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종료 나흘 전 2월24일 이 칼럼을 쓴다. 독자들이 이 칼럼을 접할 때쯤이면 특검 종료 기사로 한창 떠들썩할 것 같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개인적인 일탈’로 깜짝 연장되기를 기대해본다. 개인적인 일탈은 이 정부의 전매특허 아니었던가. 이 칼럼이 틀려도 괜찮다.

막을 내리는 박영수 특검팀에 대한 평가는 박근혜 게이트를 취재한 〈시사IN〉 TF팀 기자들이 지면에 담았다. 특검의 성과는 눈부시다. 한계도 뚜렷했다. 검찰이나 법무부 쪽 의혹에 대한 특검의 칼날은 무뎠다. 특검팀 수사 주력이 검사들이기 때문이다.


특검이 끝나면 검찰이 수사를 이어받는다. 벌써부터 검찰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반대로 본다. 검찰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구속시킬 수도 있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 뒤 검찰이 박근혜씨를 체포해 조사할 수도 있다. 검찰 생리 때문이다. 검찰의 최우선 목표는 나와바리(구역) 사수, 조폭과 똑같은 자기 조직 보호다. 특검이 활동했던 지난 두 달 동안 검찰은 스포트라이트를 전혀 받지 못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검찰발 뉴스는 청와대 파견 검사들의 꼼수 복귀 정도다. 특검에 주인공 자리를 내주고 엑스트라로 전락했다. 특검이 끝나면 다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검찰로 향할 것이다. 검찰로서는 ‘나와바리’를 사수할 절호의 기회를 얻은 것이다. 끈 떨어진 권력을 제물 삼아 새 정부가 추진할 검찰 개혁의 방향을 틀려고 할 것이다. 2003년 참여정부 때도 그랬다.

참여정부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은 검찰 개혁 밑그림을 짰다. 하지만 물거품이 되었다. 그가 2011년 검찰 개혁에 대한 책을 낸 적이 있다.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부제는 ‘무소불위의 권력 검찰의 본질을 비판하다’. 출판 시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년 뒤였고, 정치 입문 전이었다. 책을 내기 전 부산에 내려가 그를 만났다. 슬리퍼를 신고 흰 와이셔츠 차림인 문재인 변호사가 나를 맞았다. 참여정부 검찰 개혁이 왜 실패했는지 이리저리 물었다. 문 변호사는 “문제아가 갑자기 모범생이 되어 실기했다”라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 폐지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을 추진했는데, 검찰이 2003년 대선 자금 수사를 하며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안대희 중수부장은 ‘국민의 중수부장’이라며 불리며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문제아’ ‘모범생’ ‘실기’가 귓가를 맴돌았다. 아마 이번에도 검찰은 모범생인 척 수사를 세게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담임교사가 바뀌니, 모범생이 일진으로 돌변’하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검찰 개혁은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번에는 아무리 수사를 잘해도 검찰청에 꽃다발을 보내지 말자. 그들은 국민 세금으로 해야 할 수사를 마땅히 할 뿐이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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