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의 난제 중 하나가 바로 입시 위주 교육이다. 1995년 5·31 교육개혁안에서 우리 교육의 현안 문제 가운데 하나로 ‘입시 지옥 속에 묻혀버리고 있는 창의성’을 들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입시 지옥은 현재진행형이다. 몇 해 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이런 한국의 아이들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학생들’, 그리고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세상에서 가장 경쟁적이고 고통스러운 교육’이라고 표현했다. 스웨덴의 한 일간지는 “한국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순위는 세계 최고이지만, 아이들은 미래에 대해 꿈을 꿀 시간이 없다”라고 썼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때, 교육부의 대통령 보고 문서에서도 ‘학생, 학부모 등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입시 위주의 과열된 경쟁으로 인해 행복하지 못하고, 교육 질에 대한 불만 지속’을 이야기하면서 ‘획일적 학력 경쟁에서 벗어나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 계발을 지원하여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지금까지 16차례나 대학 입시 제도를 바꿨지만 입시 위주 교육은 여전하다.
입시 지옥 원흉은 학력 간 임금 격차
그럼 왜 모두가 대학 입시에 그토록 목을 매는 것일까? 2014년, 서울시 사회적 기업 ‘지산교육’에서 전국 고등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51.1%가 첫 번째로 꼽은 것이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이러한 응답은 2013년 〈한국대학신문〉에서 조사한 것과도 비슷하다. 여기서도 대학 진학 이유는 ‘취업에 유리한 조건 획득(44.8%)’이었다. 대학은 학생 대다수에게 직장을 얻기 위한 수단이며, 이른바 일류대 진학 경쟁 역시 더 나은 직장에 들어가고 더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함이었다. 교육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정책을 펼쳐도 우리 학교가 쉽게 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2015년 OECD 교육 지표를 보면 대학진학률 OECD 평균은 41%, 우리나라는 68%, 캐나다 58%, 영국 49%, 일본 37%, 독일 28%이다. 2012년 OECD 지표로 학력 간 임금을 나라별로 비교해보면 고졸자를 100으로 볼 때, 대졸자는 한국의 경우 160, 캐나다 142, 영국 157, 일본은 143, 노르웨이는 128, 뉴질랜드 117이다. OECD 평균은 153이었다. 학력 간 임금 격차와 대학진학률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독일, 덴마크, 핀란드는 대학 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하는 나라임에도 한국보다 대학진학률이 낮다. 그 이유는 학력 간 임금 격차가 우리나라보다 작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경쟁 없이 어떻게 발전이 있는가 하고 반문한다. BBC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기업가인 마거릿 헤퍼넌은 〈경쟁의 배신〉이라는 책에서 경쟁의 양상과 역작용을 적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경쟁을 마치 종교처럼 맹신해왔고, 경쟁이 놀라운 효율과 기적적인 경제발전, 그리고 무한한 창조성과 눈부신 혁신을 안겨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 대신 우리는 부정, 부패, 사회적 역기능, 환경 파괴, 낭비, 환멸, 불평등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우리 학생들은 자기 길을 가고 싶어 하지만 학교나 사회는 길을 내어주지 않는다. 입시 경쟁으로 꿈꿀 시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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