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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약속 공수처 신설 이번에는?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이래로 주요 정당과 대선 후보들이 선거 때마다 공수처 신설을
약속했다. 새 정부에서 도입 가능성이 높다.

신한슬 기자 hs51@sisain.co.kr 2017년 03월 29일 수요일 제4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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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 공약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가 검찰 개혁이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입을 모아 검찰 개혁 의지를 밝혔다. 검찰과 별개로 독립적인 수사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은 여야 후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찬성하는 분위기이다.

검찰 스스로 개혁을 자초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홍만표·진경준·우병우 등 검찰 출신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그때마다 검찰에 대해 제 식구 봐주기 수사 의혹이 일었다. 공수처 신설은 이런 검찰 출신 권력층의 부실 수사뿐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와 같은 측근 비리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도 거론되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지난해 12월19일 ‘권력기관 적폐 대청소를 위한 대화’에서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는 대통령과 대통령의 친인척·측근 등 특수 관계자도 포함하겠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같은 의견이다.

ⓒ시사IN 신선영
2월21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가운데)이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후보는 공수처 신설에 ‘절반의 찬성’을 했다. 지난 3월6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2차 토론에서 안희정 후보는 “공수처가 또 다른 권력기관이 되면 그건 또 누가 수사하겠나. 옥상옥이 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3월14일 안희정 대선 캠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수처의 권력도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방안은 고심 중이다”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 후보들도 의견이 일치한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공수처가 추진력을 가질 수 있도록 수사와 기소 권한을 통합해야 하며, 공직자 부패 사건과 연관되는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기소권도 보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남경필 후보도 공수처 설치에 찬성했다.

수사권·기소권을 가진 검찰 권력 분산을 위해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문제도 논의가 활발하다. 문재인·안희정·이재명·안철수 후보는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에만 전념하고 경찰은 수사에 집중한다는 ‘총론’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각론’에서 해법이 갈린다. 이재명 후보는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라고 공약하며 완전 분리를 강조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경찰의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수사권(경찰)과 기소권(검찰)을 점진적으로 분리하는 방향으로 가되,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제3의 의견도 나왔다. 유승민 후보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할 필요가 있지만, 국민적 평가에 비춰볼 때 경찰 조직에 수사권을 주기보다는 별도의 수사청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수사청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 인력으로 구성돼 서로 견제하고 경쟁한다는 구상이다.

또 이재명·심상정 후보 등 일부 야권 후보는 검찰 권력의 견제 수단으로 미국의 제도를 참고한 지방검찰청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는 직선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문재인·유승민·남경필 후보는 직선제에 부정적이다. 문재인 후보 캠프 측은 “당장 도입하기는 이르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등 검찰 개혁이 이루어진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는 “교육감 선거처럼 정당이 선거에 개입해 정치·정파화될 우려가 있어서 검찰의 정치중립성이 훼손될 것이다”라며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바른정당 남경필 후보 캠프 관계자도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검찰 개혁과 관련해 여야를 통틀어 합의 공감대가 형성된 공약은 공수처 신설로 차기 정부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공수처 신설 법안은 지난해 말부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대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2월7일 기자회견에서 “공수처 신설은 기존 검찰의 문제점을 그대로 둔 채 또 하나의 검찰을 만들어 제왕적 대통령제를 강화하는 시대착오적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선미 팀장은 “선거 때마다 개혁안 경쟁으로 인해 대부분 공수처 신설을 약속한다. 집권 후에는 그 자신이 수사 대상이다 보니 누구라도 공수처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현재 자신이 속한 당내 의원도 설득하지 못하는데 ‘당선되면 하겠다’는 말만 믿을 수는 없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 팀장 말대로 선거 때는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당선 뒤 흐지부지된 사례가 적지 않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는 처음으로 별도의 수사기구 신설을 공약했으나, 대통령 당선 뒤에는 법무부와 검찰의 반대를 꺾지 못했다. 2001년 16대 국회에서 통과된 반부패기본법안에도 공수처·상설특검제도는 빠졌다.

수사권(경찰)과 기소권(검찰) 분리에 이견

2002년 대선에서 당선한 노무현 대통령 역시 공수처 설치를 공약했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는 당시 민주당·한나라당 모두 부패방지법 제정을 공약해 공수처 설치·상설특검제 도입 등이 탄력을 받는 듯했다. 그럼에도 ‘검찰 목에 방울 달기’는 쉽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11월9일 ‘공직부패수사처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았는데도 공수처 설치에 찬성했던 당시 한나라당이 태도를 바꿨다.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 등 30명은 공수처 추진 계획 백지화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공수처는 입법·사법·행정을 모두 장악하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략적 발상에 따른 것으로, 제4의 권력기관이 될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결국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계류 중이던 법안도 폐기됐다.

18대 국회에서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꾸려졌다. 2010년 4월 ‘스폰서 검사’ 사건을 계기로 다시 공수처 설치 논의가 나왔지만, 검찰 출신 국회의원들의 ‘친정 비호’가 발목을 잡았다(<시사IN> 제464호 ‘공허한 검찰 개혁엔 공수처 신설이 답’ 기사 참조). 서보학 교수(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차기 대통령이 의지를 보이면 힘은 실리겠지만, 결국 공수처 설치는 입법이 되어야 가능하다. 지금 이대로라면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가 정말 검찰 개혁에 의지가 있다면 검찰개혁특위 등 별도 위원회를 만들어 교착상태를 푸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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