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 국립대 통합 논의에 대학가도 달궈졌다. 국립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는 ‘(가칭)한국대 통합’ 이야기로 도배됐다. “지방대니 뭐니 해도 나름대로 한국 최고의 대학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인데 갑자기 학교 통합이라니,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인가요?” 같은 토로에서부터 “지방 국립대들을 하나의 대학으로 만들면 서울 상위권 대학 수준은커녕 하향평준화만 될 것이다” 라는 회의론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각자 처한 환경과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대의’ 측면에서는 국립대 통합의 취지를 긍정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경북대 학생 정순형씨(23)는 “통합 찬성이냐 반대냐 이견은 있을지라도 지역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지역 균형발전이나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려는 이번 정부의 취지에는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무엇을 걱정할까?

 

ⓒ시사IN 조남진대학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50개 대학 총학생회장들이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과 전국 대한 총학생회장단과의 대화를 공개 제한하고 있다. 20170712

첫 번째는 ‘통합을 가장한 대학 구조조정’이다. 충남대 총학생회장 이현상씨(27)는 “국립대에 교육비 지원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특성화를 한다고 하는데 특성화라는 말이 곧 구조조정 아니냐”라고 말했다. 강원대 총학생회 정책사무국장 백승준씨(25)는 “기대도 있고 우려도 있다”라면서 예전 겪었던 지역 내 대학 통합 과정에서의 후유증을 떠올렸다. 백씨는 “강원대의 경우 삼척대와 통합을 거치면서 학생들이 많은 불이익을 겪었다. 앞으로 거점 국립대 통합이 진행되더라도 이 부분을 신경 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역 거점 국립대 중심 육성 정책에 소외된 지역 중소 규모 국공립대 학생들은 불안감을 토로했다. 강릉원주대 총학생회장 김한빛찬씨(26)는 “중소 규모 국공립대 지원 방안은 논의에서 쏙 빠져 있다. 정부가 국립대 지원 확대를 통해 교육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한 만큼 중소 규모 국공립대에 대한 대책도 꼭 마련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7월9일 전국 국공립 대학교 총학생회장단으로 구성된 국공립대학생연합회는 서울과학기술대에 모여 국립대 통합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국공립대학생연합회 정책고문을 맡은 정상엽씨(전남대·31)는 “교육 공공성 강화, 학교 서열화 폐지를 위해 이 방향으로 정책이 가야 한다는 것에는 전체 국공립대 학생회장들이 공감했다. 다만 2000년대 중반 국공립대 통폐합 때처럼 학생과 논의 없이 작은 대학을 큰 대학이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까 봐 우려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국공립대학생연합회 측은 대학과 정부가 논의를 시작했으니 학생들 차원에서도 대학 통합 방안의 방향과 부작용 등을 나름대로 연구해보기로 뜻을 모았다. 연구 TF를 꾸리고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안을 짤 계획이다.

7월12일에는 전국국공립대학연합회를 포함한 전국 50개 대학 총학생회가 ‘대학 문제 해결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전국 대학 총학생회장단과의 대화’를 공개 제안했다. 등록금 인하 및 입학금 폐지, 대학 구조조정 정책 변화, 사학비리 근절, 청년주거 문제 해결, 대학 평의원회 및 대학 민주적 운영, 국공립대 문제 해결 등을 대학생 요구안으로 냈다.

학생들은 무엇보다 국립대 육성과 통합을 포함한 대학 개혁 과정에 학생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를 바란다. 부산대 학생 김동우씨(26)는 “교육 행정가가 안을 만들고 추진하는 과거 패턴으로는 지지를 얻기 힘들다. 학생을 포함한 다수 대학 구성원의 동의와 합의, 대승적인 양보와 결단이 있어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다. 프랑스 68혁명 때 대학 개혁을 이룰 수 있었던 동력은 학생이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신동민 (〈시사IN〉교육생)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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