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이후 일본은 가동 중인 원전을 모두 정지했다. 2년 가까이 지난 2015년 8월 규슈전력은 가고시마 현 센다이 원전 1호기를 재가동했다. 2017년 7월 현재 총 5기가 가동 중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 재가동을 앞으로 더 늘려갈 방침이다. ‘후쿠시마’를 겪은 일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일본 전력의 약 30%를 원자력발전으로 생산했다. 애초 일본 정부는 이 비율을 50%까지 높여갈 계획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 정부는 이 계획을 철회했다. 사고 넉 달 만인 2011년 7월 간 나오토 당시 총리는 “원자력발전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후임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2030년대 원전 제로’를 목표로 하는 새 에너지정책을 2012년 9월 발표했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가 시민들을 상대로 토론형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무작위로 뽑은 6849명 여론조사 △토론회 참가자 285명 토론 전 응답 △토론 후 응답 등 3단계). 이틀간 집단 토론 및 전문가 질의응답을 포함한 토론형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 원전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대답이 46.7%로 토론 전 41.1%보다 높게 나왔다. 이처럼 ‘원전 제로’를 강하게 지지하는 여론을 정책에 반영했다. 다만 재계 반발 등으로 정식 각의 결정(우리나라의 국무회의 의결에 해당)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이 모든 것을 뒤집었다. 2012년 12월 집권한 아베 신조 자민당 정권은 이전 민주당(현 민진당) 정권의 ‘2030년대 원전 제로’ 정책을 버렸다. 취임 직후부터 원전 재가동을 공언했다. 2014년 4월에는 원전 재가동 방침을 명기한 에너지 기본계획을 각의에서 결정했다. 이듬해에는 2030년 총발전량 중 원자력발전 20~22%, 석탄화력 26%, 재생가능 에너지 22~24%를 전원 구성 목표로 정했다. 현재 발전량 가운데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 자릿수다. 원전 비중 20~22%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약 30기를 가동해야 한다. 원전 재가동 흐름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 재가동이 불가피한 이유를 “경제성과 기후변화 문제를 배려해가며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아베 총리, 2016년 3월)”라고 설명한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2010년 각각 29%·25%·7%였던 천연가스(LNG)·석탄·석유의 발전량 비중은 2013년 43%·30%·15%로, 원자력의 빈자리(2010년 29%→2013년 1%)를 천연가스와 석탄, 석유가 채웠다. 같은 기간 재생 가능 에너지 비중은 10%에서 11%로 오르는 데 그쳤다. 원전 의존도를 갑자기 줄이면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국부가 유출되고 전기요금도 올랐다’는 게 일본 정부 주장이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재 원전 없이도 전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된다. 경제산업성의 예상과 달리, 전력 수요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약 10% 감소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만들어진 원자력규제위원회(규제위)가 2013년 7월 도입된 신규제 기준에 따라 원전 운전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데,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신규제 기준이 “절대적인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는 게 규제위의 견해다. 규제위는 사고 이후 원칙상 40년으로 정한 원전 운전 기간을 60년으로까지 확대하는 등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비용 약 218조원
원전 재가동에 법원이 제동을 건 사례도 있다. 다카하마 원전에서 30~70㎞ 떨어진 시가 현 주민들은 지난해 1월과 2월 재가동을 시작한 다카하마 원전 3·4호기 운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오쓰 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경험을 떠올려볼 때 사고 대책과 긴급 사태 대응 방법에 우려할 면이 있는데도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올해 3월 오사카 고등법원은 다시 이를 뒤집었다. 신규제 기준이나 규제위 심사가 불합리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주민 측이 안전 기준의 불합리함을 입증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다카하마 원전 3·4호기가 재가동을 시작했다. 전국에서 이와 비슷한 소송 약 35건이 진행 중이다.
아베 정권도 ‘원전 의존도를 낮춰간다’는 문구 자체는 유지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아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현에서는 지금도 8만명이 피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배상이나 오염 제거, 폐로 등 비용에 대해 지난해 말 경제산업성은 총액 21조5000억 엔(약 218조원)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2013년 상정했던 액수에서 두 배로 불어났다. 거액의 부담은 전기요금이나 세금으로 국민에게 돌아간다. 원전을 재가동하면 사용 후 핵연료도 늘어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 방법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게 많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 처분지를 선택하는 문제도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 일본에는 원전 54기가 있었다. 14기를 더 건설하려고 했다. 사고 이후 후쿠시마 제1원전에 있던 1~6호기는 폐로되었다. 운전 기한 40년을 넘긴 6기도 폐로가 결정되었다. 일본 정부가 원전 재가동 방침으로 돌아선 만큼 증설까지도 빗장이 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지난 6월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 작업원 5명의 피폭 사고가 발생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도쿄전력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형사재판이 시작되는 등 원전은 일본에 아직 끝나지 않은 불안이다. 무엇보다 여론이 원전 재가동에 부정적이다. 지난해 10월 〈아사히 신문〉 여론조사 결과 원전 재가동에 57%가 반대했다. 찬성은 2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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