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적 인간과학의 가능성김명희 지음, 한울 펴냄카를 마르크스와 에밀 뒤르켐을 비판적 실재론으로 해석했다. 2009년 쌍용차 노동자의 연쇄 자살 사태를 보면서 한국 사회의 절망과 비관까지를 끌어안는 사회이론을 모색하고자 했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꿰뚫은 〈자본론〉과 자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결과임을 밝혀낸 〈자살론〉 사이에 숨어 있는 연관성을 찾아낸다. 나아가 이들에 기초해 새로운 지식 통합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실증주의적이지 않으면서도 과학성을 유지하는 두 사상가의 방법론이 통합된 인문사회과학의 가능성을 열어놓기 때문이다. 책 말미에는 이러한 방법론이 세월호 트라우마와 같은 사회적 고통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를 다룬다.

불타는 얼음송두율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2년 전 송두율 교수를 독일 현지에서 인터뷰했다(〈시사IN〉 제424호 ‘371일간의 귀향이 남긴 화인’ 기사 참조). 그때 그는 자전적 에세이를 쓰고 있는데, 한 글자를 못 쓴 날도 많다고 했다. 책의 부제는 ‘경계인 송두율의 자전적 에세이’다. 한국에서 출간된 송 교수의 12번째 책이자 “마지막이 될” 책이다. 연대기에 따라 삶을 서술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사건의 이면을 재구성했다. 2003년 귀향을 회고하는 대목을 읽다 보면, 그때 한국 사회를 휩쓴 광기가 떠오른다. 사상의 자유를 주장하던 진보 인사들마저 ‘경계인’인 그를 ‘이방인’이나 ‘회색분자’로 취급했던 우리들의 초상이 되살아난다. 인터뷰 때 이명익 〈시사IN〉 사진기자가 찍은 사진이 책날개에 실렸다.

왜 지금 재벌 개혁인가박상인 지음, 미래를소유한사람들 펴냄유력 대선 후보들 모두 재벌 개혁의 적임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추락하는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재벌을 괴롭히려 하느냐’라는 반대론자들의 목소리도 강하다. ‘삼성전자가 몰락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라는 불안감도 퍼뜨린다. 그럼에도 왜 재벌 개혁인가? 박상인 교수는 단언한다. “재벌 개혁을 통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로잡는 것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재벌은 효율성을 잃었고 혁신경제의 적이다. 시장경제 룰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그들은 시장경제 ‘밖’에 존재하는 세습 독재세력이다. 박 교수가 내놓은 재벌 개혁안은? “그냥 자본주의를 하자.” 대선 주자가 읽어야 할 필독서다. 

등산, 도전의 역사이용대 지음, 해냄 펴냄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용대’라는 이름을 알고 있다. 비록 전설과는 거리가 멀지만 전설의 세계로 안내하는 충실한 안내자 구실을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등산학교 교장’으로서 숱한 등반가들을 신화와 전설의 세계로 안내했다. 그래서 등반가들에게는 ‘등산학교 몇 기냐?’가 익숙한 인사말이기도 하다.큰 산을 오르는 것은 위험한 도전이다. 등반가들은 위험을 부담할 각오가 되었을 때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대한 계산이 섰을 때 산을 오른다고 한다. 모험은 철저한 준비의 산물이다. 저자는 그 준비가 어떻게 이뤄져왔는지 등반 장비의 발전과 사연을 통해 들려준다. 그가 10년 전 썼던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를 개정한 책이다.

전진하는 페미니즘낸시 프레이저 지음, 임옥희 옮김, 돌베개 펴냄페미니즘이 ‘요즘 들어’ 갑자기 생겨난 어떤 유행인 것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은 반드시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유구한 차별의 역사 속에서 페미니즘은 언제나 비판적인 학문이었다. 다만 그 비판의 구체적인 대상은 조금씩 바뀌었다.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정치철학가인 낸시 프레이저는 페미니즘이 전후 냉전 시대, 복지국가 자본주의 시대, 신자유주의 글로벌 시대에 역동적으로 대처하는 과정을 분석해 다양한 페미니즘 모델을 읽어냈다. 그 속에서 페미니즘이 스스로를 비판하고 성찰하며 끝없는 자기 극복을 해온 과정을 따라갈 수 있다. 페미니즘이 진보를 비판하는 동시에 연대해야 하는 관계라는 점에 대해서도 섬세하게 파악했다.

휴거 1992조장호 지음, 해냄 펴냄어린 시절 신흥종교에 심취한 모친을 잃은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엘리트 형사가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살인 사건의 배후를 추적한다. 1992년 ‘휴거’ 사태를 소재로 작성된 장르소설이다. 대량 살상, 다중 인격, 반전 등 스릴러적 성격은 물론 신흥종교를 통해 소외 문제를 부각하는 사회파적 면모까지 갖췄다. 얼핏 보면 수사진의 애환과 갈등을 묘사하는 경찰 소설 같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함께 트릭도 납득할 만하다. 착실하게 학습하며 발전하는 한국 장르문학계의 현재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투자배급사 쇼박스, 해냄출판사가 공동주최한 ‘제1회 네이버북스 미스터리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ahnph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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