAmo Anselmus만도보족의 땅은 포스코대우의 팜오일 농장 PT BIA의 ‘블록1’이 되었다(위).
농장을 지키는 군인들이 주민을 검문하는 모습(아래).

2010년, 포스코대우가 지분 85%를 소유한 팜오일 플랜테이션(대규모 공장식 농장)인 PT BIA가 만도보족 주민들이 살던 땅을 사들였다. 인도네시아에서 개발 목적으로 열대우림을 구매할 때, 두 가지 소유권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 첫 번째는 문서상의 땅 소유권이다(문서상 땅 소유권자는 실제 그 땅에서 살지 않는 도시 부유층일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소유권은 실제 그 땅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원주민들의 관습적 권리(Customary Right)다. 열대우림 개발로 인해 원주민들의 삶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 NGO들이 노력한 결과, 인도네시아 법은 원주민들에게도 땅의 관습적 소유권을 양도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포스코대우의 PT BIA는 2010년 만도보족이 아닌 말린족에게 4100만 루피아(약 351만원)을 지불하고 땅 6669만1000㎡를 구매했다. 말린족은 만도보족과 오래전 영토 분쟁을 벌였던 부족이다. 땅을 빼앗긴 만도보족은 반발했다. 전통적인 부족 간 의결기구이자 전통법인 ‘무샤와라 아닷’을 열어 말린족 대표와 만도보족 대표가 담판을 지었다. 그때 만도보족에게 땅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도보족은 2012년 PT BIA를 상대로 인도네시아 법원에 소송을 냈다. 아직까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파푸아 지역의 현지 가톨릭계 NGO인 ‘SKP-KamE’ 소속 아모 안셀무스 목사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PT BIA 모회사인 포스코대우가 우리 땅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면 진짜 권리를 가진 사람들과 제대로 협의를 해야 한다. 포스코대우는 우리에게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수많은 열대우림을 베어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PT BIA는 2016년 상반기, 소유한 열대우림의 절반 이상을 베어냈다. 만도보족의 땅은 이제 PT BIA 팜오일 농장의 ‘블록1’이 되었다. 모든 주민은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농장 입구에서 검문·검색을 거쳐야만 집에 갈 수 있다. 2014년 7월5일, 만도보족은 농장 입구에 있는 PT BIA 사무실에서 시위를 벌였다. 사업을 중단하고 원주민의 권리를 존중하라는 요구였다. 만도보족 대표 리누스 옴바 씨는 “그날 군인들이 주민들을 향해 발포했다. 2016년 초에 벌어진 시위 때도 주민들이 흔들던 인도네시아 국기를 향해 발포했다. 포스코대우는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있을뿐더러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만도보족을 위협하는 또 다른 문제는 수질오염이다. 농장이 들어선 뒤, 주민들이 식수와 생활용수로 쓰던 비안 강이 탁해지기 시작했다. 죽은 물고기들이 강 위로 떠올랐다. 주민들은 이를 팜오일 농장에서 사용하는 살충제로 인한 오염으로 추정한다. 아모 안셀무스 목사는 “한 마을 주민은 강물을 마셨다가 독성 물질 때문에 병원에 실려 갔다. 이제 주민들은 강물로 샤워조차 하지 못한다. 포스코대우는 깨끗한 물을 위한 우물을 만들어주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대우는 우리의 삶에 오로지 부정적인 영향만 끼쳤다. 이제 우리는 한국에서 우리 땅에 투자하러 온 어떤 사람도 환영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Amo Anselmus농장이 들어선 뒤 식수와 생활용수로 쓰던 비안 강에는 죽은 물고기들이 떠올랐다.

포스코대우 측은 만도보족 주민들의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포스코대우 관계자는 “PT BIA는 토지 배상이 이루어져야 하는 해당 부족에게 배상을 지불 완료했고 이를 합의서로 작성해 보관하고 있다. 합의 당시 지방정부 관계자가 증인으로 참석했고 합의서에 서명도 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질오염에 대해서도 “PT BIA는 정기적으로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인증한 기관을 통해 수질검사를 의뢰하고 있으며 모두 환경 기준을 웃도는 결과를 받아왔다. 또한 PT BIA 사업과 관련해 현지 군인이 발포한 적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해명에 대해 아모 안셀무스 목사는 “포스코대우는 주민들을 속여서 가져간 서명을 가짜 합의서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그들이 약속한 어떤 것도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PT BIA가 사업을 시작한 이후 강물을 전혀 이용할 수 없는 주민들이 수질 오염의 산증인이다. 또한 우리는 군인이 주민을 향해 발포한 총탄을 보관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PT BIA의 열대우림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도 심각하다. 〈시사IN〉이 입수한 PT BIA 내부 사업계획 문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역은 여전히 천연 일차림(Primary Forest: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림)으로 덮여 있다.” 열대우림은 1ha당 평균 248t의 탄소를 저장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방지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 또한 생물 다양성 유지에도 매우 중요하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열대우림의 경제적 가치가 팜오일 농장보다 40% 이상 높다고 보도했다. 농작물로 인한 수익을 포함해서 계산한 수치다.

글로벌 기관, ‘환경 파괴 기업’에 투자 중단

HSBC 은행은 지난 2월21일 열대우림 파괴에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HSBC 은행은 이 약속을 당장 이행해야 한다. HSBC 은행이 투자한 한국 대기업 포스코대우는 팜오일 농장 자회사를 갖고 있는데 이미 광대한 열대우림을 파괴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2015년 3월, 포스코대우는 글로벌 투자기관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로부터 “심각한 환경 피해를 낳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이유로 투자가 중단된 바 있다(〈시사IN〉 제455호 ‘착한 개발 명단에 한국 기업 이름 없네’ 기사 참조).

지난 6월, 세계에서 7번째로 큰 금융기관인 BNP 파리바그룹도 지속 가능한 팜오일을 생산하거나 사용하는 기업에만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BNP 파리바그룹의 투자를 받는 기업은 열대우림과 원주민을 보호해야만 한다. BNP 파리바그룹은 포스코대우의 투자자이기도 하다. 글로벌 환경단체인 마이티(Mighty) 측은 〈시사IN〉에 “BNP 파리바그룹에 포스코대우의 팜오일 농장이 일으키는 문제에 대해 문의한 결과, 이미 포스코대우 쪽에 PT BIA에 대한 염려를 전달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영국 최대 연기금인 영국통신연금의 컨설팅 자회사 허미스도 포스코대우를 주시하고 있다. 환경단체 마이티 대표 글렌 허로위츠는 “영국통신연금의 투자 컨설팅을 맡은 자회사 허미스로부터 포스코대우를 만나 열대우림 파괴를 즉각 멈추라는 의견을 전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지난 7월28일 서울을 방문해 포스코대우 관계자를 만났다. 그러나 포스코대우 측 결정권자가 배석하지 않아 모라토리엄(개발 중단)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투자기관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추세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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