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1일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거 타운홀미팅이 한창이던 광주 무등파크호텔에 불이 꺼졌다. 금세 복구될 줄 알았던 정전은 30분 이상 지속되었다. 이인제 선거관리위원장은 단상에 올라 “우리 당의 어려운 사정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자유한국당이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어둡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6월 넷째 주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9%였다. 지난해 지지율이 곤두박질 친 이후 10%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6월26일 바른정당을 시작으로 자유한국당(7월3일), 정의당(7월11일), 국민의당(8월27일 잠정) 순서로 전당대회가 열린다. 지난 대선 후보 중 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유일하다. 홍 전 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득표율(총득표 24%)과 대안 부재론을 업고 당 대표 후보로 나섰다.   

그는 지난 대선 때처럼 연일 ‘센 발언’을 쏟아냈다. 6월20일 초청토론회에서 “비호감도가 높다”라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갤럽이 만든 프레임이다. 좌파 진영에서 우리 당을 의도적으로 폄하하고 비아냥대고 거기에 매몰되어서 우리가 설 기회를 놓쳤다. 우리끼리 총질하지 말자”라고 말했다. 앞서 6월18일 당 대표 출마선언에서부터 설화를 자초했다. 그는 “신문·방송 갖다 바치고 조카 구속시키고 겨우 얻은 자리가 청와대 특보 자리”라며 홍석현 〈중앙일보〉·JTBC 전 회장을 비난했다. 〈중앙일보〉와 JTBC 등이 반발하자, 그는 “최근 사태를 걱정하는 의원도 있을 거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 당에 큰 도움이 될 거다. 검사 때부터 34년간 공직 생활했다. 말 한마디 해도 계산 다 한다”라고 말했다(6월20일 초청토론회). 6월22일 〈중앙일보〉와 JTBC, 홍석현 전 회장은 홍준표 전 지사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시사IN 조남진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6월20일 자유한국당 초·재선 의원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6월21일 초청토론회는 당 대표 후보로 나선 홍준표 전 지사, 원유철 의원, 신상진 의원 순서로 진행되었다. 홍 전 지사의 차례가 끝나자 취재진 대부분이 토론회장을 떠났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홍준표 전 지사가 당 대표가 될 확률이 99%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또 다른 관계자도 “홍 대표 체제가 외연 확장에 도움이 안 될 수 있지만 당장 외연 확장을 고민할 때가 아니다. 지금 타이밍에 홍 전 지사만 한 후보도 없다”라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나온 질문 중에도 ‘대표가 되면 이렇게 해달라’는 민원성 질문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완영 의원은 “(중선거구제인) 기초의회 의원 선거를 소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라고 요청하던 중 홍 전 지사를 “대표님”이라고 잘못 부르기도 했다.

‘친박 청산’ ‘바른정당 흡수’ 내세워

당 대표로 나선 홍준표 전 지사의 혁신안은 새롭지 않다. 이번에도 ‘친박 청산’과 ‘바른정당 흡수’를 내세웠다. 홍 전 지사는 6월18일 출마 선언에서 “국정 파탄 세력과 결별하지 않고는 살아날 길이 없다. 보수를 궤멸시킨 장본인이 남아서 설치는 것은 후안무치이다”라고 친박을 향해 날선 메시지를 날렸다. 하지만 선거운동을 하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그는 “국정 파탄을 일으킨 핵심 친박과 나머지 친박을 나누어야 한다. 지난 6년간 친박 정당이었는데 개념을 정리하지 않으면 전부 나가고 나 혼자 당 대표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바른정당에 대한 메시지는 지난 대선 때와 동일하다. 홍 전 지사는 “어차피 국민의당은 민주당에 흡수된다. 바른정당을 별개의 정당으로 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에서 떨어져 나온 기생 정당이다. 우리끼리 쇄신만 되면 대부분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당 대표 임기는 2년이다. 하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신임 대표 체제가 지속될지 불투명하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당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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