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5일 어떤 미사일들이 등장한 건가?
준장거리와 장거리 미사일이 주로 선보였다. 미국 본토와 괌, 일본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들로 대미 무력시위를 하는 게 목적이었던 것 같다. 우선 ICBM으로 보이는 웅장한 크기의 서로 다른 두 가지 미사일을 선보였다. 하나는 7축 트레일러에 실린 발사관 안에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사진 1), 다른 하나는 8축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 위의 발사관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사진 2). 이들 미사일은 발사관 안에서 콜드 론치(Cold Launch:발사관에서 미사일을 사출시킨 뒤 점화)하는 방식으로 발사되는 고체추진제 기반의 ICBM으로 생각된다.8축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는 기존 액체추진제 이동식 ICBM인 KN-08과 KN-14에 사용되던 것이라 이번에 등장한 것도 액체추진제형으로 보던데?액체추진제 ICBM을 발사관에서 사출해 공중에 띄우면 탱크 안의 추진제(연료 및 산화제)가 흔들리면서(Sloshing) 미사일의 자세를 불안정하게 한다. 그 상태에서 공중 점화를 하면 정상적인 비행이 어려워진다. 콜드 론치에 의해 발사하는 대형 미사일은 고체추진제일 확률이 크다.
북한은 그동안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무수단 엔진에 기반해 KN-08, KN-14와 같은 이동식 ICBM을 개발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8월 고체추진제 북극성-1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6개월 만인 올해 2월 지상형으로 개량한 북극성-2 중장거리 전략탄도미사일(IRBM)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하고, 이번 열병식에서 갑작스럽게 고체추진제 이동식 ICBM의 존재를 과시한 것이다. 수개월에 하나씩 새로운 미사일을 찍어내는 듯한 요술을 부렸기 때문에 괴물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쓴 것 같다.발사관 내부에 미사일이 들었을까?
실제로는 비어 있거나 개발 중인 북극성-3 ICBM이 들어 있거나 아니면 이미 만들어놓은 KN-08이나 KN-14 미사일을 임시로 넣었을 수도 있다.
두 번째 눈여겨봐야 할 것은 무수단 미사일 탑재용 6축의 미사일 발사대에 실린 정체불명 미사일(사진 3)이다. 이 미사일의 길이는 13~14m 정도로 추정되어 무수단보다는 길고, 20m 정도의 이동식 ICBM인 KN-08보다는 짧다. 탄두(페어링) 모양은 지난해 북한이 공개한 핵탄두와 제원이 유사해 KN-08 ICBM의 탄두부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 무수단 미사일이 괌을 타격할 정도의 사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추진제 탱크 길이를 키웠거나 2단 액체 엔진을 추가해 사거리를 늘린 개량형 무수단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 만일 기존 이동식 ICBM인 KN-08의 길이를 단축하고 무수단 엔진을 장착했을 경우 KN-08보다 사거리 성능이 더욱 낮아져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준의 ICBM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스커드미사일처럼 생긴 단거리 미사일(사진 4)로 북극성 2호처럼 무한궤도 차량에 탑재돼 눈길을 끌었다. 열병식 다음 날인 4월16일 신포에서 발사를 시도한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보당국이 새로운 미사일로 정의하고 ‘KN-17’이라는 코드명을 부여했다. 스커드미사일을 개량한 1단형의 액체추진제 대함탄도미사일(ASBM)이라고 결론을 낸 것이다. ASBM은 항공모함과 같은 해상의 이동 목표물을 타격하는 미사일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목표물을 찾아낸 뒤 목표물이 이동하면 궤도를 수정해 타격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노즈콘(Nosecon:미사일의 맨 앞) 부분에 보조날개가 달려 있어서 종말단계에서 궤도 수정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2단형으로 구성되었다면 1단은 빠른 속도로 가속을 한 후 바로 분리되어 일반 탄도미사일보다 빠른 속도로 타격하는 미사일이 될 수도 있다.영국 〈데일리 메일〉 기자가 촬영한 화면에 탄두가 하늘로 휘어진 미사일이 포착되면서 가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러시아의 S-200(SA-5) 미사일로 사거리 250㎞, 마하 4의 속도를 내는 대공미사일(사진 5)이다. 대공미사일은 초기 가속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보조 로켓 부스터 4기를 장착한다. 보조 로켓 부스터는 순간적인 가속을 통해 엄청난 속도를 내며 주 로켓으로부터 분리된다. 이때 주 로켓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보조 로켓 끝부분을 바깥 방향으로 휘어지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짜는 아니고 진품이다.고체 연료 추진형 ICBM 개발은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가?
그동안 액체 연료 기반의 ICBM에 주력해오던 북한이 최근 북극성 1호, 2호로 불리는 고체 연료 미사일 시험발사에 연이어 성공했다. 북극성 3호라 부를 수 있는 ICBM도 개발 중인 것 같다. 하지만 대형 고체추진제 로켓 개발에는 상당한 제작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2020년 전에 시험발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획기적인 의미가 있다.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면 발사 직전에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 시간을 단축한다. 관련 지원 차량이 불필요해 상대방이 발사 징후를 탐지할 시간과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공격 능력을 현저히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 미사일 체계의 패러다임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고체추진제로 모두 교체되리라 예상된다.북한 자체 기술인가, 해외 기술을 들여온 건가?
고체추진제 로켓 기술은 제작이나 품질 인증이 어렵다. 한 나라의 산업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발하기 어렵다. 추진제 제조 및 제작, 구조물에 추진제를 붙이는 본딩(Bonding) 기술, 균일한 연소 상태를 유지하는 것 등이 모두 고난도 기술이다. 특히 로켓 모터가 대형화할수록 관련 기술은 더욱 어려워진다. 북한이 지난 2~3년 내에 이러한 기술을 갑자기 독자적으로 개발해 확보했을 가능성은 낮다. 만일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면 연구 개발의 역사가 최소 20여 년은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해외(중국 또는 중국에서 고체추진제 미사일 기술을 전수받은 이란이나 파키스탄 등)에서 들여와 부분적인 개조를 통해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ICBM 개발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봐야 할까?
북극성 3호로 추정되는 고체추진제 ICBM과 지난해 9월에 정지궤도 위성 발사체용 엔진이라 소개하며 지상 연소시험을 보여준 80t급의 대형 액체 엔진(백두산)으로 나누어 추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고체추진제 기반의 ICBM 개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80t급의 액체 엔진 기반 ICBM을 다시 카드로 내밀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9월 지상 연소시험을 수행한 80t급 엔진과 유사하지만 좀 더 개량된 엔진에 대한 지상 연소시험을 3월18일에 했다. 지난해와 다른 점은 단일 엔진이 아니라 통합추진 시스템 시험을 했다는 것이다. 제공된 사진을 보면(사진 6) 지난해 9월의 엔진과 크기나 외양이 비슷한 주 엔진에 보조 추력을 제공하고 방향 전환에 사용되는 4개의 버니어(보조 로켓) 엔진을 장착한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버니어 엔진은 미사일의 자세나 방향을 제어하는 구실을 하지만, 은하 3호 발사체에서 보조 로켓 엔진 4기를 추가해 보조 추진력을 확보했듯이 이번 지상시험에서 사용한 보조 엔진도 추가 추력을 확보하기 위해 장착한 것으로 보인다. 보조 로켓 화염의 크기로 볼 때 최소 3t 이상의 추력을 생성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3월24일 미국의 조기경보위성이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로켓 엔진에 대한 지상 연소시험을 또다시 수행한 것을 파악했으나, 북한에서 시험에 대한 발표가 없는 것으로 보아 시험 중 실패한 듯하다.
일련의 시험을 통해 액체 연료 기반 ICBM을 위한 최적화된 조합을 찾아냈을까?
3월18일 지상 연소시험에서 4기의 보조 로켓이 의외로 주 엔진에서 벌어져 있었다. 이 상태로는 ICBM의 직경이 2m 이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백두산 엔진을 ICBM 1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또 다른 설계 변경이 필요하다. 2단 로켓에는 무수단 엔진을 사용하고 3단 로켓에는 버니어 엔진을 쓰면, 핵탄두의 무게를 500㎏으로 가정할 때 1만1000㎞의 사거리 성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북극성 3호 계통 ICBM과 백두산 계통 ICBM의 실전화에 걸리는 시간은?
고체추진제에 기반한 북극성 3호 ICBM은 1단에 대형 고체 로켓 모터가 필요하다. 이를 북한이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북한이 이미 고체추진제 로켓 개발에 20여 년 이상 매달려왔고, 이란이나 파키스탄으로부터 제작 기술과 시설 및 장비 등을 도입했다면 자체 개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 해도 시험비행을 통해 기술을 검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만일 고추력을 생성하는 백두산 엔진에 기반한 ICBM을 제작한다면 아마도 1단에는 백두산 엔진 및 보조 엔진을 달고, 2단 또는 3단에는 무수단 및 버니어 엔진 장착을 통해 ICBM 조합이 가능할 것이다. 북한은 ICBM 개발을 위해 가용한 모든 옵션을 고려할 것이다. 액체추진제 엔진 기반 및 고체추진제 모터 기반의 ICBM을 모두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현재 ICBM 시험발사를 위한 준비가 최종 단계에 와 있다”라고 말했지만, 어느 옵션도 추진제 엔진의 성능 제한과 제작 기술의 한계로 인해 쉽게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지금 상황으로는 2020년 전에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ICBM을 실전에 배치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엔진 제작과 관련한 기술 문제 외에 실전 배치 과정에서 제기되는 또 다른 문제점은 무엇인가?
현재까지는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든,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든 미국을 타격할 수준의 엔진 조합을 정확히 찾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작년 재진입체에 대한 열차폐 시험을 수행했으나, 이는 탄두의 마모(삭마) 상태를 확인하는 기계적인 삭마 시험에 불과해 재진입체에 대한 검증도 아직 완료되지 않은 것 같다. 어떤 무기체계든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최소 5~10회 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ICBM의 경우 사거리가 길어서 시험발사에 어려움이 있다. 정상 궤적으로 동쪽으로 발사하면 미국에서는 이것이 시험발사인지 실제 ICBM 공격인지 구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잘못하면 미국이 미사일방어체계를 가동하고 양국이 전쟁 상태에 돌입할 수 있다. 미·일과 마찰을 피하려면 고각 발사를 할 경우 수천㎞까지 올려야 하기 때문에 미사일 구조물의 재설계와 같은 여러 가지 설계 변경이 요구될 것이다. 은하 3호(광명성호) 장거리로켓처럼 서해 동창리 위성발사장에서 남쪽으로 발사하는 방안이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있다. 사거리 능력에 따라 남극을 돌고 난 후 다시 미국이나 다른 나라를 타격할 수 있어서 정밀한 분석 및 판단이 요구된다. 결국 현재 수준으로는 올해 신년사에서 공언한 바와 같이 조만간 ICBM 시험발사를 시도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을 듯하다. 2~3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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