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부유한 화교(타국에서 거주하는 중국 국적자)·화인(중국 국적을 보유하지 않은 해외 거주 중국인 후예) 출신 젊은이가 많다. 화교·화인들은 뿌리를 잊지 않게 자식을 중국으로 유학 보낸다.
화교·화인들은 중국 경제의 큰손 노릇을 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선진국이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들어오면서 잠시 주춤했던 화교 자본의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비중이 최근 다시 상승하고 있다. 칭화 대학 화상연구센터 룽덩가오 교수에 따르면, 한때 34%까지 떨어졌던 화교 자본의 비중은 현재 60% 가까이 올라왔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화교의 수는 약 6000만명이다. 중국 국무원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화교 자산은 최소 2조5000억 달러(약 2880조원)에 이른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6월12일 제2회 세계화교화인공상대회에 참석해 대표들을 접견하고 세계 화교들의 중국 투자와 인재 진출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정부는 공정관리와 서비스업의 촉진을 강조하는 팡관푸(放管服:행정 간소화와 권한 이양) 개혁에 화교의 자금·기술·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려 한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육·해상을 아우르는 실크로드 경제벨트 연결 사업을 구상 중이다. 이는 시진핑 정부의 핵심 사업이다. 이런 중대한 국가사업을 이어주는 주요 통로에도 화교가 자리 잡고 있다.
화교와 화인들은 다른 나라의 재외 동포와는 다른 그들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민족적 동질감을 기반으로 한 결속력이 강하다. 혈통주의를 중시하는 중국의 유교 문화에 특유의 관시(관계) 문화가 결합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화상대회’이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대회는 1991년부터 2년에 한 번씩 개최된다. 화인 기업들은 이 대회를 통해 활발히 교류한다. 중국 고위층들도 이 대회에 참여하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 2004년부터 중국의 법조문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지방인민대표대회에도 화교를 반드시 포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화교 자본이 필리핀 경제 60% 이상 장악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시장이 떠오르면서 이 지역의 화교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국 국무원 판공실에서 발표한 ‘2016년 화교화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 분포한 6000만 화교 중 약 4264만명(73.5%)이 동남아시아에 거주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화교 경제’라 불릴 정도로 화교들이 경제를 주무른다. 동남아시아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70%가 화인 기업이다. 타이의 CP그룹, 인도네시아의 자룸그룹, 필리핀의 SM그룹은 각 나라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탁신 친나왓 전 타이 총리,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조부는 모두 화교였다. 〈포브스〉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타이 타이베버리지그룹의 시리와타나퐉디, 필리핀 SM그룹의 헨리시, 인도네시아 자룸그룹의 하르토노, 말레이시아 곽씨형제그룹의 로버트 콱, 싱가포르 파이스트그룹의 로버트 응 등 화교 출신 회장이 동남아 부자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시아 경제와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세력에는 언제나 화교라는 연결고리가 있는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두면 최근 두테르테 필리핀 정부의 친(親)중국 행보도 이상하지 않다. 그동안 미국의 우방국이었던 필리핀이 중국과 경제협력 확대를 내세워 밀월 관계를 적극 유지하려 하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양국의 영유권 분쟁은 그다음 문제다. 두테르테의 이런 행보는 필리핀 전체 경제의 60% 이상을 장악한 화교 자본의 영향력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오는 10월 미얀마 네피도에서 제14차 세계화상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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