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1950년대 중·후반에 태어났다. 수도권 명문 사립대학에 진학했다. 각각 정치외교학과 법학이라는, 당시만 해도 여성 전공자가 귀하던 학문을 공부했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노력파’인 한 여성은 방송국 프로듀서 겸 아나운서로 사회에 진출했다. 미국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5년에 걸친 고된 시간강사 생활이었다.

또 다른 여성의 삶도 고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법학 전공자라도 취직자리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는 하루 16시간씩 사법시험 공부에 매달린 끝에 변호사가 되었다. 법률사무소에 취직해 동료 변호사와 결혼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변호사를 그만두었다.

ⓒ시사IN 이명익(왼쪽) ⓒEPA(오른쪽)강경화 신임 외교부 장관(왼쪽)과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장관.

전자는 한국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인 강경화다. 후자는 일본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방위장관인 이나다 도모미다.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 ‘낮은 여성 고용률’이라는 공통적인 제약에 갇힌 둘은 닮은 것 같지만 이후 행보가 판이했다. 이나다 도모미의 행보를 살펴보면, 남편이 구독하던 극우 성향의 신문(〈산케이신문〉)이 발행하는 월간지(〈정론〉)를 통해 ‘정치적 자각’을 했다. 이나다 도모미는 난징 대학살에서 일본군이 벌인 ‘목 베기 경쟁’을 부정하는 재판의 가해자 측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 법정 활동으로 유명해진 그녀는 2005년 자민당 공천으로 의원 배지를 달았다. 2012년 제2기 아베 정권의 내각부 특명담당(규제개혁)장관 때 태평양전쟁의 전범들을 옹호하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앞장섰다. 


물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공식 상대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장관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강 장관의 진짜 상대는 이나다 방위장관이다. 자민당은 동일한 정견을 가진 사람들의 결사체라기보다, ‘범보수 연합’의 성격이 강하다. 기시다 외무장관은 전통적인 미·일 동맹을 중시한다. 그는 ‘비교적’ 온건한 생각을 가진 비둘기파 고치카이(宏池會)의 수장으로 파벌 안배 차원에서 외무장관에 올랐다. 반면 이나다 방위장관은 ‘아베의 혼네(本音:본심)’를 대변하는 인물로 통한다. 아베 신조가 속한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세이와(淸和) 정책연구회의 핵심 멤버가 바로 그녀다. 이들은 평화헌법 개정과 일본 재무장 등에 적극적이다.

아베 신조와 이나다 도모미는 정치적 신념을 공유하는 그 이상의 관계다. 이나다를 정계로 이끈 장본인이 바로 자민당 간사를 맡았던 아베였다. 그런 아베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이나다는 초선 시절부터 극우 행보를 뚜렷이 했다. 2007년 6월, 일본군의 성노예 범죄를 부인하는 ‘역사적 사실 위원회’가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한 전면 광고 ‘더 팩츠(The Facts)’에 이름을 올렸고, 2012년에는 아베의 재집권을 위해 온몸을 던졌다. 이후 내각 요직을 섭렵하면서 승승장구하다 지난해 8월 방위장관에 취임했다.

방위장관에 오른 그녀는 자위대 해외 주둔지를 순시하고, 사드 배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가 하면, 징병제 도입을 암시하는 발언까지 해 논란을 불렀다. 핵무장에 대한 의지는 재선 의원 시절이던 2011년부터 공언해온 터였다.

극우 행보의 하이라이트는 지난해 11월, 평화유지활동(PKO)을 위해 남수단에 파견된 육상자위대에 새로 제정한 전쟁법(안보법제)을 근거로 ‘출동경호’를 명령한 일이다. 〈신문 아카하타〉 보도에 따르면, 자위대는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본항공(JAL) 전세기 10대까지 동원했다.

복지·인권 등 협력 이끌어내는 ‘인간 안보’

동북아시아 군사 패권을 추구하는 ‘아베·이나다 콤비’에 맞서기 위해서는 외교 안보 개념의 전환이 필요하다. 군사적 의제로 한정되었던 낡고 협소한 기존 안보 개념에서 복지·인권·환경 등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인간 안보’로 바꿔야 한다(1994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도록 하는 모든 것’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인간 안보 개념이 제시되었다). 인간 안보에 대해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가진 전문가, 강경화 신임 장관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다.

기자명 홍상현 (〈게이자이〉 한국 특파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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