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이 추가로 입수한 안종범 업무수첩에는 배우 송중기씨 이름이 두 번 등장한다. 2016년 6월12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를 뜻하는 ‘6-12-16 VIP’ 기록을 보자. 안종범 전 수석이 받아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 사항은 모두 13가지다. 전체 8쪽 수첩 분량 가운데 3쪽이 배우 송중기씨 관련 부분이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는 꼼꼼했다. ‘7. K Style-hub 문제점(〈그림 1〉)’이라고 지적한 뒤 가장 먼저 ‘관광공사 TV 송중기 광고’라 쓰여 있다.
송씨는 2016년 2월부터 4월까지 방영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유시진 대위를 연기해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가 결말로 치닫던 2016년 4월1일, 송씨는 한국관광공사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또 열흘 뒤인 4월11일 송씨는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K스타일 허브 한식문화관 개관식에 홍보대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안종범 전 수석 등도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송중기씨와 인사를 하며 “〈태양의 후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 바쁜 와중에도 관광홍보대사를 맡아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드라마에서뿐 아니라 실제로도 진짜 청년 애국자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약과를 같이 만든 뒤 박 전 대통령은 “(송씨가 만든 약과가) 제일 예쁘다”라고 칭찬하며 웃었다.
송중기씨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만남 뒷이야기를, 나흘 후인 4월15일 〈태양의 후예〉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송씨는 “대통령님을 뵐 기회가 별로 없으니까 나도 모르게 ‘처음 뵙겠습니다’고 했는데 대통령님이 ‘우리 봤었잖아요’ 했다. 군대 잘 갔다 왔느냐고 말해주시더라. 굉장히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송씨는 군대를 가기 전인 2013년 어린이날 행사 때 청와대에 초대되어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송중기 발자취 프로그램’ 만들어라”
두 사람의 만남이 있은 지 두 달 후 6월12일, 박 전 대통령은 안종범 전 수석에게 세세하게 지시를 내린 것이다. 안 전 수석은 송중기씨 이름에 동그라미까지 쳤다. 실제로 ‘관광공사 TV 송중기 광고’라고 기록된 두 달 후인 지난해 8월, 한국관광공사는 송중기씨를 모델로 한 해외 광고를 제작해 전 세계 주요 방송에 내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안종범 전 수석에게 K스타일 허브 관련 업무에 관해 구체적인 개선 사항을 지적했다. 홈페이지를 상세하게 본 듯 영어 버전의 예약 확인 등 기능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거기에 더해 ‘송중기 발자취 프로그램’ ‘태후(〈태양의 후예〉) 홍보자료 보완’ ‘입간판이 없어 불편’ 등도 지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송중기씨가 찾은 K스타일 허브의 한식체험관 입구에 송중기씨 입간판이 설치되었다. K스타일 허브는 차은택 감독이 기획한 한류 체험단지다. K스타일 허브 사업은 애초 2014년 예산 26억원이 책정되었지만 2015년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예산이 늘어나 171억원이나 투입되었다. 박 전 대통령의 관심 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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