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에서 국제파의 산실을 꼽으라면 단연 국가경제위원회(NEC)다. 국내외 경제정책 관련 사안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백악관 직속 기구로 1993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창설됐다. 현재 NEC에는 연구는 물론 정책실무 경험을 가진 쟁쟁한 국제파 인물 30여 명이 웅거하고 있다. NEC 공식 회의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최고위 관료 9명이 참석하지만, 실질적인 책임자는 개리 콘 위원장(장관급)이다. 콘 위원장은 세계적 투자기관 골드만삭스 사장 출신으로 그동안 트럼프의 국수주의적 대외경제 정책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클린턴 행정부 이후 전임 오바마 행정부 시절까지도 한가하기 짝이 없는 자문기관에 불과하던 NEC는 콘의 취임 이후 트럼프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꿀 정도의 권부로 탈바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독일 G20 회의 직전에 유럽산 철강제품 수입에 관세 인상 조치를 취하려다 보류한 것도 NEC의 맹활약 덕분이다. 유럽산 수입 철강제품에 최고 25% 관세를 줄기차게 요구하던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 등 국수파 진영은 일대 타격을 입었다.
콘의 최대 성과라면 단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 변화이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당시 나프타를 미국에 불리한 무역협정이라며 폐기를 공약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나바로와 배넌의 강력한 요구에 힘입어 나프타 폐기 절차에 돌입할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콘을 중심으로 NEC 국제파가 ‘나프타를 폐기할 경우 트럼프 지지 유권자가 많은 주들의 지역경제까지 피폐해질 수 있다’라며 트럼프를 집요하게 설득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폐기가 아니라 재협상 쪽으로 급선회했다.
그러나 ‘미국의 기후변화협약 탈퇴’ 의제에서는 국제파가 밀렸다. 콘 등 국제파는 트럼프의 공약인 ‘협약 탈퇴’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감축 비율을 축소하는 등의 타협안을 내놓았지만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국제파의 끈질긴 설득에 한때 흔들렸던 트럼프가 “기후협약은 미국에 나쁜 것”이라는 스콧 프루이트 환경보호청(EPA) 청장의 오랜 소신에 결국 넘어갔기 때문이다.
-
트럼프 감세 폭탄에 중국이 화내는 이유
트럼프 감세 폭탄에 중국이 화내는 이유
이종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26일 파격적인 감세안을 발표했다. 법인세율을 현재 수준의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니,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안...
-
트럼프 옆에 ‘폭탄’이 있네
트럼프 옆에 ‘폭탄’이 있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쿠슈너 폭탄’이 심상치 않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끊임없이 괴롭혀온 러시아 게이트의 ‘몸통’으로, 그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가 급부상했다. 최근 중동과 유럽...
-
트럼프의 ‘엄청난’ 공약들이 멈칫하는 이유
트럼프의 ‘엄청난’ 공약들이 멈칫하는 이유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미국 대통령 관저 백악관 서쪽에 위치한 건물을 일컫는 웨스트 윙(West Wing). 대통령 집무실은 물론 각료실·상황실·비서실 등이 포진한 일종의 ‘행정동’인 이곳에 대통령부터 ...
-
‘막말’ 백악관 공보국장의 ‘10일 천하’
‘막말’ 백악관 공보국장의 ‘10일 천하’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 공보국장으로 앤서니 스캐러무치(53)를 임명했다. 월가의 유력 헤지펀드 ‘스카이브리지 캐피털’ 사장 출신인 스캐러무치는 지난해 대선 막판에...
-
중국 발목 잡은 트럼프 “관세가 먼저다”
중국 발목 잡은 트럼프 “관세가 먼저다”
이종태 기자
“나는 관세를 원해. (중국 등에) 관세를 부과할 방법을 가져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이래 백악관의 경제·무역 관련 고위 자문관들에게 질릴 정도로 거듭 강조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