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지난 연말까지 국내의 수입 약값은 선진 7개국 평균가를 기준으로 정했다.
지난 10월 초에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문희 의원(한나라당)은 의미 있는 자료를 공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제공한 ‘청구 금액 기준 상위 10위에 포함되는 의약품 목록’이었다. 목록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최고가 의약품의 청구 금액은 총 6000억원이 넘었다. 6000억원은 2002년의 2533억원에 비해 2.4배 증가한 금액이었다(반면 국내 최고가 의약품 청구 금액은 1조2450만원에서 1조9023억원으로 1.5배 증가했다).

올해에도 수입 의약품은 도약대를 디딘 듯하다. 이미 지난 상반기에 청구 금액이 지난해의 59%를 넘었으니 말이다. 6개월 만에 35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가장 눈부시게 활약한 제품은 뇌졸중 치료제 리피토정10㎎(리피토)이었다. 6개월 동안 무려 360억원을 청구했다. 

문 의원의 자료만 놓고 보면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소문이 오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 10월17일 장복심 의원(통합민주신당)이 또 한번 그 말이 헛소문이 아님을 확인시켜주었다. 심평원으로부터 ‘청구 금액 순위 30대 의약품 목록’을 받은 뒤, 그 의약품들의 약가를 선진국과 비교한 결과 리피토를 비롯한 몇몇 제품의 약가가 선진국보다 더 비쌌던 것이다.

한국화이자의 리피토와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정5㎎(노바스크)이 대표적이었다(표 참조). 노바스크의 국내 가격은 1정당 524원,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이 세 배 가까이 높은 스위스는 482원이었다. 리피토도 비슷했다. 국내 가격은 1정당 1241원인데, 국민소득이 두 배가량 높은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940원과 1210원이었다. 비교적 고가인 직장암 치료제 엘록사틴주50mg(사노피아벤티스)은 그 차이가 더 커서 42만8725원(우리나라) 대 31만152원(영국)과 37만639원(이탈리아)이었다.

왜, 이런 가격 차이가 생긴 것일까. “정부가 약가 관리를 제대로 못해 일어난 일이다. 약가를 선진 7개국(A7)의 평균가에 맞추다 보니, 저절로 국내 약가가 비싸졌다”라고 장 의원은 말했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노바스크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스위스의 보건정책 변화에 따라 1400여개의 약품 값이 제너릭 수준으로 떨어져 생긴 일이다. 리피토는 프랑스에서 예방 목적의 투여가 보험이 인정되면서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엘록사틴주를 판매하는 사노피아벤티스 관계자도 할 말이 있었다. “약가는 각 나라의 의료 환경이나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 가격만 단순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라고 그는 말했다. 다른 제약사의 주장도 비슷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의 김준현 사무국장은 “약가가 비싸게 책정되었더라도 3년마다 약가를 재평가해서 조정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그 작업을 했느냐인데, 이점이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팀의 한 관계자는 이제 그런 불균형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약가 협상 지침이 바뀌어, 이제는 약가를 선진 7개국 평균가가 아니라 경제성?약효 등을 철저히 따져 다국적 제약사와 협상을 해서 결정한다. 따라서 수입 신약의 약가가 비싸게 책정된다는 식의 논쟁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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