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채권시장의 문이 열렸다. 지난 7월3일 중국 본토와 홍콩의 채권시장 간 교차 거래인 채권퉁(債券通)이 시작되었다. 이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홍콩을 통해 중국 본토 채권을 사고팔 수 있게 되었다. 중국 채권시장은 주식시장보다 규모가 더 크다. 68조2000억 위안(약 10조 달러) 규모로 원화로 환산하면 1경원이 넘어간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하지만 그중 외국인과 해외 기관투자가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 비중은 1.5%(약 8000억 위안)에 불과해 폐쇄성이 강했다.

중국은 이번 채권퉁 개통에 거는 기대가 크다. 역외 위안화의 중국 본토 유입을 늘려 궁극적으로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려 한다. 골드만삭스는 만약 중국 채권시장이 3대 글로벌 채권지수(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 바클레이즈 글로벌 종합채권지수, 씨티 세계 국제지수)에 포함될 경우 유입되는 자금이 2500억 달러(약 286조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퉁 개통과 함께 자국 내에서 채권 수매도 급증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지방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뜨겁다.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허베이성, 산둥성, 네이멍구 자치구, 쓰촨성, 후베이성, 톈진시 등 지역 재정 당국의 증권거래소에 총 1950억8100만 위안 규모 지방채가 상장됐다. 정부는 채권을 통한 적극적인 자금 조달을 권장하고 있다. 〈시나 경제보〉에 따르면 재정부와 교통운수부는 올해부터 지방정부가 유료도로 건설 특별채권을 발행하도록 했다. 이 조치에 따라 앞으로 신규 유료도로를 건설하려면 지방정부는 특별지방채 발행을 통해서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더 이상 은행 차입을 통한 자금 조달은 불가능하다.

ⓒXinhua7월3일 홍콩에서 열린 ‘채권퉁(債券通)’ 개통 행사에 홍콩 행정장관과 인민은행 부총재 등이 참석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중국 채권시장의 규모 68조2000억 위안 가운데 16조 위안이 금융채, 12조4000억 위안은 지방채, 11조9000억 위안은 국채이다. 지방채와 금융채의 발행 규모가 국채보다 크다. 특히 정책금융채의 규모가 월등하다. 정책금융채는 3대 정책은행(국가개발은행·중국수출입은행·중국농업개발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이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중앙은행이 지급보증을 한다. 다른 채권보다 위안화 채권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대외 환경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이번 채권퉁 개통으로 인해 교차 매매 방식으로 외국인들도 은행 간 거래 시장에서 금융채에 투자할 수 있다. 


기대만큼 우려도 곳곳에서 제기돼

중국은 그동안 채권퉁 개통을 매우 신중하게 준비해왔다. 중국 채권시장은 양적 성장에 비해 규제와 제도적 측면, 신용평가와 같은 시장 인프라의 발전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채권퉁 시행에 앞서 지난 5월부터 채권 투자에 관한 법, 관리 방안, 업무 규정 등을 재정비했다.

거대 채권시장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의 채권 가격 상승이 오히려 자본 유출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이는 중국 당국의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유동성 부족과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대한 위험도 제기된다. 채권은 일종의 부채이기 때문에 채권 발행으로 인한 차입 비용의 증가는 채무자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홍신증권의 우민홍 애널리스트는 “올해 디폴트를 낸 기업의 수는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이 민간 기업임을 고려할 때 위험은 실제로 커졌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자명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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