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nhua4월1일 중국 정부는 허베이성 3개 현 일대를 슝안신구로 지정했다. 하늘에서 본 슝안신구.

‘슝안으로 가자!’ 중국인들의 시선이 허베이성의 외진 마을에 쏠리고 있다. 앞으로 슝안이 중국의 ‘핫플레이스’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지난 4월1일 슝안신구(雄安新區)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신화통신은 시진핑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지도부가 내린 중요한 역사적 결정으로 ‘천년대계(千年大計) 국가대사(國家大事)’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슝안신구가 어떤 곳이기에 이렇게 주목받는 걸까? 슝안신구는 슝셴·룽청·안신 등 3개 현 일대에 조성되는 개발특구를 말한다.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160㎞가량 떨어져 있다. 현재는 규모가 크지 않은 현급 도시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슝안신구는 개발 초기 100㎢ 규모로 추진되다 점차 범위를 확대해 장기적으로 2000㎢의 면적을 개발한다. 이는 서울시 면적(605㎢)의 약 3.3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슝안신구는 1980년대 덩샤오핑이 추진했던 ‘선전 경제특구’, 1990년대 장쩌민이 추진했던 ‘상하이 푸둥신구’와 비교된다. 덩샤오핑은 ‘선전 경제특구’를 통해 외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했고, 개혁·개방을 이끌었다. 장쩌민은 ‘상하이 푸둥신구’ 개발을 통해 상하이를 무역과 금융의 새로운 중심지로 발돋움시켰다. 이 같은 대규모 개발은 중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효과를 냈다.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슝안신구 사업도 선전과 상하이의 성공 사례처럼 중국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중국에서는 연일 슝안신구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 민성증권은 슝안이 선전과 푸둥 수준으로 성장할 경우 2020년까지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이 매년 40~60%를 기록하고 명목 GDP 성장률도 20~40%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스위스 은행그룹 UBS는 슝안신구 건설로 원자재와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향후 20년간 총 고정자산 투자액이 4조 위안에(약 655조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경제적 측면 외에도 숨은 효과가 또 있다. 덩샤오핑이나 장쩌민 주석 모두 대규모 지역 개발을 통해 권력 기반을 공고히 다졌다. 중국 언론이 시진핑 주석의 직접 지시를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올해 연말 당 대회를 앞둔 시 주석이 슝안신구 사업을 자신의 대표 업적으로 내세워 권력 기반을 강화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슝안신구의 설립을 통해 베이징의 도시 기능을 분산하고, 혁신적인 창업센터를 구축해 자유경제 발전의 메카로 성장시키려는 원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다고 슝안신구가 베이징의 부도심은 아니다. 새롭고 혁신적인 도시 개발 프로젝트이다. 미래의 창업도시, 녹색도시, 현대도시(스마트시티)의 새로운 모델을 슝안으로 정했다. 이미 베이징의 부도심은 퉁저우로 결정되어 작업이 진행 중이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톈진, 허베이 지역을 아우르는 메가시티를 건설하려는 징진지(京津冀) 프로젝트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는 곧 시진핑 주석이 집권 후 집중적으로 추진 중인 지역개발 사업의 승패가 달려 있기도 하다.

정부가 대규모 개발 사업을 발표하자 벌써부터 슝안 현지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4월1일 슝안신구 건설 발표 이후 슝셴의 집값은 하루 만에 70%가량 뛰었다. 투자하려는 기업들도 몰리고 있다. 다양한 업종의 국영기업들은 본사를 베이징에서 슝안신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대표 기업 알리바바와 시노펙(국영 석유화학 기업)은 이미 회사 일부를 이곳으로 이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슝안신구 관련 테마주는 주식시장에서 요동치고 있다. 투자 열기가 과열되자 정부는 투기 행위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우선 이 지역 모든 부동산 매매를 전면 금지하고 호적 이전도 규제했다. 주식시장도 철저히 감시 중이다. 자칫 과열 분위기가 더 큰 사회문제로 번지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해외 사례로 세종시 추진 과정에 주목

ⓒXinhua상하이 푸둥신구의 마천루. 350m 높이의 상하이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푸둥신구 모습.

물론 슝안 지역 주민들은 정부 계획을 적극 반긴다. 주민들은 이 지역의 호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기대한다. 우스갯소리로 자식 결혼 걱정은 덜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시진핑 주석의 업적 사업으로 당정 차원에서 추진 중인 슝안신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발될지 아직 알 수 없다. 개발 계획만 있을 뿐 구체적인 청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도시 건설을 통해 수도의 과밀화 문제를 해결한 다양한 국제 사례 연구가 나온다. 한국의 세종시, 브라질의 브라질리아, 일본의 쓰쿠바 등의 연구 사례 발표가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세종시가 등장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신만홍원 관찰보〉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이 추진했던 행정복합도시로서 세종시의 설계와 추진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인프라 투자와 혁신도시로서의 의료·환경·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와 같은 사례 연구를 통해 앞으로 슝안신구 도시의 구체적 밑그림이 정해지리라 보인다.

기자명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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