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는 중국인들의 소비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전날 밤 음식 배달 앱으로 예약해둔 아침식사를 하고, 콜택시 앱을 이용해 회사에 간다. 과일이나 의약품 등도 앱을 통해 한두 시간 내에 받는다. 전자제품·미용·여행 등 수많은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전체 규모는 20조 위안(약 3356조원)에 육박한다. 전 세계 1위다. 오프라인의 모든 것이 온라인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 배경에는 기업들의 공격적인 영역 확장이 있다. 텐센트(Tencent)는 위챗(Wechat) 메신저를 최적화해 자사 결제 플랫폼인 위챗페이(Wechat Pay)를 만들었다. 메신저를 통해 휴대전화 요금 충전, 전기·수도요금 등을 결제할 수 있고, 콜택시, 기차표 예매, 음식 배달, 전자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과도 연결이 된다. 메신저 하나로 거의 모든 활동이 가능한 셈이다.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Taobao)로 시작한 알리바바(Alibaba)는 오프라인 시장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2015년에 1조원을 투자해 코우베이(Koubei)를 설립했고, 이를 통해 미용실 예약, 음식 배달, 영화표 예매 등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다.

ⓒ중국 웨이신중국에서는 길거리 노점상도 즈푸바오, 위챗페이 등 지불 업체를 통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한다.

오프라인 기업들도 온라인 분야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가전 유통업체인 쑤닝(Suning)은 알리바바와 제휴해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었다. 온라인으로 마음에 드는 물품을 보아둔 다음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를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위챗 되나요?” 노점상에서 주전부리를 살 때 사람들이 흔히 물어보는 말이다. 즈푸바오(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2012년과 2013년에 QR 코드 지불 방식을 추가했다. 작은 구멍가게에도 벽에 프린트된 QR 코드가 붙어 있어서 휴대전화 앱을 켜고, 코드를 스캔하고, 비밀번호 6자리를 누르면 결제가 된다. 노트북으로 하는 온라인 구매 역시 화면에 뜨는 코드를 휴대전화로 스캔해 같은 방식으로 하면 된다. 결제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초이다. 간편한 결제 방식은 전자상거래 확장의 일등공신이다. 모든 전자상거래에는 지불 수단이 필요하고, 즈푸바오와 위챗페이가 그 수단을 제공해주었다.

처음 전자결제를 도입한 기업은 인터넷 쇼핑몰의 선두주자 알리바바이다.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 부족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제도가 없어 에스크로(Escrow) 방식(소비자가 결제대금을 중립적인 제3기관에 예치하고, 상품 배송이 완료된 후 대금을 판매업자에게 입금하는 방법)을 도입한 것이 2004년 탄생한 즈푸바오다. 이후 모바일 간편 결제 역시 척박한 환경에서 발전했다. 현금 결제를 하려면 현금인출기가 많아야 하는데, 중국은 그렇지 않다. 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인구 10만명당 현금인출기(CD/ATM) 설치 대수는 55.03대에 불과하다(한국은 291대로 세계 1위이다). 위조지폐가 많은 현실도 모바일 결제의 선호도를 높였다. 대부분의 매장에서 50위안이 넘어가는 돈은 위폐 감별기에 넣고 거르는 절차를 거치는데, 시간도 걸리고 은근히 심적 부담도 된다. 모바일 결제는 시간이 들지 않고 위폐의 염려가 없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낙후된 은행 인프라가 도리어 혁신 계기가 된 것이다. 카드 결제가 보편화되어 있고, 현금인출기도 많지만, 온라인 결제를 하려면 여전히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와 씨름해야 하는 한국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유통망 미비 역시 전자상거래 업체에는 기회가 되었다. 중국은 땅이 넓고 지역 간 격차가 커 상품이 닿지 않는 곳이 많다. 알리바바 그룹은 2014년 100억 위안을 투자해 3~5년 내 중소도시에 ‘농촌 타오바오’ 서비스센터 1000개, 농촌 지역에는 10만 개를 설립하겠다고 했다. 이 계획은 차근차근 실행 중이다. 인터넷이 없는 주민들은 서비스센터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주문을 할 수 있고, 물건이 도착하면 받아간다. 또한 ‘농촌 타오바오’ 센터 직원을 통해 타오바오 사용법을 교육받고, 온라인 상점을 개설해 손수 생산한 농산품을 팔 수도 있다.

위조 상품 판매, 개인정보 유출 해결이 과제

중국 정부도 농촌 지역의 전자상거래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로 농산물의 판로가 넓어지면 농촌 경제가 활성화되고, 젊은이들이 일을 찾아 도시로 몰리는 현상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6월까지 농촌의 인터넷 보급률은 31.7%에 불과해 인프라가 구축되면 전자상거래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2020년까지 농촌의 광대역 통신망을 100%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2월5일 발표한 ‘1호 문건’에는 농촌 전자상거래 관련 내용이 들어 있다. 전자상거래 발전을 위해 정책 기준을 마련하고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이다. 1호 문건은 중국 정부가 새해에 발표하는 첫 문건으로, 정부가 어떤 정책을 중시하는지 엿볼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전자상거래 발전을 위한 지원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몇 주 전, 한 음식 배달원이 시간이 늦어져 발을 동동 구르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럽게 우는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제한 시간 내에 배송되지 않으면 회사에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 배달원들의 경우 소비자가 배송 속도를 평가하고, 평가가 등급을 결정짓고, 등급 차이는 곧 급여 차이로 이어진다. 음식 배달 앱이 활성화되면서 배달원끼리 경쟁이 심화되었고,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길거리에서 배달원이 시간에 쫓겨 무법질주를 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치료비 지원은 꿈도 꿀 수 없고, 오히려 회사에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배달원들이 쉬쉬하고 넘어간다.

ⓒEPA2015년 8월10일 중국 거대 유통업체인 알리바바와 쑤닝의 경영진이 자본 제휴를 발표하고 있다.

위조 상품, 개인정보 유출 같은 문제도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2월 타오바오를 악덕시장(Notorious Markets) 리스트에 올렸다. 이들이 근거로 제시한 ‘짝퉁 63%’라는 수치는 중국 공상총국이 2015년 1월에 발표한 연구자료이고, 그로부터 2년이나 지난 터라 타오바오 측에서는 억울함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동안 획기적인 근절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 역시 사실이어서, 고조되는 미국의 무역 압박에 타오바오가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 개인정보 유출도 심각하다. 중국인터넷협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중국 인터넷 사용자의 권익보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에 온라인 구매를 한 소비자는 4억8000만명인데, 그중 개인정보 유출을 경험한 비율은 51%였고, 정보 유출이 스팸 전화 혹은 금전적 손실로 이어진 경우가 84%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3년 말 부터 준비해온 전자상거래법 초안을 지난해 12월 공표했다. 소비자의 정보 보호를 위해 앞으로 타오바오와 같은 플랫폼 제공자는 고객의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판매자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인지했을 때, 해당 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닌다. 상품평을 판매자가 임의로 삭제하거나 순위를 조작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적 조치도 만들었다. 중국 정부는 1월26일까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고 올 상반기에 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기자명 베이징·정해인 (베이징 대학 정부관리학원 박사과정)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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