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食貪)’은 먹는 걸 몹시 탐낸다는 의미다. 미식이라는 이름으로 식탐이 횡행하는 시대에 저자는 ‘식탐(食探)’한다. 먹는 것을 몹시 ‘탐구’한다. 음식의 맛을 탐하고 음식의 기능을 탐하면서 근거 없는 소리를 하는 것이 탐탁지 않기 때문이다.

정재훈 지음
컬처그라퍼 펴냄
음식을 탐구하기 위해 저자는 주로 연구 논문을 분석했다. 자신이 직접 구입해 먹고 마시며 몸의 변화와 반응도 살폈다. 지난해 유행한 ‘콜드브루(Cold brew)’ 커피를 분석하기 위해 시중의 콜드브루 커피를 두루 구입했다. 자료 분석과 직접 마셔보니 콜드브루 커피의 카페인 함량이 뜨겁게 추출한 커피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저자에 따르면 콜드브루가 커피 본래의 맛을 더 살려낸다는 건 허구다. 오히려 짧은 시간에 강한 압력으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가 원두의 양, 물의 온도, 추출 압력, 추출 시간에 따라 다양만 맛을 낸다는 것이다.

맛에 대한 의문과 함께 저자는 음식의 기능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한다. 우리나라는 ‘밥이 곧 보약’이라는 말처럼 전통적으로 약식동원(藥食同源:약과 음식은 근본이 같다) 문화가 강하다. 약사 출신인 저자는 ‘나는 내가 먹는 음식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어떤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 속성이 먹는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믿음은 ‘미신’에 가깝다고 본다. 이를테면 유정란이 무정란보다 몸에 좋다는 믿음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전무하다. 마찬가지로 달걀 껍데기의 색을 보고 달걀을 고르는 것도 부질없다. 달걀 껍데기의 색은 유전적 배경에 따라 달라질 뿐, 맛이나 영양과는 무관하다. 저자는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결핍이 아니라 과잉이라고 강조한다. 좋은 성분을 더 얻으려는 노력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책의 효용은 분명하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과 객관적으로 좋은 것을 헷갈리는 얼치기 음식 블로거의 편견에 휘둘리지 않게 한다. 근거 없는 기능을 강조하는 엉터리 식품 광고에도 혹하지 않게 도와준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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