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인가, 강요인가. 10회를 넘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의 주요 쟁점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한 220억2800만원, 정유라씨 승마 지원 명목으로 전달한 78억여 원(약속한 금액은 213억원)을 뇌물로 보고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죄 등으로 기소했다. 경영권 승계 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2015년 5월7일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환담하고 있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의 강요로 돈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변호인단은 4월7일 열린 첫 공판부터 “추측과 비약이 가득하다. 재단에 출연한 현대차와 LG 등은 (직권남용·강요죄의) 피해자로 나오는데 삼성만 뇌물공여자가 되고 있다”라며 뇌물 공여 혐의를 반박했다.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부탁했나

〈시사IN〉이 입수한 안종범 업무수첩에는 2016년 2월1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에서 오간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요구사항 뿐만 아니라 삼성 측의 청탁으로 보이는 내용도 기재되어 있다.
 

안종범 업무수첩의 ‘SS’는 삼성을 뜻한다. 박근혜-이재용 독대에서 오간 대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2-15-16 티타임’ 내용을 담은 안종범 업무수첩 옆에는 맨 위에 ‘SS’라고 적혀 있다. SS는 삼성을 뜻한다. 다섯 번째 줄에 쓰여 있는 ‘금융지주회사, Global 금융’은 이재용 부회장이 언급한 내용으로 보인다(그림 1). 당시 삼성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했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3세 승계 작업 일환이었다. 삼성생명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 분할해 금융지주회사를 만들면, 추가적인 지분 매입 없이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에 따르면 이날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금융지주회사 전환 문제를 잘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관련된 금융위원회 내부 문건이 입수되기도 했다. 2016년 3월 금융위에서 작성해 안종범 전 수석에게 보고한 문건에는 ‘이 부회장의 강한 추진 의지에 따라 삼성이 금융지주 전환 절차를 서둘러 진행하기를 원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은 4월26일 열린 7차 공판에서 “금융위 직원이 청와대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라며 특검의 주장을 반박했다.

‘바이오 신산업(그림 1), 환경규제, Bio cluster 설치(그림 2)’라는 내용도 삼성 측의 요구로 보인다. 삼성은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사업’을 꼽고 바이오 의약품 생산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바이오로직스) 상장을 추진해왔다.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은 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 제약 산업성장의 선결 과제로 꼽는 사안이다. 영업이익 적자에도 불구하고 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됐다. 특검은 이날 독대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싱가포르나 아일랜드처럼 우리나라도 바이오 사업 공장 단지를 만들기 위해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외국 투자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안종범 수첩에는 ‘외투기업(외국투자기업) 세제혜택, 싱가포르, 아일랜드, 글로벌 제약회사 유치, SS 운영(그림 1)’이라는 내용도 나온다.

기자명 특별취재팀 (주진우·김은지·김연희·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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