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수입 의약품은 도약대를 디딘 듯하다. 이미 지난 상반기에 청구 금액이 지난해의 59%를 넘었으니 말이다. 6개월 만에 35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가장 눈부시게 활약한 제품은 뇌졸중 치료제 리피토정10㎎(리피토)이었다. 6개월 동안 무려 360억원을 청구했다.
문 의원의 자료만 놓고 보면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소문이 오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 10월17일 장복심 의원(통합민주신당)이 또 한번 그 말이 헛소문이 아님을 확인시켜주었다. 심평원으로부터 ‘청구 금액 순위 30대 의약품 목록’을 받은 뒤, 그 의약품들의 약가를 선진국과 비교한 결과 리피토를 비롯한 몇몇 제품의 약가가 선진국보다 더 비쌌던 것이다.
한국화이자의 리피토와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정5㎎(노바스크)이 대표적이었다(표 참조). 노바스크의 국내 가격은 1정당 524원,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이 세 배 가까이 높은 스위스는 482원이었다. 리피토도 비슷했다. 국내 가격은 1정당 1241원인데, 국민소득이 두 배가량 높은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940원과 1210원이었다. 비교적 고가인 직장암 치료제 엘록사틴주50mg(사노피아벤티스)은 그 차이가 더 커서 42만8725원(우리나라) 대 31만152원(영국)과 37만639원(이탈리아)이었다.
왜, 이런 가격 차이가 생긴 것일까. “정부가 약가 관리를 제대로 못해 일어난 일이다. 약가를 선진 7개국(A7)의 평균가에 맞추다 보니, 저절로 국내 약가가 비싸졌다”라고 장 의원은 말했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노바스크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스위스의 보건정책 변화에 따라 1400여개의 약품 값이 제너릭 수준으로 떨어져 생긴 일이다. 리피토는 프랑스에서 예방 목적의 투여가 보험이 인정되면서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엘록사틴주를 판매하는 사노피아벤티스 관계자도 할 말이 있었다. “약가는 각 나라의 의료 환경이나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 가격만 단순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라고 그는 말했다. 다른 제약사의 주장도 비슷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의 김준현 사무국장은 “약가가 비싸게 책정되었더라도 3년마다 약가를 재평가해서 조정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그 작업을 했느냐인데, 이점이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팀의 한 관계자는 이제 그런 불균형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약가 협상 지침이 바뀌어, 이제는 약가를 선진 7개국 평균가가 아니라 경제성?약효 등을 철저히 따져 다국적 제약사와 협상을 해서 결정한다. 따라서 수입 신약의 약가가 비싸게 책정된다는 식의 논쟁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