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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경찰·공수처가 서로 견제해야”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사진)은 올해를 넘기면 검찰 개혁에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수·공안 등 인지 수사 부서 검사를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2017년 05월 31일 수요일 제5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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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핵심 내용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참여정부 때 추진되다 중단되었다. 경찰에서 수사권 조정의 ‘전도사’로 통하는 경찰청 황운하 수사구조개혁단장을 만났다. 경찰대 1기인 그는 경찰청 수사기획관 시절 검찰 간부들의 비위를 수사해 처벌하는 등 검찰 견제에 앞장서기도 했다.

ⓒ시사IN 조남진

새 정부 들어 검찰 개혁이 화두다.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검찰이 권력을 쥐고 있다. 검찰 권력이 과연 무너질 수 있겠는가 회의적 시각이 많다. 내재된 모순과 폐단들이 축적되면, 잘못된 제도는 한순간에 수명을 다할 때가 온다. 그것이 아무리 공고해 보여도 걷잡을 수 없이 한순간에 무너지는데, 검찰권도 지금이 무너지는 시기라고 본다.

그렇게 보는 근거는?

정윤회 문건, 최순실 게이트, 우병우 수사 등이 도화선이 됐다. 진경준·홍만표 등 검사들의 부패 비리 사건이 잇달아 터지며 검찰의 내재적 모순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과거와 다른 건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갈망과 요구가 시대정신이 되었다는 점이다. 또 검찰 개혁에 대한 신임 대통령의 의지가 강할 뿐 아니라 구상도 구체적이다. 조국 교수를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에 배치한 것도 그런 차원으로 보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과는 인연이 있나?


조국 교수는 2005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조정 자문위원회에 경찰 추천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내가 수사구조개혁팀장을 맡고 있어서, 평소 조국 교수가 검찰 개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안다. 조 민정수석은 검사의 직접 수사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다. 조국 수석이 대통령의 검찰 개혁 공약을 충실하게 실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혹시 수사권 조정 문제로 민정수석실에서 연락이 왔나?

연락은 없었다. 기회가 되면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경찰 측에 의견을 내라거나 자료를 보내라는 등 자연스럽게 의사를 주고받을 기회가 있지 않겠나. 다만 경찰과 검찰은 원칙적으로 논의 기구에서 빠지는 게 낫다. 대통령 공약의 취지에 공감하는 학자, 법조인 등 전문가들이 위원회를 구성해 신속히 진행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참여정부 때는 검찰과 경찰이 논의 기구에 들어갔다.

가장 큰 실패 원인은 검찰권을 정권의 통치 기반 강화에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검찰을 부를 때 ‘칼’이라고 한다. 검찰을 칼로 인정하면 검찰 개혁은 실패한다. 또 검찰 수사권을 그냥 두면 검찰 개혁이 실패한다. 참여정부 때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해준다며 사실상 방치했는데, 그사이 검찰이 독자적 권력 집단이 되었다.

정부가 검찰을 방치하면 안 된다?

검찰 문제의 본질은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아니다. 검찰의 수사권을, 검찰이 쓸 수 있는 칼을 회수해야 한다. 검찰이 칼을 쓰는 순간 정치권력과 불가피하게 엮이게 된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검찰에 끌려가는 상황이 되거나 어쩔 수 없이 검찰이 의도한 프레임에 말려들게 된다. 즉 검찰 독립 보장이 아니라 검찰 수사권 자체를 회수해야 한다.

검찰의 부패 수사가 사회 개혁에 공헌하는 측면도 있지 않나?

검찰 수사 가운데 하지 말아야 할 과잉 수사가 많다. 재벌이나 정치인을 수사할 때도 과잉 수사가 있다. 그런 과잉 수사를 통해 검찰이 그럴듯한 결과물을 내놓으면 언론이 미화하고 칭송한다. 검찰 수사가 국가의 청렴도에 기여하거나 사법제도 신뢰도에 기여하지 않는다. 거꾸로다. 검찰 주장대로 그동안 거악을 제대로 척결했다면 왜 청렴도가 낮을까? 왜 검찰 신뢰도가 낮을까? 검찰이 거악을 척결해서 사법제도의 신뢰도가 좋아지거나 청렴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청렴도는 ‘김영란법’ 같은 법과 제도를 만들면 높아진다. 상법을 개정해 재벌을 규제하면 된다. 법과 제도가 사회를 투명하게 하지, 검찰 수사로 투명해지는 건 아니다.

수사권 분리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검찰에서 수사권을 떼어내면 검찰의 중립성이 자동으로 보장된다. 정치권력은 더 이상 수사권 없는 검찰과 유착할 이유가 없다. 선진국의 경우 ‘정치검찰’이나 ‘검찰과 경찰의 유착’이란 말이 없다. 그 나라의 검찰은 직접 수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검찰에서 분리된 수사권을 어느 기관이 행사하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대통령이 공약으로 이미 제시했다. 검찰에서 수사권을 떼어내 공수처와 경찰로 나누는 것이다. 공수처와 경찰, 검찰의 삼각 정립 관계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비리 등 권력형 부패 사건을 다룬다. 경찰은 그 외의 범죄를 다룬다. 검찰은 공수처와 경찰의 부패 비리를 다룬다. 즉 어느 한 기관이 권력을 남용할 수 없도록 국가 수사 시스템을 3등분해서 경찰과 검찰과 공수처가 서로 견제해 균형을 이루는 관계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검찰 개혁은 올해를 넘기면 실패할 것이다. 올해를 넘기면 검찰이 정치권력과 다시 엮이게 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그때부터는 개혁이 안 된다.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추가 개혁 방안이 있다면?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갖는 의미에 따라 부수적·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조치들이 있다. 수사 담당 경찰과 기소 담당 검사가 지금처럼 복종 관계가 아니고 서로 협력 견제하는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 형사소송법에 협력 관계가 명문화돼야 한다. 참고로 일본 형사소송법에는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명문화되어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영장 신청권(청구권)의 문제다. 검사가 영장 신청권을 독점하고 있으면 경찰 수사에 독자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물론 헌법을 고쳐야 완벽하게 가능하지만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형사소송법에 경찰 영장 신청의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헌법 제12조 3항에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며 영장 신청 주체를 검사로 한정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에 검찰이 반발할 텐데?

참여정부 때는 검찰의 조직적인 반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검찰 안의 특수부, 공안부, 금융조세조사부(금조부) 등 인지 수사를 하는 부서의 검사들이 주로 반발했다. 내가 보기엔 그중에 정치검사가 많다. 형사부 검사들은 그렇지 않다. 대통령 임기 초기에 검찰 반발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 우선 특수·공안·금조·강력부 등 인지 수사를 하는 부서의 검사들을 형사부나 공판부로 재배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검찰 개혁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고, 정치권도 반대하기 어려워 결국엔 법안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검찰이 맡던 특수 수사 기능은 어떻게 되나?


공수처가 맡으면 된다. 대신 검찰은 공약대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기소 기관이 되어야 한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충실하고 꼼꼼하게 검토해 경찰 수사의 오류를 찾아내고, 미진한 점을 보완 수사하는 등 이런 역할을 하는 검사가 늘어야 한다.
 
검찰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하는데?

수사권 조정은 경찰 주장만이 아니다. 법학계와 시민단체가 오랫동안 요구해왔다. 경찰이 더 나으냐 검찰이 나으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한 기관에 권력이 집중되면 안 된다. 즉 민주주의 원리에 관한 문제다. 검찰과 경찰 두 기관 모두 불신받기 때문에 누가 맡든지 상관없다는 냉소적인 시각이 사법 불신과 검찰권에 의한 권력 남용을 불러왔다.

ⓒ연합뉴스
2005년 4월 '검·경 수사권 조정 공청회'에서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왼쪽)과 허준영 경찰청장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인권침해 수사가 발생할 것이라고 반대하는데?


형사정책연구원에서는 매년 국민을 상대로 검찰, 경찰, 법원, 보호관찰소, 교도소 등 형사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사를 한다. 검찰이 매번 꼴찌다. 지난해 경찰이 1등, 올해는 법원과 근소한 차이로 2등이었다. 인권 부문에서도 2005~2015년 최근 10년간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살한 사람이 100명이 넘는다. 엄청난 인권침해다.

검찰 개혁법의 입법 과정에서 국회 법사위 검찰 출신 의원들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권성동 법사위원장과 김진태 자유한국당 법사위 간사가 검사 출신이다. 검찰 개혁에 대해 국민적 요구가 이렇게 거센데, 법사위 자리를 활용해서 개혁에 저항하고 반발하면 국민들의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막무가내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지난 10년여 동안 경찰 수사권 문제를 전담하며 검찰에 표적이 됐는데?

경찰 수사권 문제는 내가 수사 업무를 하다 보니 직접 체험한 부분이 있어서 얘기할 수 있다. 원칙과 상식에 맞게 처리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일이 벌어지니까 잘못된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뿐이다. 현실적으로 검찰의 부패 비리를 수사할 유일한 조직이 경찰 아닌가. 경찰 범죄정보 부서가 제구실을 해서 검찰의 부패 비리를 견제할 수 있다면 국가를 위해서 좋은 것이다.

검찰 비위를 수사한 대표 사례는?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조직에서 검은돈을 받은 김광준 부장검사와 밀양경찰서 경위의 검사 고소 사건 등을 내가 처리했다. 내가 경찰청 수사기획관을 떠난 뒤에 김학의 전 검사장의 원주별장 접대 사건도 경찰에서 밝혀냈다. 하지만 김학의 사건은 가장 황당하게 끝났다.

무엇이 황당하다는 건가?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거쳐 김학의 전 검사장의 불법 성 접대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고 범죄가 성립하는데 검찰이 끝내 무혐의 처리를 했다. 당시 김학의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들이 불이익을 받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그 사건과 무관한 나까지 불이익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검찰뿐 아니라 경찰도 개혁 대상 아닌가?

지금 검찰 문제가 워낙 크니까 먼저 보일 뿐이지 경찰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경찰은 과거 이른바 정권 유지의 수단, 정권 유지의 도구로 활용된 측면이 있다. 김영삼 정부 들어와서 그런 부분이 많이 개선됐지만, 정치권력 쪽이 경찰을 부려먹기 좋은 만만한 공권력으로 생각해온 인식은 별로 안 바뀌었다. 정치권력이 경찰을 이용하는 데  경찰 수뇌부가 저항하고 투쟁한 역사가 없다. 이것이 뼈아프다. 일본의 경우, 오래전 경찰청장이 총리가 요구하는 선거 관련 정보 보고를 거부하면서 총리와 갈등을 빚다가 사임한 사례가 있었다. 그 뒤 일본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강화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찰은 정치권력의 부당한 요구나 관행을 청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경찰이 스스로 강도 높게 내부 개혁을 해야 한다.

경찰 개혁 방안은?

대통령 공약 중에서 자치경찰제 확대와 경찰위원회 실질화가 있다. 자치경찰제를 점차 확대해 지금처럼 중앙집중화한 경찰을 조금 더 분권시키고, 경찰위원회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줄 완충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경찰위원회를 통한 민주적 통제, 그러니까 시민 통제가 이뤄지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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