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장님들 돈 많은 거 아냐? 자기 가게에서 알바들 삥 뜯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뭐하러 그렇게 신경 써?”

소주잔을 기울이다 친구가 한마디 툭 내뱉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사의 갑질 문제를 얘기하던 중이었다. 반쯤은 맞는 말이다. 아무리 소상공인이라도, 대한민국에서 ‘사장님’ 소리를 듣는다는 건 어느 정도 투자할 여력이 있다는 얘기니까. 문제는 생각보다 돈 버는 ‘사장님’이 그리 많지 않고, ‘사장님’ 수는 어마어마하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시사IN 양한모

7월20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으로 전국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총 18만744개에 이른다. 2013년보다 약 2만 개가 늘었다. 2015년 각 가맹점의 평균 영업이익은 1년에 약 2740만원이었다. 점포 수 1·2위에 해당하는 편의점(16.4%)과 치킨집(13.7%)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두 업종의 2015년 평균 영업이익은 각각 1860만원(편의점), 2360만원(치킨집)에 불과했다. 프랜차이즈 점포 급증으로 생존 경쟁은 더 심화된다. 가맹본사의 갑질은 이런 환경에서 피어난다.

본사의 갑질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자영업자의 단결권 구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 노조 대 사용자 개념처럼, 가맹점주 단체 대 가맹본사 간의 단체교섭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논의다. 이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조차, 마음 한구석에 작은 부담감이 있다. “과연 자영업자를 노동자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까?” “일종의 ‘사측’인 각 점주들 단체가 얼마나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나” “여기에 시민사회가 반드시 나서야 하나?” 실제로 가맹점주 단체를 지원하는 한 시민단체 내에서도 “우리가 왜 이들을 도와야 하는가”라는 이견이 나왔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이들도 대개 이 집단인 터라, 누구나 선뜻 손을 내밀 수 있는 절대적 약자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악(惡)’과 ‘약(弱)’이 반드시 절대적일 수 있을까. 자영업자는 노동문제의 가해자가 될 수도, 불공정거래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들이 지금 겪는 고통이 위법한 불공정거래에서 왔다면, 정부 당국과 시민사회가 응당 나서야 한다. 법이 이들의 단결권을 보장하니, 보장된 권리를 누리는 게 맞다. 많은 이들이 ‘사장님들의 단결’을 응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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