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로 IT 업계에서도 4가지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성(sex) 비즈니스의 양성화 및 활성화, ‘귀차니즘’을 해결하는 비즈니스의 만개, 공유형·기업형 주거의 확산, 마지막으로 ‘잉여’ 시간을 채워주는 비즈니스의 등장이다.

혼자 살면서 자신의 일상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 익숙한 2030 세대는 전통적인 성 의식으로부터 자유롭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모바일 앱 생태계 안에서 자유로운 만남과 호감 표현을 할 수 있는 서비스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숙박 O2O(Online to Offline) 업체는 최근 모텔 3회 사용 시 3만원을 환급해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모텔에 들락거리는 것을 좋지 않게 바라보던 사회의 시선이 바뀌지 않았으면 시작하기 어려웠을 캠페인이다. 성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자각한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지난 5월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간편식·가정대체식’ 전시회 모습.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전문회사 매치그룹의 ‘틴더(Tinder)’는 2016년, 게임을 제외한 앱 가운데 전 세계 매출 4위를 달성했다. 미국 최대의 유료 케이블 채널인 HBO보다 2계단 높은 순위다. 화면을 스와이핑(손가락으로 쓸어넘기기)하는 것만으로 이성에 대한 호감을 간단히 표현하고, 서로 마음이 맞을 경우 바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직관적인 UI(사용자 환경)를 제공한 것이 틴더의 성공 포인트다. 사용자의 선호를 반영한 강화 학습 알고리즘이 매칭 확률이 높은 상대를 추천해줘 만족도가 높다.

우리나라 상황도 비슷하다. 2016년 국내 앱 매출을 보면, 국내 최고 인기 데이팅 앱인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를 비롯해 ‘정오의 데이트’ ‘당연시(당신도 연애를 시작할 때)’가 각각 4위, 8위,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데이팅 앱을 사용해본 2030 세대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이런 앱의 사업성도 더욱더 좋아지리라 보인다.


‘귀차니즘’을 해소해주는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경우가 ‘배달의 민족’ ‘요기요’ 같은 음식 배달 앱이다.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업체들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간단하게 주문해 배송받을 수 있는 식음료·생활용품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마켓’ ‘11번가’ ‘옥션’ ‘쿠팡’ ‘티몬’ 같은 커머스 업체가 해주는 일도 같은 맥락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요리를 편하게 해주는 ‘가정대체식(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도 각광받고 있다. HMR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RTE:Ready to Eat),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음식(RTH:Ready to Heat), 바로 요리할 수 있는 음식(RTC:Ready to Cook)이다. 특히 RTE나 RTH는 대기업들이 많이 뛰어든 레드오션인 반면, 신선 식품을 중심으로 곧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식재료와 레시피 패키지를 배송하는 RTC 시장은 신생 스타트업들이 뛰어들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밤늦게 주문해도 새벽에 배송해준다는 ‘샛별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 방송에 등장한 음식을 그대로 요리해 먹을 수 있게 배송해주는 ‘배민프레시’가 대표적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귀찮음을 해소해주기 위한 서비스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청소나 세탁은 기본이고, 신선한 꽃을 주기적으로 배송해서 갈아주거나, 이불보를 정기적으로 교체해주거나, 집안 인테리어 소품들을 일정한 간격으로 교체해서 기분 전환을 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역설적으로 공유형 혹은 기업형 주거 방식의 확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혼자 살면 아무래도 손 갈 일이 많고, 관리해주는 사람이 따로 없어서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공유 오피스 체인 ‘위워크(We Work)’는 최근 뉴욕에 공유 주거(코리빙:Co-living) 서비스 ‘위리브(We Live)’를 오픈했다. 공동 커뮤니티 공간이 있고, 각자의 방이 따로 존재한다. 이곳에서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자잘한 잡무를 해결해 준다. 뉴욕의 살인적인 월세에 점점 저품질 주거지로 밀려나야 했던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코리빙에 관심을 보인다.

ⓒ위워크 홈페이지미국 뉴욕 웨스트브로드웨이에 위치한 위워크 라운지. 공동 커뮤니티 공간이 있고, 각자의 방이 따로 존재한다.

이미 뉴욕에서는 위리브 외에도 ‘퓨어하우스’ ‘코먼’ 등이 코리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무려 546개 방을 가진 대형 공유 주거 시설 ‘올드 오크’가 성업 중이다. 우리나라에도 ‘우주’ ‘디웰’ ‘로컬스티치’ 등 코리빙 공간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소규모다.


기업형 임대사업인 ‘뉴 스테이’ 제도가 도입된 지도 2년이 지났다. 개인 임대인과 월세·절세·수리 등 복잡한 세부 조건을 놓고 싸우는 대신, 기업이 제공한 주거공간에서 세탁·경비·IT 인프라·배송 등 각종 주거 편의를 누릴 수 있는 기업형 주거는 이미 이웃 나라 일본에서 대세가 된 지 오래다. 국내에서는 KT가 기업형 주거에 뛰어들었고, 몇몇 부동산 O2O 스타트업도 IT 기술을 바탕으로 해당 분야에 진출을 모색 중이다.

스스로 콘텐츠 만들고 소통하는 슈퍼 개인들

혼자, 따로, 분절되어 살면서 ‘잉여롭게’ 흘려보내는 시간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쏟아진다. 전 세계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 스노우가 대표적이다. 일상을 사진에 담아 타인과 공유하는 행동은 사실 전혀 생산적이거나 효율적이지 않은, 잉여 활동에 해당한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필터를 씌워 사진이나 영상을 찍고 공유하는 행동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성세대 관점에서 ‘잉여’라 지칭하는 활동이 젊은 세대에게는 일상이 되었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으로 확대되고 있다.

잉여 시간을 채워주는 다양한 콘텐츠 비즈니스의 성장도 눈부시다. 세계 최대 OTT(Over the Top) 서비스인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나 〈옥자〉 같은 히트 드라마와 영화를 자체 제작해 스트리밍할 만큼 매체 파워와 자금력을 갖추었다. 만화 혹은 웹소설을 제공하는 ‘카카오페이지’나, 성인 만화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레진코믹스’도 주목할 만하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메이파이 따위 플랫폼이 제공하는 생방송 기능을 활용해 이른바 ‘인플루언서(Influencer)’ 또는 ‘왕훙(網紅)’으로 불리는 슈퍼 개인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소통한다. 음식을 먹고, 메이크업을 하고, 게임을 즐기며, 옛날 같으면 정말 별것 아닌 듯이 보이는 내용을 방송하는데도 엄청나게 많은 팬이 열광한다.

이전에는 가치가 없다고 여겼을지 모르지만, 기계에 의해 점차 잉여화하는 인간들은 ‘잉여’ 속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찾으려 할 것이다. 어쩌면 앞서 언급한 3가지 기회보다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분야가 ‘잉여’ 비즈니스일지도 모른다.

기자명 이종대 (데이터블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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