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일부터 17일까지 4차례 이뤄진 더불어민주당 경선 토론회에는 ‘주도권 토론’ 방식이 도입됐다(3월19일 5차 토론회에는 주도권 토론이 없었다). 주도권 토론에서는 각 후보들이 제한된 시간 내에 원하는 후보에게 질문할 수 있다. 지금까지 후보들에게 지정된 주도권 토론 시간은 총 51분(△1차 17분 △2차 15분 △3차 9분 △4차 10분)이다. 〈시사IN〉은 4차례 주도권 토론마다 각 후보들이 다른 후보에게 질문하는 데 할당한 시간과 질문 내용을 살펴봤다(후보별 시간은 10초 단위로 반올림해 계산했다). 시간을 재보니, 각 후보들의 경선 전략이 엿보인다.

 

 

 

 

 

지지율 1위인 문재인 후보는 네 차례 경선 토론에서 주도권 토론 시간을 다른 세 후보에게 고르게 썼다. 총 52분 10초 중 안희정 후보에게 37%(19분 10초), 최성 후보에게 32%(16분 40초), 이재명 후보에게 31%(16분 20초)를 할애했다.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3월10일) 전 치러진 1, 2차 토론에서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일자리 정책, 쌀값 문제, 검찰 개혁 방안을 물었다. 탄핵 이후 진행된 3차 토론에서는 안 후보의 대연정 제안과 국·공립대 무상등록금 공약이 민주당의 당론이 아니라고 문제제기했다. 4차 토론에서는 안 후보의 국민 안식년제, 국공립대 무상등록금 공약을 두고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했다.

문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는 ‘광화문 대통령’ 공감 여부, 사드 관련 안보관 문제, 기본소득 재원 마련 대책, 법인세 인상과 재벌 해체 공약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질문했다. 최성 후보에게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 조세 정책, 4차 산업 혁명, 자신의 공약인 치매국가책임제, 수도권 규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문 후보는 안희정·이재명 후보가 각각 최성 후보에게 쓴 7분·7분10초보다 두 배가 넘는 16분 40초를 최성 후보에게 질문하는 데 할애했다.

 

 

 

 

 

문재인 후보를 추격하고 있는 안희정·이재명 후보는 지지율 1위 문 후보에게 가장 많은 시간을 썼다. 안 후보는 주도권 토론 시간 총 49분 40초 중 약 61%(30분 20초)를 문재인 후보에게 사용했다. 반면 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에게는 약 25%(12분 10초), 최성 후보에게는 약 14%(7분 10초)를 할애했다.

안 후보는 1차 토론에서는 16분 30초 중 12분 30초를 문 후보에게 할애하며 문 후보의 캠프 조직이 비대하다고 지적하고, 자신이 제안한 연정에 대한 생각을 거듭 물었다. 2차 토론에서는 1차 때와 달리 문재인 후보(5분 20초)보다 많은 시간을 이재명 후보(6분 40초)에게 쓰며 사드와 관련한 입장을 물었다. 그러나 3월8일 김종인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한 뒤 열린 3차 토론(3월14일)에서는 다시 9분 10초 중 5분 30초를 문 후보에게 사용했다. 김 전 대표 탈당에 대한 생각을 물었고, 손학규·김한길·박지원·안철수 탈당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4차 토론에서는 8분 40초 중 무려 7분을 문 후보에게 사용하며 대연정에 대한 입장과 통합의 리더십 부족을 거듭 지적했다.

안희정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는 기본소득, 사드, 반대 세력에 대한 포용력, 자신의 연정론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러나 2차 토론 외에는 대체로 지지율 1위 문 후보를 집중 공략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성 후보에게는 사드, 자치 분권 개헌 등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지지율 3위인 이재명 후보는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문재인 후보에게 사용했다. 이 후보는 자신에게 할당된 주도권 토론 시간 총 47분 50초 중 약 70%(33분 40초)를 문재인 후보에게 썼다. 1차 토론에서는 16분 40초 중 12분을 문 후보에게 사용하며 이른바 ‘재벌 준조세 폐지’ 문제와 법인세 증세 여부 등을 물었다. 2차 토론에서도 16분 30초 중 11분 30초를 문 후보에게 사용했다. 1차 토론에서처럼 ‘재벌 준조세’ 관련한 질문을 다시 했고, 재벌 정책에 대해서 주로 물었다. 3차 토론에서는 “문 후보 주변에 인정하기 어려운 기득권자들이 모인다”라며 특정 영입 인사를 콕 집어 문제를 제기했다. 4차 토론에서 문 후보에 10분 10초 중 8분을 사용하며 탄핵, 사드와 관련해 입장이 계속 바뀐다고 공격했다. ‘기득권 대연정’과 법인세 증세 문제도 재차 거론하며 압박했다. 캠프 인사와 재벌정책에 대해 주로 물은 셈이다.

주도권 시간만을 따져보면 ‘적폐 청산’을 강조하는 이재명 후보는 ‘대연정’을 주장한 안희정 후보와 눈에 띄게 각을 세우지 않았다. 안희정 후보와 최성 후보에게 약 15%(각각 7분 10초, 7분)로 비슷한 시간을 할애했다. 1, 2차 토론에서는 안 후보에게 법인세 증세와 기본소득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탄핵 결정(3월10일) 뒤 열린 3차 토론에서는 이례적으로 문재인(2분 10초) 후보와 안희정(2분 20초) 후보에게 비슷한 시간을 쓰며 광주 1000인 토론 취소 이유와 대연정을 두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4차 토론에서는 다시 10초 동안만 안 후보에게 대연정에 대해 질문했다. 이 후보는 최성 후보에게는 일관되게 시간을 쓰지 않았다. 법인세 증세나 재벌 규제에 대한 생각, 공약 이행률,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을 물었다. 3차 토론에서는 10초 동안 자유토론 찬성 여부만 묻고 넘어갔다.

 

 

 

 

최성 후보는 지지율 2위인 안희정 후보에게 약 55%(28분 30초)로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이어 문재인 후보에게 27%(13분 50초)를 썼다. 이재명 후보에게는 약 18%(9분 20초)로 가장 적게 질문했다.

질문 내용에도 차이가 있었다. 문재인 후보에게는 사드 관련 일괄 타결 해법 동의 여부, 통일한국 실리콘밸리 프로젝트 공동 공약 의향, 범죄경력 최종판결문 검증 동의 여부, 자치분권 개헌 의지 피력 등 비교적 무난한 질문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4차 토론에서 측근 청렴성 관리와 호남 민심 극복 방안을 물은 정도가 최 후보가 문 후보에게 각을 세운 장면이었다.

반면 안희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에게는 비교적 날을 세웠다. 특히 안 후보에게는 자유한국당과의 대연정 발언,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한 개인적 자금 유용, 판결문 공개 여부를 질문하며 압박했다. 특히 탄핵 결정 뒤 열린 3차 토론에서 9분 중 6분을 할애해 정치자금 수수 문제로 안희정 후보를 압박했다. 최 후보는 3, 4차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음주운전 전과와 논문 표절 논란을 물었다.

총 10회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경선 토론회는 이제 6회 토론을 앞두고 있다. 3월21일에는 MBC ‘100분 토론’, 24일에는 호남권 순회 토론이 열릴 예정이다. 토론은 3월30일 SBS에서 열리는 수도권 토론으로 마무리된다.

 

기자명 김형락·나경희·전광준 인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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