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17일 27차 공판

검찰은 이날 7시간 동안 최순실 피고인을 신문했다. 판사는 최순실씨에게 “신경질적으로 말하지 말고 간단명료하게 대답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림 우연식최순실씨(왼쪽)는 검찰의 질문에 신경질적으로 답해서 판사의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최순실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신문

검찰:1998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2007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운 적 있나?

최순실:저는 선거운동을 돕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본 적은 있다.

검찰:대통령이 피고인을 두고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어떤 도움을 줬다는 건가?

최순실: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줬는지까지 여기서 설명할 필요 없다. 몇십 년 세월을 다 얘기할 수 없다. 다만 의리와 신뢰를 지켰다. 그분(박근혜)을 존경했다. 검찰에서 자꾸 저한테 대통령과 ‘공동체’처럼 지내지 않았냐는 식으로 물어보는데, 그건 생각에 따라 다르다.

검찰:2015년 7월 고영태씨에게 문화 및 체육 관련 재단을 만들되 각각 30억원씩 10개 기업에게 출연받으라는 문건을 주며 재단의 조직도를 알아보라고 지시한 적 있나?

최순실:검찰에서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제가 웃었다. 고영태한테 지시를 한다는 것도 웃기다.

검찰:지시한 적 없다는 건가?

최순실:그 사람들은 저를 모함하고 정부를 모함하는 사람들인데, 진위를 파악하고 얘기하셨어야 되는 거 아닌가?

검찰:대통령이 2015년 7월 대기업 회장들과 비공개 면담 당시 출범 예정인 문화·체육재단을 언급했다는 사실을 알았나?

최순실:너무 황당하고 웃기다. 검찰이 그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검찰:장시호씨는 2015년 7월24일 최순실씨 집에서 대기업 회장과 면담할 내용이 정리된 A4 사이즈 문건을 봤다는데?

최순실:걔(장시호) 이야기는 노트북 밑에 그 문건이 있었다는 건데, 제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게 말이 안 된다.

검찰:2015년 10월 초 신라호텔에서 차은택, 이한선, 김성현, 이성한 등을 만났나?

최순실:차은택이 보자고 해서 한 번 봤다.

검찰:후에 이들은 미르재단 임원이 됐다.

최순실:그건 차은택이 강력하게 요구했다.

검찰:누구에게 요구했다는 건가?

최순실:차은택은 당시 문화부 장관도 알고 교문수석도 알았다. 그걸 왜 나한테 묻나?

검찰:2015년 10월 말, 정호성은 최순실씨에게 “곧 리커창 중국 총리가 방한하는데 그때 문화 교류 관련 MOU를 맺는 것이 좋겠다. 그러려면 문화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사실인가?

최순실:그런 말 한 적 없다.

검찰:대통령도 안종범 전 수석에게 같은 내용의 지시를 내렸다.

최순실:그건 청와대 내부 문제다. 저한테 다 떠넘기면 안 된다. 미르재단에는 제 사람이 하나도 없다. 전부 차은택 사람이다. K스포츠재단에도 전부 고영태 사람이다. 제가 지시한 게 아니라 자기들이 계획을 잡아서 왔던 거다. 저는 그게 어떻게 움직이는지 세세하게, 면밀하게 검토할 시간도 없었다.

검찰:이 법정에 출석한 이한선과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은 최순실씨 주재하에 여러 번 회의를 했고, 최순실씨가 지시를 내리면 밤을 새워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는데?

최순실:저를 재단의 설립자나 운영자로 몰아가려고 자꾸 똑같은 질문을 하는데, 비슷한 질문은 안 했으면 좋겠다. 이런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판사:피고인, 다른 증인들의 진술에 대해 피고인에게도 확인을 하는 거다.

검찰:지시를 안 했다는 건가?

최순실:어떻게 지시를 하나, 모르는데.

검찰: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업 총수들과의 개별 면담 당시 최순실씨가 지배한 더블루케이나 플레이그라운드의 용역 제안서, 기업 소개서를 건네줬다. 이는 최순실씨가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 아닌가?

최순실:절대 그런 적 없다. 대통령을 그런 식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 저는 플레이그라운드나 더블루케이의 실질적인 운영자가 아니다. 이건 대통령께도 확인한 사항인가?

검찰:검찰 조사 때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이 잘되어가는지 옆에서 지켜보라고 해서 도우려고 했다”라고 말했는데,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그런 부탁을 한 적 있나?

최순실:그건 제가 확대해석한 것 같다. 저에게 앞에 나서서 해달라고까지 얘기하시는 분은 아니다. 저는 그냥 조력자로서, 40년 지기로서 도움을 드렸을 뿐이다. 저로서는 다음 해에 독일에서 체류해야 하고 영주권도 따야 하기 때문에, 급한 마음에 너무 열정적으로 고영태나 차은택 얘기를 들어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에 대해 사과드린다.

검찰:대통령이 대면으로 부탁했나, 아니면….

최순실:잠깐만, 판사님! 이건 검찰에서 굉장히 많이 물어본 사항이다. 결국 이렇게 가다가 대통령과 저와 공모했냐고 물어본다. 이걸 다 대답해야 하나?

판사:그건 피고인이 판단하면 된다. 본인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대답을 거부할 수 있다.

최순실:불리한 것도 있지만 분량이 너무 많다.

판사:공소사실이 워낙 많아서 어쩔 수 없다.

최순실:똑같은 질문을 계속하니 제가 몸살이 날 것 같다. 살 수가 없다.

검찰:이종욱 KD코퍼레이션 대표의 아내 문○○씨에게 남편 회사 제품을 어디로 납품하고 싶으냐고 물어본 적 있나?

최순실:그렇게 과시하면서 얘기하진 않았다.

검찰:문씨에게 KD코퍼레이션 회사 소개서를 받아 정호성 당시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전달한 적 있나?

최순실:있다.

검찰:문씨에게 샤넬백을 받은 적 있나?

최순실:있다. 그게 그렇게 비싼 건지 몰랐다.

검찰:안종범 경제수석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현대차에 KD코퍼레이션을 소개했다. 대통령에게 KD코퍼레이션에 대해 설명한 적 있나?

최순실:없다. 유능한 곳은 좀 소개해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검찰:2016년 2월16일 문씨에게 차움병원 로비에서 에르메스 구두와 현금 2000만원을 받은 적 있나?

최순실:돈은 받은 적 없다. 저는 돈은 절대 안 받는다고 했다.

검찰:노승일씨는 검찰에서 최순실씨의 지시를 받고 포스코에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최순실:그건 다 조작이다. 노승일의 증언에 대해 대답하지 않겠다.

검찰:노승일씨는 이 법정에서 포스트잇으로 지시를 받았다면서 해당 포스트잇을 제시했다.

최순실:그 포스트잇은 훔쳐간 거다.

검찰:본인 글씨 맞나?

최순실:제 글씨가 맞는 것 같다.

검찰:대통령, 정호성, 윤전추·이영선 행정관 등과 차명폰을 사용해 통화한 적 있나?

최순실:말할 필요 없다.

검찰:그 사실에 대해 진술할 수 없나?

최순실:그렇다.

검찰: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던 2016년 10월25일에도 차명폰 2개를 사용해 3회에 걸쳐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있나?

최순실:없다.

검찰:검찰에서 맨 처음 조사받을 때 “국민들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이다”라고 진술했는데, 어떤 의미였나?

최순실:독일에 있을 때 JTBC가 찾은 태블릿 PC에서 연설문이 나왔다는 걸 인터넷으로 봤다. 국정 개입이다, 비선 실세다 해서 너무 엄청난 내용이었다. ‘이게 어떻게 유출됐지. 대통령이랑 내가 가까운 사이인데, 이런 걸 국정 농단이라고 누가 폭로를 했지?’라고 생각했다. 그 부분이 죄송하다고 생각해서 들어왔다. 그런데 검찰 조사를 받다 보니 그건 둘째 문제고, 대통령이 저를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강제 모금을 해서 사익을 취하기 위해 빼돌렸다고 했다. 그래서 제가 반발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에게 이렇게 문제를 일으킨 점 사죄한다. 형을 적게 살겠다는 마음도 없고,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자살도 많이 생각했지만 자살하기도 쉽지 않다. 교도관님께도 제가 살아 있는 목적이 뭐냐고 계속 물어봤다. 하지만 그것과 억울한 건 다르다. 우리나라 기업에 대해서도 너무 실망했다. 아무리 검사들이 진술을 강요한다 해도 두세 명은 다른 소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배신의 정치에 트라우마가 걸려 있다고 해도 정말 이런 건가. 제가 국민들께 죄송하고 국가에 잘못을 저지른 게 있다고 해서 모든 걸 인정하는 건 아니다.

ⓒ그림 우연식최순실씨(왼쪽)는 검찰의 질문에 신경질적으로 답해서 판사의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 4월18일 최순실 뇌물 혐의 등 3차 공판

최순실씨 측근으로 알려진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 역시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김종 증인에 대한 특검의 신문

특검:2014년 4월 언론에서 정유라 선수가 정윤회씨 딸이라서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최순실씨가 증인에게 연락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데, 해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죠?

김종:그렇다.

특검:얼마 뒤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의혹에 직접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죠?

김종:그렇다.

특검:당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였던 한화그룹에서 특혜 논란이 부담스럽다며 회장사를 그만둔다고 했나?

김종:그렇다.

특검:직후에 최순실이 전화해서 ‘인천 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한화가 승마협회 회장을 그만두면 어떡하냐’라고 했나?

김종:그렇게 기억한다.

특검:이번에도 얼마 후 김기춘에게 연락이 와서 최순실과 똑같은 얘기를 하며 ‘아시안게임까지는 한화가 승마협회 회장을 계속 맡게 해라’고 지시했나?

김종:그렇다.

특검:그 후 최순실씨가 한화에서 승마협회를 잘 이끌어가지 못하니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삼성에게 맡겨야겠다고 말한 적이 있나?

김종:그런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특검:2014년 9월,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으로부터 ‘앞으로 삼성에서 승마협회를 맡을 것이다. 삼성에서 연락이 오면 만나라’는 지시를 들었나?

김종:그렇게 기억한다.

특검:2015년 6월24일, 새로 대한승마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을 만났나?

김종:그렇다.

특검:그때 증인이 박상진에게 들었던 얘기가 중요하다. 당시 박상진이 ‘삼성에서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준비가 언제라도 되어 있다. 그런데 정유라가 출산을 해서 말을 탈 상태가 아니다. 상태가 호전되면 지원하겠다’라고 얘기했나?

김종:그날 2시간 동안 식사를 했는데, 그 이야기가 제일 명확히 기억에 남아 있다.

특검:2015년 7월23일에는 박상진으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와 있다.

김종:당시 그 문자 메시지를 바로 확인하지 못해서 추후에 전화를 걸었다.

특검:그 전화통화 중에 박상진 사장이 ‘대통령께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정유라 선수를 2020 도쿄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했는데, 이제부터 본격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얘기했나?

김종:거의 비슷한 얘기를 했다. 굉장히 의아하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아직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

특검:왜 그렇게 충격적이고 의아했나?

김종:한 선수만을 위해서 대통령이 삼성에 얘기했다고 한 부분이 충격이었다. 그래서 제가 ‘정말이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특검:증인은 2015년 1월9일 김종덕 문체부 장관과 함께 대통령을 면담한 적 있나?

김종:그렇다.

특검:그 자리에서 대통령이 정유라(정유연)의 이름을 언급했나?

김종:그렇다. ‘정유연 선수같이 끼 있고 젊은 유망주를 앞으로 키워야 하는데, 왜 자꾸 의혹을 제기하냐’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김종 증인에 대한 최순실 변호인의 신문

최순실 변호인:박상진 사장이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정유라 선수를 지원하라는 얘기를 했다는데, 그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진술할 수 있나?

김종:전화가 와서 ‘무슨 일입니까’ 했더니 ‘차관님,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연락해서 정유라 선수를 2020년 도쿄 올림픽에 꼭 출전할 수 있도록 삼성에서 지원 바란다고 하십니다’라고 했다. 이건 대통령 말씀이라 다른 어떤 말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지금도 기억한다. 제가 지금 말씀드린 게 90% 맞다.

최순실 변호인:박상진 사장의 진술과 완전히 상반되는 증언인 거 알고 있나?

김종:검찰에서 박상진 사장과 대질신문할 때 들었다.

최순실:저는 대통령에게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게 해달라고 권유드린 적이 없는데, 그걸 들은 적이 있나?

김종:저는 대통령이 권유했다고 한 적 없다. 정호성 비서관이 저에게 지시했기 때문에 청와대 뜻이라고 생각했다.

최순실:아까 제 딸이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고 했는데, 그때는 대통령이 우리 딸 이름이 정유연인지 정유라인지 바뀐 줄 모르셨을 거다. 걔가 임신한 사실은 처음엔 저도 몰랐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주 승마’ 의혹을 폭로한 뒤 애가 너무 충격을 받아서 사라졌다. 자살하려고 그런 거다. 나중에 제가 찾고 나서야 대통령에게 그 애가 임신한 사실을 얘기했는데, 아까 대통령이 정유연을 잘 봐주라고 얘기했다는 게 앞뒤 말이 안 맞는다. 그 얘기를 분명히 들은 건가?

판사:증인은 임신 얘기는 안 했다. 대통령이 정유연 같은 유망주를 키워야 된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최순실:이름은 절대 얘기를 안 하셨다고 생각한다. 그때 걔가 그렇게 엄중한 상황이라 누구한테도 얘기를 못했다. 하나만 더 묻겠다. ‘공주 승마’ 의혹 이후 직접 해명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때 그 기자회견 내용은 모두 사실이지 않나?

김종
:저희가 제대로 조사했다. 의혹은 의혹으로 끝났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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